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 받고 '핵무기'를 넘겨줬던 우크라의 "역사적 실수"

임소연 기자 2022. 2. 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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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부다페스트 양해각서 받았지만 모호한 내용에 강제력도 약해

러시아가 '남의 나라 땅'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독립국가로 자체 승인하고, 평화 유지군을 명분으로 한 자국 군대의 진입을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지원을 기대한다"며 동분서주하지만 러시아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지난 21일(현지시간),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안보리 소집 요청의 근거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6조'를 제시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1994년 러시아와 미국, 영국이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들 3국으로부터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보장받았다. 대신 소련이 남긴 1800여 개의 핵탄두와 핵미사일만 170여 개를 러시아에 넘겼다. 넘기기 전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맨몸의 우크라이나는 2014년에 이어 현재 자국 영토가 침범되는 걸 지켜보고 있다.
'각서'에 나라 국방 맡긴 패착
사진=AFP
2018년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장은 "핵무장 포기는 우리의 역사적 실수였다"고 했다.

조약(treaty)이나 협정(agreement)이 아닌 각서(memorandum)는 국제법적 준수 의무가 약하다. 내용도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국경선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자제한다' 등으로 애매모호하다. 또 '상황이 변하면 각서 내용을 다시 협의할 수 있다'는 문구는 미국과 러시아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합의는 각국 파워게임과 잇속 아래 뭉개질 수 있단 걸 우크라이나가 8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의 독립을 승인하고 자국 군대를 보냈을 때 이미 양해각서는 무의미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크림반도 병합 때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엔 등은 지금과 비슷하게 러시아에 '경고'만 날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지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그 역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무의미했다.

푸틴은 이제 "우크라이나는 전적으로 러시아가 만들어낸 나라"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는 과거부터 '한 몸'이었다고 주장한다. 푸틴이 무력을 동원해 막으려고 하는 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다. 애초에 지정학적 불안과 국내 정치적 분열이 심한 우크라이나를 나토가 가까운 미래에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무력 충돌 우려까지 겹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의 싹마저 잘라버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사실상 미국을 포함한 나토와 유엔이 러시아와 어떻게 대화하느냐에 달렸다. 나토와 유엔은 유감을 표하며 경제적 제재와 결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엔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보낸 건 평화 유지군이 아니다"며 "추가 유혈 사태 없이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적 해법을 강구하겠단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와 함께 유럽 내 미군과 장비를 발트해 3국(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으로 가까이 이동할 것을 승인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방어적인 이동으로, 미국은 동맹과 함께 나토 영토를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나토 국가가 아니다.
떠나는 대사관들, 뒤로 남겨진 우크라이나
유엔 안보리/사진=AFP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예비군 징집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국을 떠나는 외국 대사관들을 비난했다. 그는 "(대사관은) 우크라이나에 남아야 한다"며 "그들 기업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고 우크라이나 군대가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대사관들은 '긴급 탈출'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폴란드로 이동시키고 있다. 독일과 영국, 호주 등도 모두 우크라이나 대사관 업무를 중단하고 출국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자국 동부 지역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독립 선언 승인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푸틴이 미친 짓을 했지만 우리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서 "그는 전에 썼던 상상 속의 역사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 친러 반군들이 공화국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갈등을 일으켜 왔기 때문에 러시아로 귀속돼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돈바스 지역은 원래도 러시아인 주민이 대부분이었고, 언어도 러시아어가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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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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