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인터뷰] "내가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유는.."

김영화 기자 2022. 2. 2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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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가정법원은 내 숙원사업 중 하나다. 가정폭력·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해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을 함께 내리는 것이다. 이 정책이 법제화되면 나로서는 국민의힘에 온 목적이 달성된 거다."
2월8일 경기대에서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 선대본 합류 이후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사IN 윤무영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1월18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여성본부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김건희(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녹취록’ 때문이었다. 해당 녹취록에서 김건희씨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 비판이 일자, 이수정 교수는 김지은씨에게 대신 사과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재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총괄본부 소속으로 윤석열 후보를 돕고 있다.

20년간 강력범죄를 연구한 범죄심리학자는 왜 반페미니즘을 내건 제1야당과의 동행을 선택했을까. 스토킹 범죄, N번방 사건 등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자 중심주의’ 목소리를 내온 이 교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페미(페미니스트)’로 규정되었다. “한국 강력범죄 피해자의 80%가 여성이다”라는 그의 발언에 대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고 간다’는 비판도 있었다. 국민의힘 합류는 그래서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당대표는 지지층에게 혼란을 준다며 영입을 반대했고, 일부 지지자들은 항의 시위를 열었다.

이수정 교수가 윤 후보를 돕게 되면서 내놓은 여러 견해들은 이 같은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젊은 남성의 박탈감을 절실히 깨달았다(2021년 12월1일 YTN 라디오)” “남성을 배제하겠다는 이야기는 한 군데도 없다(12월10일 윤석열 후보 ‘범죄 피해자 보호’ 공약 발표)”.

이 교수가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을 위해 ‘내부 투쟁’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유권자들은 실망 섞인 비판을 했다. 그 대신 이 교수는 통합가정법원,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제 도입(흉악범죄자를 석방할 때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중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된 ‘보호감호’와는 다르다고 국민의힘은 주장한다), 법무부 직속 범죄피해보호국 설치 등을 공약으로 제안했다.

이수정 교수의 최근 행보는 언뜻 모순처럼 보인다. “여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의 일이라면 무조건 한다”라고 말해왔던 범죄 전문가는 왜 국민의힘을 선택했나. 반페미니즘 여론의 지지를 받는 당내 분위기 속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성평등은 어떤 형태인가. 2월8일 경기대 서울캠퍼스에서 이수정 교수를 만나 국민의힘 선대본부 합류 이후 불거진 비판과 논란에 대해 물었다.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을 내놨다. 나는 어떻게든 뜯어말리려고 카톡이며 텔레그램으로 윤석열 후보에게 거의 스토킹하듯 메시지를 보냈다. 선거 전략상 ‘여가부 폐지’를 이용한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가부 업무를 조력했던 처지에서 보면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사건을 거치면서 일종의 업보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심지어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썼다. 여가부도 생산적인 해체든 업무 조정이든 재결성을 해야 한다는 게 지금 캠프 사람들의 생각이다. 근데 그게 나의 의견은 아니었다.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능은 필요하다. 개편은 할 수 있다. 폐지는 너무 드라마틱하지 않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왜 국민의힘을 선택했는지가 궁금하다. 2020년 7월 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 합류 제안이 왔다. 그때 스토킹처벌법과 보호수용법 두 개를 발의하는 조건으로 합류했다. 2021년 4월 마침내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었다. 그 경험 덕에 정당을 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의도 갈 생각이 있었으면 애당초 비례로 오라고 할 때 갔을 거다. 정당 활동은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스토킹 살인을 심신미약 논리로 변론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었다. 내가 국민의힘에 들어갈 때 한 얘기가 있다. ‘모르면 가르치면 된다. 알면서도 외면하는 건 더 힘들다.’

민주당 대선주자로 이재명 후보가 확정된 것이 국민의힘 합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인가? 그 전(민주당 후보 선정)까지만 해도 선거운동에 뛰어들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알면 알수록 초법적인 행위를 해온 사람 같았다.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 불러들인 사람은 사실상 윤석열이 아니다.

결국 국민의힘 선대본부 여성본부 고문직을 사임했다. 내가 내 마음대로 떠들면 (선거에) 방해될까 봐 보직을 사임했다. 김지은씨에게 그 당시 선대위에 책임 있는 누구라도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과한 건 양심의 선택이었다. 만약 정치적 야욕이 있었다면 고문 자리를 선택하고 양심의 소리를 내지 않았겠지. 김지은씨가 얼마나 어렵게 항소심에서 이겼는지 여성단체와 함께 피해자를 지원했던 내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막상 선대본부에서는 ‘이대남’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하도 ‘이대남’ ‘이대남’ 난리를 쳐서 이들이 도대체 왜 이런 불만을 갖는지 들여다봤다. 과거와 달리 기회가 균등하지 않다는 거다. ‘성주류화’ 정책을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이 기성세대 운동권이 놓친 부분이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곳이 여대인데 30~40년이 지나고 나니까 서울에는 여대가 많은데 지방에는 없다. 똑같은 점수면 여자들은 ‘인서울’인데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 약대, 로스쿨 등에서 원천적으로 성별에 따른 ‘TO(정원)’ 차이가 발생한다. 청년 세대는 적은 기회를 두고 더 많이 경쟁해야 하는데, 요즘 세대 남자들은 그것을 차별이라고 느낀다. 이런 상황을 선대위에 가기 전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2030 여성은 여전히 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시사IN〉 ‘20대 여자’ 웹조사(제728호 커버스토리 ‘20대 여자 그들은 누구인가’ 참조)에 따르면, 20대 여자 응답자 71.3%가 한국에서 여자는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다). 여전히 차별이 남아 있다. 그러나 2030 세대와 5060 세대가 겪는 성차별의 성격은 현저히 다르다. 5060 여성들에겐 ‘유리천장’이 존재했지만 2030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입시와 임용 등에서 객관적인 지표들이 더 높다. 우리 세대의 남녀 차이가 2030에도 그대로 존재한다고 계속 고집하기 어렵다. 요즘 여성이라고, 남성이라고 못하는 직업은 없지 않나. 다만 고용시장에서의 성차별 문제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고용노동부 안에 양성평등위원회를 두고 감시한다는 공약을 준비했다.

“구조적 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는 윤석열 후보의 말이 논란이 되었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범죄가 1년에 100만 건 발생하는데 그중 수십만 건이 펠로니(felony, 중범죄·흉악범죄)에 해당한다. 그 펠로니에 해당하는 피해자는 여성만 있는 게 아니다. 군대에서의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만 있지 않다. 남성 피해자도 많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게 성폭력이다. 권력의 문제이지 성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여성 대상 폭력은 혐오범죄가 아닌가? 그건 앞으로 토론을 해봐야 한다. 차별과 혐오의 요소에 성별을 넣을 건지 말 건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혐오범죄라 정의할 건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다만 여성을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지칭하는 순간, 모든 여성이 혐오범죄 피해자로 일반화되면서 젠더 갈등만 부추기게 될 수 있다. 어쩌면 약자 보호를 위해서는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약자 보호를 위해서 필요한 건 스토킹처벌법처럼 조그마한 법률들인데, 이 스토킹 범죄를 젠더 폭력이라 부르면 거대 담론, 흑백 논리에 휘말려서 스토킹 행위에 주목하지 않고 ‘폭력의 대상으로서의 여성’만이 강조된다. 마이크로하게 접근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21년 12월7일 윤석열 후보가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을 방문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은 ‘젠더 폭력’ 대신 ‘범죄 피해자 보호’라는 용어를 썼다. 성범죄를 구조적 차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범죄 피해자 개인에 대한 예방과 지원, 보호로 풀어야 할 문제다. ‘성주류화’ 같은 양성평등 정책으로는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그건 성범죄자를 잘 모르는 접근이다. ‘존 스쿨(성 매수 초범자에게 기소유예를 해주는 대신 교육을 받게 하는 제도)’을 도입해서 성매매가 줄어들었나. 4대 강력범죄 중에서 성범죄만큼 지난 3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범죄는 없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 계도적인 교육, 양성평등 의식만 강조해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

이수정 교수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뭔가? 나에겐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대변하는 건 안전한 세상을 위한 목소리다. 양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안전을 도외시하는 주장을 할 수는 없지 않나. 나는 실증주의 학자다. 페미니즘 진영은 이데올로기적 학문이다. 그러니까 목소리가 같을 수 없다. 나의 철학 속에는 여성주의보다는 법치주의가 있다.

국민의힘에 들어간 뒤로 여성의 목소리를 지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페미니즘 진영의 주장도 반영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는다면 어떡할 건가. 이런 정책들(범죄 피해자 보호)이 하나도 없어도 되겠나. 누군가는 뛰어들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뛰어들었다. 여가부가 완전히 해체되면 여가부의 정책 과제들이 모두 증발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쌓아온 여러 행적들이 앞으로도 이어져야 될 거 아닌가.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피해자보호국을 설치해서 계속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차별과 혐오를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당장은 설득이 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닐 거다. 차후에 정권을 잡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사생결단’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다. 지금까지의 전략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중도층 안에는 굉장히 많은 여성들이 존재하고, 여성 입장에서는 정말 이 후보도, 저 후보도 못 뽑는 상황일 것이다.

2월8일 이준석 대표는 성평등 공약 관련 질의에 ‘답변 거부’한 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국민의힘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아닌가? 내가 입을 다문 건 정책과 공약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특히 통합가정법원은 스토킹처벌법만큼 내 숙원사업 중 하나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해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을 함께 내릴 수 있도록 기능을 합치는 것이다(현재 가정법원은 분쟁 조정과 심판을, 일반법원은 형사처분을 따로 맡고 있다). 여기서 법적 처분을 내리면 폭력이 심화되기 전에 강제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킬 수 있다. 그 정책들이 법제화되면 나로서는 여기에 온 목적이 달성된 거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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