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때 5% 금리가 어디냐" 새벽 6시 새마을금고로 달려갔다
“1만원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예·적금이 있으면 달려갈 겁니다.”
간호사 김모(29)씨는 최근 주식에서 뺀 돈을 은행에 넣으려고 예·적금 상품을 살펴보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반 정기 예금은 까다로운 우대 금리 요건을 다 충족해도 2%대에 불과하고, 간혹 보이는 5% 이상 적금은 계산해 보니 만기 시 손에 쥐는 이자가 푼돈에 불과했다.
예컨대 최고 연 5.50% 금리를 내세우는 하나은행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은 월 20만원까지만 납입할 수 있어 1년 만기 세후 이자가 6만489원이다. 김씨는 “우대 금리를 받으려면 주택청약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그래봤자 치킨 몇 마리 값밖에 못 남긴다 생각하니 우울하더라”고 했다.
이처럼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대되고 있지만, ‘찔끔’ 오른 은행 예·적금 때문에 불만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이런 틈새를 뚫고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의 5%대 특판 예·적금이 등장했는데 줄줄이 조기 마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추위 뚫고 ‘오픈런’, 알람 맞춰 총알 가입
지난주 서울 신촌 새마을금고에선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손님이 몰리는 것)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닷새간 하루 120명 선착순으로 오프라인 판매한 최고 연 5%대 특판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강추위를 뚫고 아침부터 몰렸다. 월 납입 최대 한도가 50만원이라 1년 만기 시 이자는 13만7475원(세후) 정도다. 그런데도 핫팩과 패딩으로 중무장한 직장인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 직장인은 인터넷에 올린 가입 후기에서 “아침 6시 40분에 도착했는데도 벌써 12명이나 와 있더라”고 했다.
7일 서원주 신협이 특판으로 내놓은 무조건 연 5% 적금은 5시간 만에 한도 100억원이 소진됐다. 이 상품은 월 납입액이 10만~300만원으로 비교적 높고, 가입 기간도 최장 60개월까지 정할 수 있어 만기 시 높은 실질 이율을 기대할 수 있었다. 주부 박모(46)씨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서, 휴대전화로 알람을 맞춰놓고 ‘땡’ 하자마자 모바일 앱에 들어가 가입했다”고 말했다. 마산 무학신협이 지난 14일 판매한 최고 연 5.7% 적금(월 납입액 최대 500만원)은 한도 40억원이 7시간 만에 소진됐고, 2월 중 매주 주말(토·일)에만 가입할 수 있었던 서울 동작 신협의 연 5.6% 적금은 2주 만인 지난 13일 조기 마감됐다. 신협 관계자는 “단 4일간 들어온 계약 건의 만기 시 지급금을 환산해보니 1576억원이나 돼 급히 판매를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은 입출금 통장 개설부터 가입까지의 과정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이렇게 조기 ‘완판’을 이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알음알음 홍보되는 신협 특판 상품이 전국 단위로 인기를 끌자 신협 내부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재테크의 여왕 슈엔슈’ 블로그를 운영 중인 금융상품 전문가 박현욱씨는 “2금융권 상품이라 불안해하는 일부 재테크족들은 예금자 보호를 받는 5000만원에 맞춰 월 납입액을 조정하기도 한다”며 “이런 품을 들일 필요 없이 1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상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40·50 불만 나오는 은행 예·적금
5대 은행의 정기 예금은 최근 한 달 새 11조8410억원이나 늘어날 정도로 은행으로의 ‘역(逆)머니무브’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수신 상품은 찾기 어렵고, 이벤트성으로 출시되는 고금리 특판마저 주로 20·30대를 겨냥하다 보니 40·50대 고객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최고 이율 적금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 타깃이다. ‘은행 첫 거래’ ‘만 18~38세 이하’ 등 조건이 달려있다. 여기에 월 납입액이 많아야 50만원, 만기는 1년으로 짧아 목돈을 만들려는 중년 재테크족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주부 박모(46)씨는 “얼마 전 최고 연 9~10%대 이자를 준다는 청년희망적금 출시 소식을 듣고 부러우면서도 소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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