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 농심배 시간승 거뒀는데 황당한 '재대국 결정' 논란

2022. 2. 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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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말리는 대국, 눈 터지는 계가바둑으로 이어지던 순간 제 시간에 착점하지 않아 시간패가 나왔으나 시스템의 오류로 재대국이 치러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22일 한국기원과 중국 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치러진 제 23회 농심배 세계바둑 최강전 제11대국 신진서 9단과 중국의 미위팅 9단간의 대국 막판 미위팅이 초읽기가 끝날 때까지 착점하지 않아(컴퓨터화면상으로) 신진서가 시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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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미위팅과 대국 중 상대가 착수 시간 넘겨 시간승
'클릭했으나 착점안됐다' 중국측 항의 받아들여져
2년전 박정환도 판팅위와 대국 중 클릭안돼 재대국 전례
신진서(아래)가 상변 표시된 흑 167을 둔 뒤 미위팅이 다음 수를 두려고 마우스에 손을 올리고 있다.[바둑TV 유투브 캡처]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피를 말리는 대국, 눈 터지는 계가바둑으로 이어지던 순간 제 시간에 착점하지 않아 시간패가 나왔으나 시스템의 오류로 재대국이 치러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22일 한국기원과 중국 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치러진 제 23회 농심배 세계바둑 최강전 제11대국 신진서 9단과 중국의 미위팅 9단간의 대국 막판 미위팅이 초읽기가 끝날 때까지 착점하지 않아(컴퓨터화면상으로) 신진서가 시간승을 거뒀다.

한중일 5명의 선수가 출전해 우승을 가리는 농심배에서 올해 한국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4명이 탈락해 신진서만 남은 한국은 우승을 위해서 신진서가 중국 2명, 일본 2명을 상대로 4연승을 거둬야한다. 이날 대국은 그 첫판이었던 만큼 경기의 비중은 엄청나게 컸다.

게다가 초반 포석 실수로 절대 열세에 몰렸던 신진서가 무서운 뒷심으로 흔들기에 나선 것이 주효하면서 미위팅에게 역전을 하기 직전이었다. 흑을 쥔 신진서가 좌상변에서 흑 167로 상대 백 2점을 단수친 순간 당황한 미위팅이 중앙을 받으려다 단수를 맞은 두점을 나가려고 클릭하려 했으나 착점이 이뤄지지 않았고, 두 선수의 화면에 '시간패'와 '시간승'이라는 자막이 떴다.

신진서는 자리를 비웠고(아래), 미위팅이 다급하게 중국 관계자를 찾는 모습.[바둑TV 유투브 캡처]

당시 신진서는 이미 40분 이상 1분 초읽기로 두는 절박한 상황이었고, 미위팅은 막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위팅이 문제가 생겼다는 듯 중국기원 관계자들을 찾는 모습이 비춰졌고, 상황은 간단치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대회 규정상 20분 이내에 문제가 해결돼 속개되지 않을 경우, 기존 승패가 확정되거나 재대국을 하게 되어있다.

한국의 심판진은 '시간패가 맞다'며 경기종료를 주장했으나, 중국측이 시스템의 오류라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결론은 오후 4시30분 대국종료 이후 4시간 이상 나지 않았다. 결국 23일 오후 2시 신진서와 미위팅은 재대국을 갖게 됐고, 나머지 대국은 하루씩 순연됐다.

빌미는 대국이 두어지는 오로바둑의 프로그램이 제공한 셈이다. 2년 전 농심배 때도 박정환 9단이 판팅위 9단과의 대국 도중 계속해서 클릭하는 모습이 방영됐지만 클릭이 되지 않았고, 처음에 ‘시간패’를 주장하던 중국이 한발 양보하면서 재대국이 치러졌고, 박정환이 승리한 바 있다.

이날 신진서오 미위팅의 대국에서 중국이 '재대국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근거 중 하나가 2년 전 박정환 당시 전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중국측의 VAR화면(1). 미위팅이 초읽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중앙 흑 2점을 단수치려고 커서를 대고 있다.[바둑TV 유투브 캡처]
중국측 VAR 화면(2). 미위팅은 초읽기 8을 센 이후 아래쪽 단수를 맞은 백 2점을 나가려고 클릭을 했으나 착점이 되지 않았고 화면에 시간패했다고 자막이 떴다.[바둑TV 유투브 캡처]

하지만 당시 박정환은 사실상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고, 초읽기가 끝나기 전에 착점을 했으나 인식이 되지 않은 명백한 시스템 오류였다. 이날 미위팅은 중국측 VAR 화면(선수 뒤에서 바둑판과 손을 동시에 비추는 증거자료용 영상)상으로 7을 셀 때까지도 다른 곳을 두려 하다가 급히 커서를 옮기고 9를 세는 목소리가 나온 뒤 클릭하는 모습이 잡혔다. 초읽기를 넘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 신진서의 '온라인대첩' 등 극적인 승부가 이어져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농심배 세계대회는 전 세계 바둑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는 대회다. 그러나 코로나사태 속에 대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대국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 오류가 한번도 아니고 또 다시 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피해는 신진서 9단 등 기사들이겠지만, 몇시간씩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본 바둑팬들의 실망감도 그에 못지 않을 듯하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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