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머지플러스 경영진 '환불대란' 직전에도 횡령금 수천만원 교회 헌금
[경향신문]
교회에 5억여원 헌금·1억여원 대여
‘67억 횡령’ 용처 담긴 공소장 입수

대규모 환불 중단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수천억원대 피해를 안긴 머지플러스 대표 일가가 회삿돈 수억원을 교회 헌금·대여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머지플러스 대표 일가의 공소장을 보면, 권보군 머지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머지플러스 자금 156억원을 관계사인 머지오피스로 유출한 뒤 67억원을 남매인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횡령했다. 67억원 중 권 대표 계좌로 들어간 돈은 13억6000만원, 권CSO 계좌로 들어간 돈은 53억3000만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권CSO는 이 돈으로 2020년 4월5일부터 지난해 8월8일까지 서울 소재 A교회에 5억1900만원에 달하는 헌금을 납부했다. 또 A교회 목사 B씨와, B씨가 사내이사로 있는 교회 산하기업에 억대 자금을 빌려줬다. 권CSO가 2020년 11월20일부터 지난해 7월11일까지 빌려준 돈은 총 1억6900만원이다.
헌금과 대여금 지급은 지난해 8월11일 발생한 이른바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태를 목전에 두고도 이어졌다. 권CSO는 지난해 7월 6차례에 걸쳐 A교회에 9000만원을 헌금했다. 같은 달 A교회 산하기업에 1억원을, 이 회사 사내이사인 B목사에게 4000만원을 빌려줬다. 8월에도 A교회에 2000만원을 헌금했다. 머지플러스 ‘환불 대란’이 발생하기 3~4일 전이다. 권CSO는 회삿돈으로 지인과 가족에게 억대의 생활비를 지급한 혐의도 있다. 2019년 8월5일부터 2021년 7월 5일까지 7억9080만원을 가족생활비로,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8월 초까지 5억9719만원을 지인 생활비로 송금했다. 검찰은 회사의 누적 적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권CSO가 회삿돈을 빼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B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에서는 이 기부금이 횡령과 관련한 금액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권CSO가) 횡령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억대의) 기부금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기업가 입장에서는 기부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6900만원을 빌린 데 대해서는 “교회 산하기업은 교회 발전을 위한 연구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곳의 연구를 위해 빌린 금액”이라며 “차용증을 작성하고 대여했다”고 말했다. 권 남매 측 법률대리인은 횡령 혐의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답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머지플러스는 머지포인트의 운영사이며, 머지포인트는 편의점, 외식 체인점을 비롯한 전국 2만개 제휴 가맹점에서 ‘무제한 20% 할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머지플러스는 높은 할인율로 회원 수를 100만명까지 모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을 밝히면서 ‘머지런’ 사태가 발생했다. 8월11일 머지플러스는 머지머니의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도 축소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소비자 수백명이 본사로 몰려가는 환불 대란이 벌어졌다. 권 대표와 권CSO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횡령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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