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코로나 3년째, 장애인 대책은 여전히 '준비 중'
① "코로나 검사도 받기 어려워" 장애인들의 호소
② 목숨 건 장애인의 격리..확진자가 아내 돌보기도
③ 전국 절반이 '0건'..격리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유명무실
④ 코로나 3년째, 장애인 대책은 여전히 '준비 중'
2020년 4월 20일, 코로나19 국내 발생 석 달. 이른바 '1차 대유행'을 막 지나고 국내 총 확진자 수가 열 명 안팎일 무렵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재난의 크기는 모든 이에게 평등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이나 취약한 분들에게 재난은 훨씬 가혹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감염병은 해묵은 불평등을 일깨웠다. 각자의 조건은 판이했다. 조금 불편을 감내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장애인'이라고 명명된 계층이 그랬다.
다른 이들과의 '접촉'이 필수적인 장애인들의 삶. 타인과 '거리 두기'를 하고 '격리'하라는 감염병 정책. 둘의 괴리를 생각해 보면 장애인들에게 감염병 국면은 가혹할 수밖에 없다.
■ 장애인 치명률 3.5배…코로나 첫 사망자도 장애인
건강 상태만 봐도 장애인은 감염병에 더 취약하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 조사를 보면 장애인 열에 일곱은 만성 질환을 갖고 있다. 기저 질환은 코로나19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들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비장애인보다 3배 이상 높다. 게다가 시설에 모여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집단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그는 경북 청도의 한 병원에 20년 이상 입원해 있던 60대 남성이었다. 만성 폐 질환이 있는 정신 장애인이었다.
몸무게는 4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기간 폐쇄 병동에서 생활한 망자가 제대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장애인 감염병 대책을 수립하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 지켜지지 않는 '장애인 감염병 매뉴얼'…"예산이 없다"
정부가 '매뉴얼'을 만든 건 2020년 6월이었다. 2021년 4월에는 내용을 보강해 새로운 지침서도 냈다.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119쪽 분량이다. 장애인이 감염병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했고,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기술했다. 격리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활동 지원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11쪽), 자택이나 의료 기관, 격리 장소 등에 이동이 필요할 때 특별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8쪽)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격리된 장애인은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자가격리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 유명무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기도 어려웠다. (“전동휠체어 몰고 보건소로”…코로나 검사도 어려운 중증장애인들) 자치단체의 역할과 행동 요령만 매뉴얼에 담았을 뿐,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뤄진 문답을 보면 상황이 더 쉽게 이해된다. 코로나19 상황에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는 최혜영 의원의 요구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산이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최혜영 의원: (장애인) 음압 격리병동을 서둘러 설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덕철 장관: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 그런데 이게 지금 예산이 확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요.
최혜영 의원: (장애인 거주시설 등에) 신속 항원검사키트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덕철 장관: 예, 저희들도 공감합니다. (...) 그런데 지금 현재 예산이 없는 상황이라서... (후략)
- 2022년 2월 7일, 제393회 국회 제1차 보건복지위원회 중
■ 코로나 3년째인데…장애인 대책 "준비 중입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자치단체 차원의 대책도 요구했다.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장애인의 날이었던 2021년 4월 20일, 광주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광주광역시에 '구체적인 감염병 대응 방안'을 세우라며 정책 요구안을 제출했다. 네 줄짜리 서면 답변이 왔다. 방문 검사를 실시하고, 국립재활원 등에 장애인 병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 확진된 몸으로 중증 장애인인 아내를 돌보다 아내까지 확진된 김형국 씨는 광주광역시에 대책을 세우라고 직접 민원을 제기했다. 답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김 씨는 "코로나19 3년째인데 이런 원론적인 답변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중증 장애인들은 격리하면 죽으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 "장애인은 어떻게 감염병에 취약해져 왔는가?"
장애인들은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에 따라 큰 폭으로 바뀐 방역 정책도 걱정이다. 확진자가 무섭게 늘고 있는데, 나를 돌보던 활동지원사가 확진되지는 않을까? 스스로 증상을 관찰하며 치료하라는데, 의사소통과 이동에 제약이 있는 내가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
차원이 다른 불안 속에서 장애인들의 정신 건강은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블랙'으로 향하고 있다. 국립재활원의 지난해 6월 조사를 보면, 코로나 감염에 '매우 많이 걱정한다'고 답한 장애인은 41.6%로 비장애인보다 2배 넘게 높았다. 불안과 우울감을 '매우 많이 느낀다'는 비율 역시 배에 달했다.
국가가 모든 개인의 삶을 완벽히 책임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개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잊혀서는 곤란하다. 모두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의 터널 속에서 유독 더 질식감을 느끼는 장애인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고 외치고 있다.
그간 장애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국가 정책의 우선적인 고려 대상에서 밀려났으며, 재난 시에는 그 존재가 잊혀져왔다. (...) 이제 우리 사회는 더 늦기 전에 “장애인은 왜 감염병에 취약한가”라는 질문을 멈추고 “어떻게 장애인이 감염병에 취약해져 왔는가”를 물어야 한다.
- 전근배(2020), <국가의 거리 :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삶, 그 현황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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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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