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한금융 채용비리 핵심관계자, 재판 중에도 관계사 부사장으로 '승진'
[경향신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65)이 은행장이었던 시절 인사부장을 하면서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돼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핵심관계자들이 신한금융 관계사에서 각각 부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 처벌을 받은 관계자들이 관계사 임직원으로 기용되는 것은 금융권에서도 이례적이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모 전 신한은행 인사부장(56)은 올 1월1일자로 아시아신탁 부사장에 취임했다. 아시아신탁은 2006년 설립된 신한금융의 부동산신탁사로서 신한금융지주 지분율은 60%다. 이 부사장은 앞서 부동산 투자자문업을 하는 신한리츠운용의 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5년 하반기~2016년 하반기 청탁 대상자 및 부서장 이상 자녀 19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2018년 9월17일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1월22일 열린 2심에서 벌금 15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이 부사장의 전임자인 김모 전 신한은행 인사부장(56)도 2021년 3월22일자로 모기지파트너스에 부사장(사내이사)로 등기했다. 모기지파트너스는 신한은행 전속 대출모집법인으로 신한금융지주 및 계열사 인사가 대표 등 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신한금융의 사무관리 계열사인 신한아이타스의 임원도 역임했다.
김 부사장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청탁 대상자 등의 자녀 34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이 부사장과 함께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6월·집행유예 2년·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6월·집행유예 1년·벌금 2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이들의 부하직원들도 재판에 넘겨져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모두 신한은행에서 정상 근무하고 있다. 2016년 하반기에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2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은 김모 전 신한은행 채용팀장, 2015년 하반기~2016년 상반기 범죄 혐의로 벌금 300만원형을 받은 박 전 신한은행 채용팀 과장은 현재 각각 지점장급과 차장급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위성호 전 사장(64·전 신한은행장)과 함께 신한카드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전 인사부장(55)도 지난해 말 신한카드 부사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신한금융은 4년 전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경향신문 2018년 4월9일자 1·3면 보도)된 후 금감원 조사를 받고 검찰이 그 해 9~10월 조 회장 등 개인 7명과 신한은행 법인을 재판에 넘겨지자 “채용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도 “저부터 스스로 부족함이 없는지 돌아보겠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채용비리 핵심 피고인들이 관계사 부사장까지 오른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신한금융 임직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해 ‘선처’를 호소한 점을 이들에 대한 감형 사유 중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신한은행장을 맡았고 2017년 3월 신한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2020년 1월 1심에서 징역 6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그 해 3월 연임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상고했고 조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도 연임에 성공했는데 부하 직원들만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퇴사 처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구속까지 됐던 인사부장 출신 인사들이 40대 명예퇴직자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그룹 관계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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