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필드의 맹수'를 꿈꾸는 그대에게!

[골프한국]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감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최상위 포식자인 맹수들의 사냥 장면이다.
사자나 치타 표범 등 이른바 먹이사슬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맹수들의 사냥은 결코 맹수답지 않다. 이들은 아무리 굶주려도 마구잡이로 사냥하지 않는다.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덤벼서는 결코 먹잇감을 구할 수 없음을 체험으로 터득한 때문이리라.
아무리 연약한 사냥감이라 해도 이들은 드러내놓고 먹잇감에 다가서지 않는다. 물론 성체를 사냥감으로 삼는 무모함도 없지만 약한 사냥감을 점찍어 놓고도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답답할 정도다.
멀리 있으면서도 먹잇감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기회를 엿보다 사냥감을 정한다. 먹잇감에 접근할 때도 풀숲에 몸을 낮추고 소리 없이 다가가 인내심을 갖고 공격하기 좋은 기회를 엿본다. 이때의 끈기와 인내는 인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회가 왔을 때 전광석화처럼 온 힘을 다해 먹잇감으로 달려가는데 이 순간 맹수의 움직임은 집중과 몰입의 절정을 보여준다. 먹잇감을 잡고 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맹수의 모습은 결정적 사냥의 순간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쏟고 집중했는지 보여준다.
시베리아 호랑이나 알래스카 곰들의 사냥 장면에서도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그렇게 당당한 호랑이가 사냥에 나서서 먹잇감을 발견한 이후의 행동은 소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추앙받는 호랑이의 기개는 찾아볼 수 없다.
성급하게 다가서지 않고 상대방이 눈치채지 않게 몸을 웅크리고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다리고 있다가 살금살금 소리 없이 접근한다. 끈기 있게 기다리며 먹잇감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를 포착해 번개처럼 몸을 날려 먹잇감을 덮친다.
자신 덩치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먹이일지라도 호랑이는 결코 '너는 내 먹이다'라는 자신감으로 나서지 않는다.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도 무모하게 힘을 소모하며 추격하지도 않는다.
우둔해 뵈는 곰들도 의외로 영리하게 먹잇감을 사냥한다. 연어가 회귀하는 강에서는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도 하지만 설원에서 먹잇감을 사냥할 때의 소심함과 용의주도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맹수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고서는 결코 맹수의 속성을 드러내지 않고 조심하고 소심하며 우직할 정도로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한다.
골퍼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맹수의 겸손함과 조심성, 인내심이 아닐까.
맹수의 특성을 이해하고 난 뒤 톱 클래스의 골프선수들을 보면 너무도 맹수를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내로라는 골퍼들이야말로 맹수들이 지닌 지혜를 터득하고 실천하는 '인간 맹수'들이 아닐까.
겸손하며 냉정하고, 덤비지 않고,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위해 실력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기다리고, 순간의 성공과 실패에 결코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 등은 맹수다움을 잊음으로써 진정한 맹수가 되는 것과 너무도 흡사하지 않은가.

예외적으로 존 댈리나 타이거 우즈, 브라이슨 디섐보처럼 맹수의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먹잇감을 잡아채기 위해 달려드는 골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승수를 꾸준히 쌓는 골퍼일수록 진정한 맹수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간단없이 연습을 하는 프로선수들이 이럴진대 기량도 떨어지고 연습도 게을리하는 아마추어들이 눈앞의 먹잇감에 성급하게 달려든 결과는 물으나 마나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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