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37조 시장 車 반도체도 만든다.. 삼성·TSMC에 도전장

박진우 기자 2022. 2.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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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자동차 파운드리 전담 조직 신설
자동차 MCU 등 만드는 이스라엘 타워 인수
삼성-테슬라, TSMC -엔비디아 구도에 도전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가 최근 열린 인텔 투자자 행사에서 웨이퍼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인텔 제공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통해 자동차용 반도체를 만들겠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각) 선언했다. 이를 위한 자동차 반도체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지난해 3월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회사(IDM) 중 하나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특정 산업군을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의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 진출 선언으로, 업계에서는 현재 심각한 공급난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또 자율주행·전기차로 대표되는 첨단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업계 선두인 TSMC와 삼성전자와 치열한 고객사 쟁탈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최근 미국 오하이오에서 진행한 투자자 행사에서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공식 발표했다. 인텔 측은 “자동차 반도체의 총 시장규모(TAM)는 10년 후 현재의 거의 두 배인 1150억달러(약 137조5000억원)로 예상된다”라며 “파편화된 공급망과 기존의 공정 기술은 증가하는 수요와 컴퓨팅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미국 오레곤 인텔 공장에서 작업자가 반도체 생산을 살피고 있다. /인텔 제공

인텔은 자동차 반도체 파운드리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가 요구하는 엄격한 품질 수준을 구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반도체는 성능도 성능이지만, 극한의 환경을 견뎌내야 하는 기술적 과제가 있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반도체는 오작동 등으로 큰 사고는 물론,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 측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IFS)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여러 유형의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컨트롤러(MC)에 최적화된 공정과 기술, 고급 패키지 등으로 자동차 반도체가 요구하는 것을 충족할 것이다”라고 했다.

인텔이 3년 만에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면서 기존 강점을 지닌 데이터센터, PC 등의 분야가 아닌 자동차 반도체를 처음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자회사인 모빌아이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자동차 파운드리에 있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 역시 모빌아이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현재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겪고 있는 반도체 공급난의 대부분은 첨단 반도체가 아닌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 않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이다. 이 반도체의 전 세계 공급 절반 이상은 TSMC가 맡고 있다. TSMC는 주로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상 공정으로 해당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첨단 미세공정으로 불리는 10㎚ 이상 자동차용 반도체는 아직 수요가 제한적이다. 인텔의 자동차 파운드리 진출이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할 결정적인 움직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의 인텔 공장. 인텔은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인텔 제공

업계 관계자는 “인텔 자동차 파운드리 전담 조직이 첨단 공정을 지향하고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인텔의 자동차 파운드리 진출 선언으로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하기 보다는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나 인텔은 기존의 자동차 반도체 시장에도 적극성을 보이는 중이다. 최근 54억달러(약 6조4500억원)에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인 타워 반도체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 7~8위 파운드리 회사인 타워는 45~250㎚ 공정으로 자동차용 무선주파수(RF), 센서 등과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CIS) 등을 만든다. 6인치(150㎜), 8인치(200㎜), 12인치(300㎜) 웨이퍼(반도체 원판)로 반도체를 만들지만, 주력은 8인치다.

인텔은 지난해 세계 4위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를 300억달러(약 35조8600억원)에 인수하려고 했으나, GF가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하면서 그 대안으로 타워에 주목했다. 자동차 반도체가 주로 8인치 웨이퍼로 생산되는 만큼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자동차 산업은 요구 기술 수준이 엄격한 만큼 공급망에 들어가기도 어렵다. 인텔은 타워가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고객사를 이용해 첨단 자동차 반도체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스라엘 미그달에 위치한 타워 본사. /타워 제공

인텔은 파운드리 생산 기반을 미국 2곳(애리조나, 오하이오)에 짓기로 하고, 유럽 등에도 추가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인텔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2021 현장에서 110조원을 들여 유럽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에 신호를 준 것이다”라고 했다.

인텔의 자동차 반도체 시장 진입은 파운드리 업계에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업계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에 긴장감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전자의 경우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반도체를 7㎚ 공정으로 생산하고, 세계 3위 자동차 생산 회사인 현대차그룹과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TSMC 역시 기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다수를 점유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칩을 생산하는 등 첨단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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