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한 달도 안돼 중대재해 6건..'사각지대' 우려도

김진아 2022. 2.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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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법 시행 후 삼표·판교·여천 등 사고 6건 발생
판교 승강기 등 법 적용 애매한 사례도 나와
한솔페이퍼텍도 도급·용역 해당 안 돼 미적용
노동계 "법 적용 요건 문제…적용 확대해야"

[양주=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석재채취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2022.01.29. chocrystal@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한 달도 안돼 산업 현장에서 6건의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고용 당국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사업장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한 건만 5건에 달한다.

그만큼 정부의 대응도 분주해지는 가운데 일부 사고의 경우 법 적용 여부에 따라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6건의 중대재해를 대상으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법 시행 직후인 1월29일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를 시작으로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2월8일), 여천NCC 공장 폭발(2월11일), 한솔페이퍼텍 차량 전복 사고(2월1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 사고(2월16일)가 발생했다. 지난 18일에는 창원 제조업체에서 근로자 16명이 급성중독으로 판정받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첫 직업성 질병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고용부는 이들 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처벌 1호 수사 대상 기업인 삼표산업의 경우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대표이사가 입건됐으며, 여천NCC 역시 현장 사무실에 이어 지난 18일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상태다.

고용부는 판교 승강기 추락 사고와 고속도로 추락 사고, 창원 제조업체 급성중독과 관련해서도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확인하고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일부 사고의 경우 법 적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중대재해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면서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강기 설치업체 소속 2명이 사망한 판교 승강기 사고의 경우 고용부는 이와 관련된 건설사인 요진건설산업을 원청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설치업체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제조사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승강기 설치 공사는 제조사와 설치업체가 '공동수급'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돼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수=뉴시스] 김혜인 기자 = 지난 13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학동 여수제일병원에 마련된 여천 NCC 폭발사고 희생자 빈소에서 유족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22.02.13.hyein0342@newsis.com

그러나 해당 사고의 경우 공사 금액이 5억원 미만으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재해법이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사업장에 대해선 법 시행 후 2년간 유예를 두고 있어서다.

결국 같은 사고를 놓고도 법 규정에 따라 일부 업체만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 점 등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용부는 한솔페이퍼텍에서 차량 전복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고 역시 중대재해법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한솔페이퍼텍과 고형원료 납품 계약을 맺은 A업체가 배송을 위해 또다시 계약을 맺은 운송업체 B사 소속 직원으로 확인됐다.

원청격인 한솔페이퍼텍과 A사가 맺은 계약이 중대재해법상 원청의 의무를 부과하게 되는 계약 형태인 도급·용역이 아닌 제작·납품 등 매매 계약이고, 차의 오작동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고용부는 해당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B사의 경우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으로 역시 중대재해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게 된다.

이처럼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실제 법 적용이 어려운 사례가 나오면서 노동계에선 다시금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당초 해당 법이 영세사업장을 예외로 두고, 원청의 의무를 도급·용역 형태의 계약에 한정한 것과 관련해 다수 사업장이 법 적용을 비껴갈 것으로 우려해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사고가 발생하는데 현재 법상 계약 형태를 도급·용역으로 국한하고 있어 제작·납품 등 매매의 경우 적용 대상에서 빠져나가게 된다"며 "제작·납품·상하차 등 사고별 다툼의 소지는 있겠지만 기업은 이를 근거로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어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은 사업장의 경우 노동조건이 전반적으로 열악하지만 산안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실제 대표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중대재해법은 산안법보다 사업주의 책임을 더욱 직접적으로 묻고 있는 만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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