[박원장, 어땠어?] 인술이냐 상술이냐..웹툰과는 다른 현실 의사의 고뇌

남지은 2022. 2. 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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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내과 박원장> 티빙서 총 12회 공개..의사 출신 웹툰 작가 경험담
비보험 진료 늘리고, 쇼닥터 되기 등 환자 끄는 상술 눈길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드디어 <내과 박원장> 차례다. <내과 박원장>은 지난해 10월8일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12부작 드라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티빙에서 최근 모두 선보였다. 원작 웹툰이 훌륭해 드라마에 기대가 컸다. 웹툰은 코믹함 속에 어떤 의학드라마에서도 말하지 않았던 돈을 벌기 위한 갖가지 상술도 까발린다. “의사는 장사꾼이다”라고도 한다. 마치 환자들에게 ‘호구’되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18년간 의사였던 장봉수(필명) 작가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드라마는 웹툰을 잘 담아냈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와 남지은 기자가 짚어봤다.

웃음 속에 개업의 현실은?

[정덕현 평론가=‘의술’과 ‘상술’사이 고민 잘 담겨] 지금껏 의학드라마에서 의사를 그리는 방식은 대개 휴머니즘의 결정체이거나(<슬기로운 의사생활>), 생명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의인(<낭만닥터 김사부>), 혹은 남다른 의술로 병원 내 권력 투쟁을 하는(<하얀거탑>) 인물 등이었다. <내과 박원장>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개업의의 현실을 그린다. 개업의들이 의료행위를 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으로 장사해야 한다는 점 사이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이 웃음 코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무너지는 개업의 박원장(이서진)을 통해 보여주는 지점에서 나오는 웃음과 짠함이 핵심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드라마틱한 수술이 소재인 외과가 아니라, 매일 여러 환자와 상담하는 내과가 배경인 점도 신선하다. 생활밀착형 질환들을 다루고 있어 개업의의 현실을 담기에 적합하다.

[남지은 기자=그게 차별점! ‘호구’ 안 되는 깜짝] 같은 맥락에서 <내과 박원장>에 점수를 주고 싶다. 의사를 신처럼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 의학드라마 중에서 가장 변화한 부분이라고 본다. 박원장이 적자만 늘자 같은 건물에 있는 원장들에게 상술을 물어보는 장면들이 특히 그랬다. 상술이 아닌 인술을 펼치겠다던 박원장도 결국 돈 되는 비보험 진료를 늘리는 등 갖가지 방법을 고민한다. 보험진료만으로는 몸만 축나고 돈은 대부분 피부관리실, 체형관리실에서 번다거나, 과잉진료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상술’이 등장한다. 작가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 ‘호구’가 되지 말라고 귀띔하는 메시지 같았다. 돈 벌려고 24시간 진료하다가 쓰러진 박원장 선배 사례는 그들만의 치열한 리그를 보여주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다.

웹툰의 시트콤 장르 구현은?

[정 평론가=연기,연출,내용 과장이 아쉬워] 최근 티빙은 분명한 캐릭터와 코믹한 상황을 30분 남짓의 이야기로 담아내는 시트콤을 오리지널의 경쟁력 있는 장르로 끌어내고 있다. <술꾼 도시여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내과 박원장>도 그 흐름을 잇는 작품이다. 박원장을 비롯해 병원에서 일하는 수간호사 차미영(차청화), 그의 아들인 걸 숨긴 채 영화 <기생충> 마냥 그 병원에 들어온 간호사 차지훈(서범준) 또 같은 건물의 의사들 등 모두 분명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들이 매회 특정한 주제에 맞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취한 시트콤이란 장르의 효용가치를 잘 보여준다 . 하지만 너무 과장된 연출과 스토리, 연기가 오히려 아쉬운 면이 많은 작품이다. 차라리 과장을 빼고 진지하게 의술과 상술 사이에서 고민과 어떤 선택을 하는 박원장을 그렸다면 공감과 더불어 현실 자체가 코미디인 개업의들의 상황에 자연스러운 웃음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남 기자=오히려 좀 더 비급으로 갔으면] 조금 더 비급 느낌을 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독자들이 작품에서 느낀 느낌과 달리 캐스팅이 너무 ‘고급스럽다.’ 주인공이야 그렇다 쳐도, 비중이 적은 아내에 둘째 아들 역할까지 라미란과 <동백꽃 필 무렵> ‘필구’로 유명한 김강훈 등 잘 알려진 인물을 기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주인공 박원장 역할도 덜 알려진 인물을 내세워 대놓고 비급드라마로 만들었으면 굳이 웃기려 하지 않아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작품이 나왔을 것 같다. 드라마는 웹툰보다 업계 현실을 조금 덜 보여주는데, 장봉수 작가가 웹툰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더 많이 담았더라면 더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여긴 <티브이엔>(tvN)이 아니라 티빙 즉 오티티니까. 좀 더 과감하고, 거침없어도 됐을 것 같은데. 그래도 되는 좋은 작품이 아쉽게 마무리된 것 같아 더 아쉽다.

이서진표 박원장 연기는?

[정 평론가=예능+드라마와 이질감, 과장 연기 때론 어색] 이서진이라는 배우 이미지와 웹툰 속 박원장 이미지가 사뭇 달라 조금 이질감을 줬다. 웹툰 속 박원장은 과장된 비급 캐릭터 색깔이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주는데, 이서진은 드라마 속 진지한 이미지와 나영석 피디의 예능에서 보였던 투덜이 캐릭터가 겹쳐진다. 인물이 아무리 망가져도 여전히 부티가 난달까. 이 점은 드라마와 웹툰 사이에서 느껴지는 간극의 중요한 이유다. 연기 변신, 그 시도만큼은 박수받을 만하지만 그만한 효과를 내는지는 의문이다. 원작이 가진 색깔도 그렇고 특히 시트콤이라 과장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때론 잘 어울리지 않는다. 본인이 먼저 과하게 무너지고 있어 시청자들이 충분히 공감한 후 웃을 수 있는 여지를 뺏고 있다. 이서진은 여러모로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예능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 그 이미지가 배우로서 이미지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에 했던 <트랩> <타임즈> 같은 장르물에서 이런 한계를 넘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는데 그게 그렇게 성공적이었다 생각되지는 않는다. <내과 박원장>은 코믹한 캐릭터 연기를 통한 변신을 시도했다고 보이는데, 코믹이 과장 연기로 만들어지는 이 시트콤의 색깔이 그의 도전을 다소 무색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이서진의 연이은 도전은?

[남 기자=<트랩>부터 시작된 도전, 성공했다고 봐] 이서진의 푹 젖어들지 못한 느낌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내과 박원장>을 보면서 이서진한테서 단 한 번도 ‘멋지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이서진을 떠올리면 여전히 박원장이 먼저 떠오른다면 그 인물이 됐다는 뜻일 테니까. 연이은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 이서진은 2016년 <결혼계약>이 끝난 뒤 몇몇 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사이코패스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었다.  당시 우스갯소리가 오가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순해 보여 안 어울릴 것이다” 등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이후 3년 뒤 드라마 <트랩>(오시엔)에서 사이코패스 역할을 해냈다. 중반 즈음 그가 표정을 바꾸는 장면은 당시 화제였다. 변신에 목말랐던 그가 이번에는 여장을 하고, 민머리 분장을 하는 등 다 내려놨다. 또 다른 변신이 기다려진다면 연이은 도전은 성공한 것 아닐까.

<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웹툰을 보지 않았고 그래서 특별한 기대가 없는 시청자라면 나름 적당한 웃음을 주는 시트콤으로 다가올 거다. 하지만 이미 원작을 접하고 기대가 큰 시청자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남지은 기자] 원작 웹툰부터 읽고, 드라마가 궁금해진다면 1~2회 정도 `간'부터 보시길. 병원 가서 ‘호구’되지 말자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들도 간보면 좋을 듯.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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