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SOS 외면한 KBL, 뒤늦게 리그 중단..엉망진창 프로농구
[스포츠경향]

결국 사고가 터졌다. KBL이 코로나19 확진 사태 속에서도 원칙 없는 경기 진행을 강행하다 결국 ‘강제 중단’ 사태를 맞았다.
KBL은 16일 “20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3경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16일 원주 DB-전주 KCC, 17일 서울 삼성-서울 SK, 20일 창원 LG-삼성전이 연기됐다.
프로농구는 당초 국가대표 A매치 기간을 위해 18일부터 휴식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20일 LG-삼성전은 지난달 삼성의 대거 확진 사태로 추가 배정된 경기다.
그러나 각 구단에 확진자가 속출해 15일 현재 46명이 확진을 받았다. 매일 확진자가 나오는데도 “자체 매뉴얼상 문제 없다”며 경기를 진행해오던 KBL이 갑자기 리그를 중단한 것은 결국 전날 터진 대형 사고 때문이다. 지난 15일 경기한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16일 대거 확진을 받은 것이 결정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5일 선수단 전원 PCR 검사를 진행했다. 선수 1명이 아침에 심한 고열 증세를 보여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오자 선수단 전체 검사를 실시했다. 나머지는 모두 음성을 받았으나 현대모비스는 만일의 경우를 고려해 모두 PCR 검사까지 추가 진행했다. 그 결과 2명이 확진을 받았고 스태프 1명 포함 6명이 ‘재검사 필요’ 통보를 받았다.
경기 시작 약 2시간 전 결과를 받은 현대모비스는 즉시 KBL에 경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KBL은 허가하지 않았다. KBL은 16일 “확진자와 양성자만이 경기 제외 대상이고, 현대모비스의 재검 대상 선수들은 신속항원검사에서 모두 음성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외할 수 없었다. 그러면 엔트리 구성이 가능해 경기 연기 사유가 될 수 없어 진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PCR 검사 결과 ‘재검 필요’는 음성인지 양성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니 다시 검사받으라는 뜻이다. 위험성이 충분하고 재검 대상 다수가 양성 판정을 받는다. KBL은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인 선수에게만 PCR 검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구단이 알아서 조심하고자 PCR 검사를 진행한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중앙에서 정확히 상황을 컨트롤 해야 할 KBL이 자신들이 만든 작은 ‘룰’에만 매달리느라 위험 상황임을 알린 구단의 구조 요청을 무시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경기하게 된 현대모비스는 D리그 선수 2명까지 울산으로 호출했지만 경기 직전 다른 1명이 또 심각한 고열증세를 보이는 바람에 엔트리 12명에 1명이 모자랐다. 선수가 부족하자 아침에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받은 선수의 이름을 엔트리에 기재했다. 이 선수를 경기에 투입하지는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현장에서 경기감독관에게 물었지만 ‘아무나 넣으라’고 해 그 선수 이름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요청에도 경기를 진행하도록 한 KBL은 정작 스스로 경기 투입 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신속항원검사 양성자’가 엔트리에 포함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경기 중 부랴부랴 수정 조치에 들어갔다.
결국 현대모비스의 재검대상자 6명 중 5명이 16일 오전 PCR 재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열제를 먹고 뛴 선수들도 있었다. 깨끗했던 현대모비스 1군에는 졸지에 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상대 팀 SK 선수단도 대거 확진 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KBL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해도 되느냐”는 구단의 질의에도 “안 된다”고 했다. SK 선수들과 현대모비스의 다른 선수들도 이날 확진 선수들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경기한 셈이 됐다.
16일 오전 이 사실이 알려지자 KBL은 느닷없이 휴식기까지 남은 3경기를 모두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KBL이 그동안 꾸역꾸역 경기를 강행한 데 대해서는 현장의 모두가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가 속출한 이후에도 리그 진행에 대해 KBL과 구단 간 교감 과정도 전혀 없는 상태다. 한 구단 관계자는 “프로배구는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자 긴급이사회를 열고 리그 중단을 논의하지 않았나. 농구는 전혀 없다. 불통이다”고 아쉬워했다.
참다 못한 선수들도 SNS를 통해 선수와 팬들을 위험 속에 방치하고 경기를 강행하는 KBL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허훈(KT), 최준용(SK)등 리그를 끌어가는 톱스타 선수들이 목소리를 냈고 KBL은 결국 사고가 터지자 중단했다. 너무 늦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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