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환자 휴지통에 용변보게 한 정신병원..인권위 "환자 과도한 격리는 인권침해"

윤기은 기자 2022. 2.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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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감금을 나타낸 이미지. 픽사베이


지난해 2월 손목 상처 봉합수술을 받은 후 한 정신의료기관에 응급 입원한 A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병실에 격리됐다. 병원은 병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후 격리환자가 플라스틱 휴지통에 용변을 보도록 했다. 병원은 27시간이 넘도록 단 한차례도 배설물을 치우거나 밀폐하지 않았으며, 격리된 공간에서 환자가 식사하도록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환자를 과도하게 격리한 정신병원 원장에게 환자 격리와 강박은 치료목적을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범위에서 시행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지난 8일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환자들의 신체부위가 CCTV에 노출돼 인격권 및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고, 세면기와 환기시설이 갖추어진 화장실을 제공할 것도 요청했다.

이번 진정은 A씨의 동생 B씨가 “병원이 피해자를 격리·강박하는 과정에서 양 손목 봉합수술 부위가 터졌으며, 피해자에게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격리실에서 용변을 보게 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했다.

해당 병원은 코로나19 대응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실에 입원시켜야 했고, 피해자의 정서가 불안정하고 공격적이어서 자·타해 위험도 있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또한 피해자의 양 손목에 자해 상처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피해자가 격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다른 환자와 의료진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강박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강박 기간 중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은 유감이며, 환자의 용변 처리 모습이 CCTV에 노출된 것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병원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확인 전까지 피해자를 격리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으나, 피해자에게 격리의 근거와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봤다. 또 병원이 피해자의 손목 상태를 점검하거나 수술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의 자·타해 위험을 예단해 양 손목과 발목을 강박한 행위는 헌법 제12조에 명시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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