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보다 많다고?
"왜 이렇게 힘이 빠졌어?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가봐."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검사결과가 단골 소재로 쓰이면서 일반인들의 대화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이 테스토스테론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테스토스테론은 남자에게만 있고, 여성에게는 거의 없다는 것. 하지만 여성에게서도 테스토스테론이 활발히 분비되며 심지어 여성흐로몬 에스트로겐의 대표격인 에스트라디올보다 더 많다(그래픽 1 참조).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비율에서 남녀가 차이 날 뿐이다. 남성은 노화와 함께 주로 테스토스테론이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여성은 폐경 후 두 호르몬이 함께 감소하는데 특히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성징을 표현하는 호르몬이면서 생존, 경쟁, 성욕 등과 관련된 호르몬이다. 서구에선 이와 관련한 숱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캐나다 온타리오웨스턴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 약을 먹은 남성은 여성보다 충동적 결정을 하고도 잘못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대의 연구에선 주식시장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투자가일수록 공격적이고 위험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또 다른 연구에선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성이 주식이나 게임을 통해 돈을 잘 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은 사람은 명품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호주 퀸즈랜드대 연구진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성이 다른 남자가 지켜볼 때보다 미인이 지켜볼 때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히 분비돼 무모한 기교에 도전하다가 다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포츠 경기 관람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 테스토스테론 요법, 여성 성기능장애 치료에도 효과
테스토스테론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성욕에도 깊이 관여한다. 의학계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요법이 애액 분비를 도와 성교통을 완화하고 성적 쾌감을 증가시켜 오르가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골밀도와 근육량을 증가시켜 골다공증 예방에 좋고 일부 여성에게는 심혈관계와 인지기능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화여대 의대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폐경 전 여성 가운데 남성호르몬 부족 증후군인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 투여 요법이 성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폐경 후 여성의 성기능 장애를 누그러뜨린다. 체중 증가, 음핵 비대, 다모증, 여드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윤 교수는 "용량을 잘 조절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요법이 여성보다는 주로 남성의 갱년기 장애를 조절하는 데 집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해지면 매사에 무기력해지고 성욕이 떨어지며 발기력도 시들해진다. 물렁살이 찌고 가슴이 처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매사 무기력해지고 짜증이 잘 난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최선의 방법은 생활관리를 통해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유지하는 것. 이를 위해 △규칙적인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으로 복부지방을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며 △술을 덜 마시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충분히 자는 것이 권장된다. 아연, 비타민D와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아연은 고기, 견과류, 생선, 굴 등에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은 올리브오일, 견과류, 아보카도 등에 많다. 비타민D는 햇빛에 충분히 노출하고 연어, 달걀노른자, 우유, 참치 등을 먹거나 영양제를 통해서 보충할 수 있다. 특히 마늘과 홍삼이 테스토스테론 분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다양한 호르몬 치료제… 전문의 처방 따라야
이런 생활요법으로도 증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가정의학과나 내과, 비뇨의학과 등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으면 성기능 개선, 체지방 감소, 골밀도 증가, 근력과 활력 증가, 집중력 개선, 자신감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드름, 발목 부기, 소변 불편감, 고환 크기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국내에선 먹는 약 처방이 적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간 독성 때문에 간을 피해 직접 혈액에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는 다른 방법을 선호하는 추세다.
△패치=하루 한 번 주로 아침에 팔이나 상체 피부에 패치를 붙이거나 하루 두 번 앞니 위 잇몸에 패치를 붙여 조직을 통과해 혈액으로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다.
△주사 요법 및 피부삽입=10~14일에 한번씩 근육에 주사를 놓거나 피부 속에 알갱이를 투여해 테스토스테론이 혈액에 들어가도록 한다. 충분한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에 도달할 수 있고 오래 유지될 수 있지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호르몬 수치가 나올 수 있고 무엇보다 주사를 맞는 불편함이 단점.
△겔=테스토스테론 열풍이 불었던 미국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으며 안드로겔, 테스팀, 악시론, 포르테스타 등 다양한 제제가 있다. 주로 하루에 한 번 피부에 바르면 효과가 나타나지만 피부 접촉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호르몬이 전달될 수 있다는 흠이 있다. 최근에는 간편하게 콧속에 뿌리는 겔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생식의학회에서 발표된 마이애미대의 연구에 따르면 코 안에 뿌리는 겔이 다른 치료제에 비해 고환 수축을 비롯한 부작용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은 기자 (se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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