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뷰①] 1년 3팀, "아내한테 고맙죠" 여름이 밝힌 등번호 '18번' 의미

[인터풋볼] 박지원 기자= 커리어 첫 18번. 여름에게 있어 이 등번호는 사연이 깊다.
여름은 올해 10년차를 맞이한 베테랑 미드필더다. 그중에서 광주FC에서만 8시즌을 보냈다. K리그 통산만 219경기였고, 승격의 기쁨을 2차례나 함께 누렸다. 자연스레 '원클럽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여름은 2021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기게 됐다. 9년 만에 이적이었고, 행선지는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합류하자마자 남기일 감독의 선택을 받으며 1~7라운드까지 모두 출전을 알렸다. 문제없이 정착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FC서울 유니폼을 입게 됐고, 시즌 종료 후엔 인천 유나이티드와 서명하게 됐다.
이렇듯 여름에게 있어 지난해는 격동기였다. 한곳에서만 긴 생활을 이어갔던 여름에게 매우 낯선 시간들이었다. 모든 것이 도전이었고, 새로웠다. 그 과정에서 뜻대로 흘러가지 않기도 했으며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인터풋볼'은 여름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광주에서 제주, 제주에서 서울, 서울에서 인천까지. 여름은 인터뷰 내내 각 클럽을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밝혔다.
또한,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준 아내에게도 깊은 인사를 전했다. 자신의 옆에서 성심성의껏 돕고, 지지를 보내준 아내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기도 했다. 'No.18' 여름에게 있어 가장 특별한 번호가 됐다.

[여름 선수 인터뷰 ①편]
Q. 이제 10년차입니다. 롱런하는 데 있어 특별한 몸 관리 비법이 있을까요?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웃음) 저는 기본에 충실하고자 해요. 저녁에 일찍 자고, 또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는데 보양식이에요. 아내가 밥을 해주면 정말 힘이 나요. 그걸 잘 먹고, 필요한 약도 많이 챙겨 먹으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그만 챙겨 먹어라' 할 정도로 먹고 있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건 안 하려고 해요. 아무래도 게임을 좋아하는 선수들은 의자에 오래 앉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뒷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은 안 좋아해요. 몸에 해가 되는 것은 피하려고 합니다."
(아내가 해주는 음식 중 뭐가 맛있나요?) 한식, 일식 등 안 질리게끔 다양한 음식을 해줘요. 특히 제가 한식을 좋아해요. 돼지고기 김치찌개, 만둣국, 떡국, 소꼬리찜을 맛있게 잘해줘요. 스키야키와 같은 일식도 훌륭해요. 나이가 많지 않은데도 많이 신경써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해요.
Q. 지난 시즌 격동기를 겪었습니다. 광주에서만 뛰다가 제주, 서울을 거쳐 인천까지 오게 됐어요. 심정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아내한테 제일 미안해요. 저 때문에 이사를 3번이나 해야 했어요. 와이프 몸이 좋지 않아서 건강을 찾으려 제주를 갔어요.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러다 인천까지 오게 됐죠. 지금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아내는 제주에 내려가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거기에 신혼집이 있거든요. 서울에서는 오피스텔에 살았는데 그것도 처리해야 해요.(웃음) 아내한테 가장 미안해요."
"광주에선 변화가 필요했어요. 주장을 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거든요. 선수들한테 가장 미안했어요. 시민구단이다 보니 다른 팀에 비해 지원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 상황에도 잘해주려고 한 것에 감사한 부분이 있지만, 잘 안돼서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또한, 광주에서 최고 성적을 내면서 욕심이 생겼어요. 더 늦기 전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도 나가고 싶고, 시상식도 가보고 싶었어요. 선수는 꿈을 꾸어야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광주 팬들께 죄송하지만 제주로 이적하게 됐죠."
Q. 꿈을 갖고 제주로 갔네요. 생활은 힘들지 않았나요?
"커리어 9년 만의 이적이었어요. 처음에 적응하는 데 정말 힘들었어요. 제 성격이 당차지 못하고 소심한 면이 있다 보니 모든 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였어요. 가자마자 선발로 뛰다 보니 그런 것도 있었죠. (기존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군요.) 프로 선수라면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냉정하게 해야 맞는 건데 안 됐어요. 제가 월등한 선수도 아니었고, 실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수들이랑 늦게 가까워졌어요."
"그러다 서울에 계셨던 박진섭 감독님께서 불러주셨어요.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게 되니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러나 아내, 주변 사람들과 논의를 해보니 '언제 서울에서 뛸 수 있겠어'란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은 K리그를 대표하는 팀이잖아요."

Q. 박진섭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이 클 것 같아요.
"그렇죠. 박진섭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과연 서울이 날 찾아줬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서울엔 잘하는 선수는 많지만 저와 같은 유형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절 원하셨던 게 아닐까 해요. 처음 간 날부터 파이팅하려고 했어요. 제가 그것 말곤 잘하는 게 없어서요.(웃음)"
"박진섭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요. 정말 능력이 있으신 분인데 서울에서 상황적으로 맞지 않다 보니 떠나시게 됐어요. 서울로 절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단 말 전하고 싶어요. 서울에서 수고하셨고,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 믿어요. (당시에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 바뀌고 첫 운동을 하는데 멘털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프로 선수니까 티내지 않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도 힘들었던 건 사실이죠."
Q. 이적할 당시 서울은 위기였어요.
"다행히도 서울에서는 적응하는 속도가 빨랐어요. 운동장에서 활발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가자마자 주변에 (박)주영이형, (기)성용이형께서 계셨는데도 파이팅하자고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당시 서울이 침체된 분위기였고, 그걸 바꿔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린 선수들이랑 장난도 치고, 다가가려고 했어요."
"그러다 부상을 당했어요. 아프다고 쉬기에는 박진섭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어요. 도움을 드리고자 하다 보니 아파도 참게 됐어요. 그러다 안익수 감독님께서 오셨고, 성남FC전에서 근육에 문제가 생겨서 후반에 교체되어 나왔어요. 수원FC전은 감독님께서 '가서 30분 정도만 뛰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셨어요. 경기 종료 후엔 근육이 다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2~3달 가까이 쉬고 몸을 올리다가 시즌이 아쉽게 끝났어요."
"6개월만 있었지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서울 팬들께 감사해요. 떠날 때 서울 팬 사이트에 가서 글도 남기고 나왔거든요.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Q. 인천으로 오게 된 배경을 알 수 있을까요?
"제 계약 기간이 1년 정도 남았었어요. 서울에 남을 생각도 있었죠.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있는데 인천에서 원한다는 것을 에이전트를 통해 들었어요. 계약 기간을 좋게 제안해주셔서 흔들렸어요. 선수로서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좋은 기회를 주셔서 오게 됐습니다."
Q. 인천에서 등번호 18번의 의미는 뭔가요?
"아내가 저 때문에 작년 한 해 동안 고생을 많이 했어요. 프로 생활을 하면서 아내를 위해 이렇다 할 만한 것을 해주지 못했어요. 아내 생일이 18일이에요. 그래서 18번을 했어요.(웃음) 올해 제가 잘해야 인천에 오래 있을 수 있고, 아내가 번거로운 일을 안 할 수 있기에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아내도 알고 있어요?) 처음엔 말을 안 했어요. 나중에 알려줬더니 되게 좋아했어요. 그래서 뿌듯했어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은퇴할 때까지 18번을 하려구요."

②편에서는 인천 위주의 인터뷰가 진행됩니다.
사진= 인천 유나이티드,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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