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은 흔적을 남긴, '공작도시' 이이담

모든 일은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가 밟고 간 자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같은 작품일지라도 보는 이에 따라 달리 기억된다.
그렇다면 JTBC ‘공작도시’는 어땠을까. ‘수애의 복귀작’으로 첫 삽을 떴던 이 작품이 끝날 무렵에는 수애와 더불어 또 한 명의 이름이 커다란 흔적으로 남았다. 배우 이이담. 신인(新人)이지만 비중 있는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한 이이담은 ‘공작도시’의 발견으로 손꼽힌다.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이이담이 잊히지 않는 흔적이 됐다는 의미다.
‘공작도시’를 마치고 문화일보와 마주한 이이담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반짝였다. 적절한 자신감과 주눅 들지 않는 패기, 조리를 갖추면서도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까지. ‘공작도시’의 도슨트 김이설이 왜 탄생됐는지 알 만했다.
“감독님과의 첫 미팅 때부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했던 작품이라 여운이 남아요. 저는 아직 이설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부담감은 계속 있었지만, 그걸 잘 ‘이용’하려고 했다. 긴장을 놓지 않고 계속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끝까지 달렸던 것 같아요.”
이이담은 극 중 수애, 김강우, 김미숙 등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과 각을 세워야 했다. 하늘을 찌르고, 바닥을 치는 감정의 폭을 온전히 품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였지만 그는 “극 초반의 이설과 후반의 이설이 달라요”라고 말했다. 정형화된 캐릭터를 고수하기보다는 시의적절하게 감독과 선배 배우의 조언을 자신의 캐릭터에 녹이며 변화를 줬다는 뜻이다.
“선배님과 감독님이 많이 설명도 해주셔서 연기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선배님들과 가까이서 연기하며 좋은 에너지를 느끼기도 했죠. 특히 수애 선배님은 눈에서 풍기는 에너지가 있었다. 제가 가만히 있어도 몰입이 되게끔 이끌어주는 강렬한 에너지죠. 반면 김강우 선배님은 제가 움직임, 호흡을 디테일하게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특히 수애 선배님은 제가 깊은 감정을 연기해야 했을 때 ‘이렇게 해볼래?’가 아니라 제가 길을 찾을 수 있게 ‘혹시 이런 느낌 아닐까’라고 말씀하셨죠. 그게 정말 감사했어요.”
이이담은 연기 전공자가 아니다.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공부했지만 입시는 실패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2017년 영화 ‘두개의 빛 : 릴루미노’로 데뷔한 이후 계단을 밟듯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렸다.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인디필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학생 판타지 단편 부문에 선정된 원지호 감독의 영화 ‘이매몽’의 주인공을 맡았고, 이 작품을 인상 깊게 본 현재 매니지먼트 관계자를 통해 발탁돼 ‘공작도시’에 참여하게 됐다. 그 사이에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보이스4’ 등에 참여했으나 상업작품 주연작은 ‘공작도시’가 처음이다.
“이이담이라는 예명도 제가 직접 지었어요. 회사와 계약을 맺기 전부터 갖고 있던 이름이에요. 배우를 하면서 더 중성적 이름으로 활동하고 싶었는데, 제가 쓰면서 왠지 여성스러워진 느낌이 있어요(웃음). 중성적 이름을 정한 건,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제가 낯가림이 정말 심한데, 첫인상과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르다고 할 정도로 색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요. 반면 외모적으로는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가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거지 역도 어울릴 수 있고, 쌍꺼풀이 없어서 카리스마 있는 역할도 할 수 있고, 부자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극 중 김이설은 건물 아래로 추락하며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장면을 촬영하는 이이담의 모습을 담은 메이킹 필름 속에서 그는 김이설의 대역 연기를 하는 스턴트맨을 보며 “우리 드라마 너무…”라고 말을 잇지 못한다. 미처 마치지 못한 그의 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드라마 너무… 영화 같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이설이가 죽는다고 언질은 받았지만 대본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제 마지막 장면이 어떨까 궁금했었거든요. ‘공작도시’를 촬영하며 ‘아 정말 연기가 어렵구나’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막상 이설의 최후를 보니 허탈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만큼 제가 이 작품을 아끼고, 촬영하는 내내 김이설로 살아왔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공작도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드라마 톡방에는 이이담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적잖다. 하나의 작품을 끝낸 배우에게 “앞으로가 궁금하다”는 반응은 더없는 찬사다. 이이담이 상업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선명한 첫 발자국을 남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끔 많은 노력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리고 한결같이 많은 분이 찾고 싶은 매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론 배우로서 연기력이 중요하지만, 그 외적으로도 매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배우로서도 더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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