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10년 내 미주·유럽 직항 등 독과점 해소 조건부 승인

세종=이민아 기자 2022. 2.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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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26개, 국내선 14개 노선 경쟁 제한성 우려
반납 슬롯·운수권, LCC·외항사에 열어
외국 경쟁 당국 판단 종합해 최종 결론
2019년 수준에서 운임 인상, 마일리지 혜택 축소 금지
지난 9일 인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나라 1·2위 항공사 간 통합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노선들의 운수권과 슬롯을 10년 안에 반납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뉴욕-인천, 바르셀로나-인천 등 미주·유럽 직항 노선 11개는 전부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포진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노선과 국내선은 일부만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보유·사용 중인 슬롯과 운수권을 신규 진입 항공사가 요청하면 경쟁 제한성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전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하겠다”며 두 회사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가 보유한 노선 중 중복되는 국제선 왕복 65개 노선 중 26개 노선, 국내선 편도 22개 중 14개 노선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향후 10년 간 항공기가 공항에서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인 ‘슬롯’, 항공 비자유화 국가에 취항할 수 있는 권리인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인 조치를 부과했다. LCC나 외국 항공사 등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거나 기존 항공사가 증편하면 경쟁 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 노선은 합병 회사가 보유한 국내 공항 슬롯을 반드시 반납하도록 한다. 26개 국제 노선 중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노선도 필요 시 반납하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진행 중인 외국의 심사가 모두 종결되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주식 취득을 완료하는 날부터 시정 조치 이행 의무가 시작된다. 조치 이행 기간은 기업 결합일로부터 10년이다. 다만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인 해외 경쟁 당국이 내는 결론이 공정위가 내린 결론과 충돌할 경우 이를 종합해 다시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정부는 두 회사가 반납하는 노선은 한국 항공사든, 외국 항공사든 구분을 두지 않고 배분할 계획이다. 고병희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슬롯이나 운수권을 국내 LCC에만 배분하는 등 외항사와 차별적으로 조치하는 것은 위험하고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10년간 신규 진입하려는 다른 항공사가 없으면, 두 회사는 슬롯·운수권 반납 대상 노선을 그대로 운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조적 조치가 이행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므로 ▲조치 대상 노선에 대해 운임 인상 제한 ▲마일리지 통합시 혜택 축소 금지 ▲좌석 공급 축소 금지 조치를 함께 내렸다.

그래픽=손민균

◇”미주·유럽 노선, 경유편은 직항편 대체 불가”

두 회사가 운항하는 미주 노선 총 13개중 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중복 노선은 총 5개다. 공정위는 ▲서울-뉴욕 ▲서울-로스엔젤레스 ▲서울-시애틀 ▲서울-샌프란시스코 ▲서울-호놀룰루 등 5개 노선에 모두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주 노선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롤루 노선에서 각각 유나이티드항공과 하와이안항공이 경쟁자로 운항하고 있으나, 점유율이 약 20%에 불과했다.

유럽 노선은 15개 노선 중 이번 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총 6개 노선 모두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의 독점 노선이 되는 서울-바르셀로나 노선 외에 파리·로마·런던·프랑크푸르트·이스탄불 등 5개 노선은 노선별로 각각 1개의 외항사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외항사의 점유율은 각 노선마다 약 13%~31%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측은 경유 항공편이 직항편의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미주·유럽 노선은 경유편이 유효한 대체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항편과 경유편의 운항 시간의 차이가 크고, 경유편 이용객 비중이 미주는 약 2~13%, 유럽은 약 7%~21%에 그치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유럽 노선 6개 모두 경제 분석 결과 가격 인상률이 높았다”며 “바르셀로나 노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운수권이 필요한 항공비자유화 노선으로, 다른 항공사의 신규 진입이 용이하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중국 노선은 총 58개 중 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중복 노선은 총 18개, 이 중 5개 노선에서 경쟁 제한 소지가 있다고 봤다. 나머지 13개 노선은 두 회사의 점유율이 20~50%대 수준으로 경쟁사가 다수이거나, 중국 대형 항공사들 또는 국내 LCC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있었다. 또는 운수권의 여유가 있어 신규 진입 가능성이 높았다. 동남아 노선도 중국 노선과 같은 이유로 중복 노선 19개 중 경쟁 제한 소지가 있는 노선은 6개로 한정됐다.

일본 노선은 총 36개 중 12개가 중복되는데, 이 중 1개 노선에서만 경쟁 제한성이 인정됐다. 조 위원장은 “경제 분석 결과 대부분의 노선에서 가격인상 가능성이 미미하며, 경쟁사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그 외 ▲서울-시드니 ▲서울-괌 ▲부산-괌 등 3개 노선도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다만 서울-울란바토르 노선과 타슈켄트 노선은 시장 1위 사업자인 몽골항공과 우즈벡항공이 강력한 경쟁자로 운항해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봤다.

국내선은 당사회사가 운항하는 국내선 노선(편도 기준) 총 38개중 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중복노선은 22개이며, 이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제주-진주 ▲제주-여수 ▲제주-울산 노선은 점유율이 100%에 달하게 된다. 공정위는 제주-내륙 노선은 대부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내륙간 노선들은 고속철도가 대체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결합./공정위

◇마일리지, 항공 운임 등 2019년 수준 유지해야

공정위는 이날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행태적 조치 내용을 함께 발표했다. 코로나19로 항공 시장이 불확실하고, 외국 경쟁 당국의 심사 상황을 고려해 단기간 내에 새로운 항공사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를 판단하는 기준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으로 정했다. 노선마다 신규 항공사의 진입이 완료되는 구조적 조치가 마무리되면 노선 별 행태적 조치 이행 의무는 종료된다.

우선 각 노선별, 분기별, 좌석 등급별 평균 운임을 2019년 운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금지한다. 노선별 공급 좌석 수는 2019년보다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축소 금지의 기준이 되는 일정 비율은 기업결합일 이전에 결정한다. 국제선은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다.

마일리지의 경우, 각 사 마일리지 제도를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이 금지됐다. 기업 결합일부터 6개월 내에 양사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도록 한다. 이후 통합 방안보다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한다. 서비스의 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좌석 간격, 무료 기내식, 무료 수하물, 기내 엔터테인먼트, 라운지 이용 등의 내용을 2019년보다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

조 위원장은 “국제선 장거리 및 중단거리 노선에서 경쟁 압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항공 운송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매우 긴요한 사항으로, 국내 LCC 등의 적극적인 진입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외국 경쟁 당국의 심사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추후 전원회의를 다시 개최해 의결을 통해 외국의 심사 결과를 반영한 시정 조치 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경쟁 당국 시정 조치 반영한 공정위의 최종 결정 방식 사례. 아직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므로 실제 조치와 차이 있을 수 있음.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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