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방가] BTS도 반한 자연의 예술품 '능파대'

이동명 2022. 2. 1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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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비바람에 기기묘묘 깎인 돌섬
미인 걸음걸이인 듯, 파도 위 걷는 듯
▲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집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장소인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겨울의 능파대.

[고성방가] 고성 능파대는 선물이다

고성 능파대는 문암해변에 화강암이 노출된 돌섬이다. 우뚝 서서 바람과 파도를 막는다. 능파대의 뒤편으로 파도와 하천에 의해 유입되는 모래나 자갈들이 퇴적돼 육지와 돌섬을 연결했다. 능파대는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다. 능파대의 암석에는 염풍화 작용에 따라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타포니가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생성돼 있다. 능파대는 진부령, 화진포, 제3기 현무암, 송지호해안 등과 함께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그 가치가 높이고 보전하면서 관광명소로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고성 문암2리 서낭당바위

#선물 같은 명소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영상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빛을 발한 케이 팝(K-POP) 명품스타인 BTS가 몇 만년의 세월에 걸친 풍화작용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명품인 고성 능파대를 조명했던 것이다.

주민들은 BTS가 2020년 9~10월쯤 와서 촬영을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성 바닷가를 따라 봉포, 천진, 청간정, 아야진, 천학정, 교암을 지나 문암에서 만나는 선물 같은 명소가 능파대다. 천혜의 비경이다. 천태만상인 바위의 형상은 어떤 조각가도 쉽게 만들어 내지 못할 만큼 아름답다.

▲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집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장소인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능파대라는 명칭은 ‘파도가 몰아쳐 바위를 때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건널 능(凌), 물결 파(波).

‘능파(凌波)’는 ‘급류를 이루는 물결’,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능파는 ‘가볍고 아름다운 미인의 걸음걸이’이다. 능파대의 모습은 ‘미인의 걸음걸이’ 같다. 파도가 바위 위를 덮는 모습이 마치 사뿐사뿐 걷는 듯하다. 능파가 불교에서는 ‘고해를 건너 해탈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로 쓰인다. 꿋꿋한 모습으로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 능파대다.

▲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집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장소인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오랜 시간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풍화작용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염분을 머금은 파도가 끝없이 밀려와 바위를 깨뜨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다.

능파대는 대규모 타포니 군락이다. 커다란 벌집같아 보인다.

능파대를 거대한 벌집으로 만든 주요 원인은 ‘염분’이다.

▲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집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장소인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겨울의 능파대.

바닷물의 소금 결정이 바위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점점 커지면서 바위를 깨뜨리면 작은 홈이나 구멍이 생긴다. 네모 난 화강암의 큰 결정이 떨어져 나오면서 틈이 생기는 것이다. 작은 홈·구멍이 옆에 있는 또 다른 작은 홈·구멍과 합쳐져 더 큰 홈과 구멍을 만든다. 바위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염풍화(鹽風化)다. 염풍화 작용에 의해 파이고 구멍 난 바위는 기기묘묘하다.

‘풍화’는 지표면에 노출된 암석이 그 자리에서 비바람을 맞아 차차 부서져 변질해 가는 과정·작용이다. 교육과 정치의 힘으로 풍습을 잘 교화시키는 것도 풍화(風化)이다.

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다(君子之德風)’고 했다. 윗사람의 덕은 바람과 같고 아랫사람은 그의 풍화를 입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풍화에도 오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집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장소인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여름의 능파대.

타포니는 구성광물의 입자 크기가 큰 화강암에서 더 잘 만들어 진다. 능파대 일대의 기반암은 복운모 화강암이다. 이 화강암은 선캄브리아가기 변성암류의 관입(유동성 마그마가 지층 속에 침입해 굳어지는 현상)으로 형성된 암석이다.

문암해안 앞 돌섬이었던 능파대는 바다에서 파랑작용으로 유입되고 문암천에서 공급된 모래와 자갈이 섬 뒤편에 쌓여 육지와 연결됐다.

현재 능파대 남측경계를 따라 문암2리 항구가 들어섰고 섬과 문암해안을 연결하는 ‘육계사주’에 취락이 형성돼 ‘육계도(陸繫島)’ 원형은 거의 볼 수 없다.

▲ 이의숙 ‘능파대기’

문암2리 마을에서 바다 쪽으로 150m 가면 능파대 앞쪽에 ‘서낭당 바위’가 있다. 주민들은 마을의 질병과 사고를 예방하고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옛날부터 정성 들여 성황제를 지내오고 있다. 성황제 날짜는 해마다 음력 1월 13일로 고정돼 있지만 마을에 큰 부정(不淨)이 있으면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제사 비용은 집집마다 정성껏 각출한다. 어물은 앞바다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쓴다. 문어, 열갱이, 오징어포 등과 탕을 올린다.

안태복 문암2리 이장은 “서낭당에서 절 몇 번 하고 갯바위 쪽 서낭당바위로 이동해 정성을 올렸다”며 “예전에는 크게 지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간소하게 음식 마련해서 지낸다”고 말했다. 또 “아주 옛날부터 날짜가 음력 정월 열사흘날로 박혀 있고 조상들이 해 오던 성황제인 만큼 계속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능파대 인근에 문암해변, 백도해변, 문암리선사유적 등 명소가 많다. 카페와 펜션 등도 지척에 있다.

▲ 홍경모 ‘능파대기’

# 옛 사람들도 반했다

능파대에는 봉래 양사언의 필적을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문이 남아 있다.

조선후기 문인이자 문신인 관암 홍경모(1774~1851)는 ‘능파대기’에서 “암면에 새겨져 있는 능파대 세 자는 양봉래(楊蓬萊)의 글씨이다”라고 했다. 반면 해동암각문연구회는 “능파대 암각문은 1631년 간성현감 이식과 신익성이 함께 능파대에서 시를 짓고, 신익성이 글씨 쓴 것을 음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능파대의 규모는 현재의 모습보다 더 크고 웅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암2리의 옛 지명은 괘진(掛津)이다. 김광섭 향토사학자는 “마을에 바위가 많아서 파도가 걸린다고 해서 걸 괘(掛)자를 써서 괘진이라고 했다”며 “능파대의 명소는 ‘관음굴’로 바위 고랑으로 파도가 달려와 부딪치는 모습이 흰눈 같아 아름다운 곳인데 위험하다며 ‘삼발이’로 그 입구를 막아 뛰어난 광경을 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옛 문인들은 능파대를 보는 자는 보는 자는 ‘얼떨떨한 기쁨’만을 알 뿐, 그 까닭을 모를 것이라고 했다.

▲ 방탄소년단(BTS)이 화보집 ‘2021 윈터 패키지’를 촬영한 장소인 고성 능파대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다. 암각문.

이재 이의숙(1733~1805)은 1771년 가을에 지은 ‘능파대기’에서 “작은 돌산이 육지에 기대어 머리가 큰 바다로 들어가니 이르길 능파대라고 한다. 야릇한 것이 나선형 같고 공교한 것이 벌레 먹은 것 같으며 무늬는 귀신을 본뜬 것 같고 만 가지 오묘함이 섞여있다.… 어찌 바다의 신은 무슨 연유로 저것을 만들어 즐기며 바라보고 있는가. 보는 자는 얼떨떨하게 기쁨만을 알 뿐이고 그러한 까닭은 모르는 바이다”라고 했다.

돌에 부딪쳐 흩날리는 파도는 흰 눈 같다. 능파대의 멋은 기묘한 바위와 파도가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나온다. 조상들은 능파대의 매력을 잘 알았다.

관암 홍경모는 “능파대는… 해안가에 삼라만상을 깎은 것 같아 해금강과 같은데 더 기괴한 괴석이다. 모두가 검은색으로 그 형태는 치아와 잇몸 같고 골짜기처럼 깊다. 구멍이 움푹 패여 술잔과 같고 구유와 같으며 혹은 고래껍질과도 같으며 혹은 좀벌레가 파먹은 것 같다. 또한 사나운 곰이나 우마와 같은 모양인데 솟구쳐 달리고 치달으며 서로 발굽과 다리가 교차하며 다투는 기이한 모습이 그 숫자를 셀 수가 없다. 옆의 석굴로 파도가 나가고 들어오며 부딪치는 것이 포성과 같고, 흩날리는 것이 눈색(雪色)과 같으니 역시 볼만해 삼척의 능파대에 볼만큼 미치니 망연자실할 따름이다”라고 ‘능파대기’를 통해 극찬한 바 있다.

화천 이채(1745~1820)는 1771년(영조 47) 가을 금강산, 설악산 등지를 유람하고 ‘만경대’라는 한시를 남겼다.

…겹겹이 쌓인 돌이 천태만상을 이루니/이 모두 괴이한 얼굴을 하고 있다네/혹은 벌집에 버금가고/혹은 부처의 머리처럼 우뚝 솟았네/놀란 파도가 항시 넘나들어/갈아내 자연히 굴을 만들었네/바람이 불어오면 구멍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고/해가 솟으면 끓어오르는 모습을 만드네/때때로 파도가 산처럼 치솟아/하늘에서 서리와 눈을 품어대니/어디 이것이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인가/기묘한 기교는 귀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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