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답변에 "집권하면 없던 일" 쓴소리
1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 '차기 정부 미디어 정책' 토론회
공영방송 지배구조·미디어 정부기구·OTT 정책 양당 공약은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18일 한국방송학회 주최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개선 방향과 바람직한 정책 제언'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향후 주요 미디어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양당 미디어 정책 담당자들은 투표일까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공약으로 답답함을 낳기도 했다.
성동규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은 자신을 “폴리페서”라고 소개한 뒤 공영방송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과 관련해 “워낙 복잡하고 정치 영역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당에서) 다양한 법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내가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능력 밖이다. 명확하게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또한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 TV토론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 답을 내놓지 않았다.

성동규 위원장은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게 방송법이라고 한다”면서도 “본질적으로 방송법에 아주 모호하고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공적 영역과 상업적 영역의 분리가 (법 개정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공영방송은 정치적 독립성이 우선 회복돼야 한다”면서 “MBC는 '스트레이트' 김건희 방송으로 스스로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편향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KBS를 향해서는 “수신료 인상은 여전히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부 혁신 없이는 변할 수 없다”고 했으며 “영국 정부가 BBC 수신료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화두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나”라고 되물으며 KBS 역시 향후 수신료 폐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허욱 더불어민주당 미디어·ICT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영방송이 독립성·공정성 논란으로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넘어 세계적 공영방송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공영방송은 공적책무협약을 통해 지위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신료를 포함한 재원 확보 노력과 내부 혁신 노력은 병행되어야 한다”면서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성동규 위원장이 답변을 피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과 관련해선 “여야 모두 이사 증원(13명)에는 합의한 것 같다”고 밝힌 뒤 “민주당은 이사후보추천국민위원회 100명을 통한 이사 선임안(정필모 의원 대표발의)과 여당·야당·방송통신위원회·방송사 노사·미디어관련단체 등의 추천을 통한 이사 선임안(전해숙 의원 대표발의)이 있다”고 설명했다. 둘 중 어떤 안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에 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어떻게 개편하겠다는 건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이재명 후보는 과거 (공영방송 거버넌스에) 배심원제나 공론화위원회 도입 입장을 밝혔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집권하면 다들 없던 일이 된다”며 정치권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미디어 관련 정부기구 개편방안의 경우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성동규 위원장은 “독임부처와 공영미디어위원회 이원적 구조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의 미디어 관련 기능을 디지털 미디어 혁신부(가칭) 중심으로 통합하고 합의제 기구인 공영미디어위원회에서 지상파·종편의 인·허가를 담당하는 안을 제시했다. 성 위원장은 그러나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겨도 민주당이 180석인 상황에서 국회 차원 동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본질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허욱 수석부위원장은 “어느 한 가지 방안을 선택하기 어렵다. 2008년 방통위가 미디어·ICT 통합 모델로 규제와 진흥 기능을 합쳤지만 최시중 시절 독임제로 종편 4사를 허용해주고 시장을 왜곡했다.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독임제 부처 선호가 민주당 내에서도 높다”고 했는데, 동시에 “방통위가 공영미디어위원회로 존재할 경우 게토화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매우 애매한 입장을 냈다.
이와 관련 김희경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 학술교수는 이미 방통위가 게토화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통위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상 지상파 인허가, 종편 재승인 업무만 하고 있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방통위의 현 시스템이 큰 문제”라면서 “지금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가 아니라 종속적인 대립제 기구”라고 지적하면서 정부 기구 개편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OTT 플랫폼과 관련해 허욱 수석부위원장은 “미디어 시장 활성화와 규제의 형평성에 정책 방향을 맞춰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 공정경쟁·이용자 보호 차원의 통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OTT에 대응하고 국내 OTT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OTT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도 지원해야 하고 망 사용료 문제, (글로벌 OTT) 과세 문제도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했으며 “현재 정부 차원에서 과기부, 문체부, 방통위가 법안 신설로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규 위원장은 “국내 콘텐츠의 넷플릭스 흥행은 독이 든 성배다. 성공사례가 쌓여갈수록 한국 미디어산업은 죽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OTT가 빠른 속도로 방송을 포섭하고 있다. 정부의 콘텐츠 지원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건 플랫폼 영역이다. 해외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둔 국가적 지원 정책이 그려지지 않고서는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구체적 계획을 만들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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