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의 온테크] 탄소 뿜는 AI? 탄소 줄이는 AI!

안경애 2022. 2.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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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온실가스 감축량 <자료:KT>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내부 전경 <MS 제공>

사람의 뇌 무게는 남성 1350~1500g, 여성 1200~1250g 정도로 체중의 약 2%에 그치지만, 하루에 쓰는 칼로리는 350~450㎉로 전체의 20~25%에 달한다. 디지털 세상의 '브레인'인 AI(인공지능)도 만만치 않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AI를 학습시키고 가동하는 전 과정에 전기를 쓰다 보니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 데이터센터를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 가운데 글로벌 연구자들과 기술기업들이 탄소를 줄이는 '그린 AI'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 실력이 올라갈수록 탄소도 더 많이 뿜는다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가 최근 발간한 '대한민국 디지털路 회복전략 시리즈' 보고서에 따르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탄소배출 감축이 글로벌 AI 분야의 화두로 등장했다. NIA는 미래 위기 극복과 재도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디지털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 이 보고서에 각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담았다.

AI는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더 많은 탄소를 만들어낸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은 2019년 6월 발표한 논문에서 AI 자연어 처리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약 284톤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5대가 평생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맞먹는다.

오픈AI가 공개한 GPT-2, GPT-3 같은 고성능 AI는 기존 AI 모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그 결과 더 많은 탄소를 만들어낸다. 오픈AI가 2020년 6월 공개한 범용 AI인 GPT-3는 학습 과정에서 기존 GPT-2 모델보다 100배 많은 컴퓨팅 리소스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와 탄소 배출량이 덴마크 가정 126가구의 연간 소비량 및 배출량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한 연구에서는 AI 언어처리 모델을 구축한 후 GPU(그래픽처리장치)가 27년 동안 계산해야 하는 분량을 6개월간 학습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약 35톤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사람이 평생 내뿜는 탄소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한다.

문제는 AI가 진화할수록 그 양이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AI에 사용되는 리소스는 매년 3~4배씩 증가할 전망이다. AI가 생산하는 데이터량이 인간이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아지는 2030년 이후에는 AI가 지구 환경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탄소 다이어트' 나선 빅테크들

이 때문에 거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탄소 줄이기가 절대적인 과제가 됐다. 이메일을 한 번 보내는데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스트리밍 영상을 1시간 동안 보면 자동차가 1㎞를 달릴 때와 비슷한 탄소가 발생한다. 이런 작업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써서 작동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의 3.6%를 차지한다.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술투자와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9곳에서 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다. 아마존이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200건이 넘는다. 이를 통해 생산된 전력은 사무실부터 유통매장,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에 공급된다. 2025년까지 사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게 아마존의 목표다. 이는 기존 목표였던 2030년보다 5년 앞당긴 것이다.

구글은 2030년까지 클라우드 사업 탄소제로화를 공식 선언했다. 이를 위해 대형 배터리 시설과 원자력 기술, 그린수소, 탄소포획 기술 등 차세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체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 전력 생산자와 구매계약을 맺어 쓰고 있다. 구글 데이터센터의 백업 전력은 배터리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또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은 탄소 배출이 낮은 지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구를 위한 AI'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 18개주와 5개국에서 6GW(기가와트) 상당의 풍력과 태양광 사업 계약을 맺고 있다. 사업활동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모두 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앞으로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들의 모든 공급망과 비즈니스 여행, 근로자들의 출퇴근까지 탄소제로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덜 쓰도록 진화하는 AI

아예 AI의 작동 구조를 바꿔서 에너지를 덜 쓰고 탄소도 덜 배출하도록 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MIT는 탄소 배출을 덜 하는 딥러닝 신경망 연구와 알고리즘을 고안해 GPU 사용 시간과 전력 소비를 크게 줄였다. MIT 연구팀이 사용하는 IBM의 슈퍼컴퓨터는 초당 2000조 번의 계산이 가능하지만 탄소 배출은 기존보다 1000분의 1수준으로까지 줄인 친환경 슈퍼컴퓨터다.

AI를 개발할 때 알고리즘 설계부터 에너지 효율을 염두에 두거나, 꼭 학습에 필요한 컴퓨팅 리소스만 쓰도록 하는 시도도 이뤄진다. 효율적인 데이터 학습과 매개 변수 수집, 불필요한 학습 줄이기, 에너지 효율적인 하드웨어 사용 등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AI 학습을 클라우드에서 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배출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세계적인 AI 연구기관 밀라연구소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하버포드칼리지, 머신러닝 협업 플랫폼 Comet.ml은 코드카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I 연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자동 포착해 모든 실험 과정과 여러 프로젝트 전반에서 발생되는 배출가스를 추적, 기록, 시각화하는 시도다. 실제 코드에 삽입하면 탄소발생량을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개발자들이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요소들도 시각화해준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보다 간소하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최저 수준의 배출가스가 발생하는 곳에 서버를 배치하고 시스템에 가장 효율적인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 과학자들은 알고리즘 훈련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최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AI로 인한 탄소배출 감소만큼 중요한 것은 AI가 탄소저감의 핵심 툴로 쓰일 것이란 점이다. 진화된 AI는 각종 산업활동과 일상생활, 에너지 생산·유통·소비 생태계에 적용돼 인류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이미 하기 시작했다.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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