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 보내는 글 /반명숙

반명숙 ㈜자연지애 대표이사 2022. 2. 15. 22: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많은 강점 가진 여성 CEO..과감한 결단력·실행력 필요
고통 이겨내야 성공 한발짝..보장된 삶보다 도전 택하길


여성 CEO들이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기업 생태계에서 혁신의 주역이 되기 위해 기업가 정신은 참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오랫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보면 여성 기업가들은 리더십, 계획수립 능력, 기업경영의 유연성, 이성적 판단 등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과감한 실행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1988년 유통업, 기업판촉물, 기업 PR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OEM으로 제조하여 기업에 판매해 왔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적자원과 근무했던 회사의 도움으로 사업이 그냥 저절로 잘 되는 줄 알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이라는 고난을 겪고 보니 인적자원의 범주를 뛰어 넘어 기회를 추구하는 일련의 혁신적 사고와 행동이 부족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면서 누구의 도움 없이 새롭게 홀로 서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배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꿈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이 필요했기에 새로운 브랜드 ㈜자연지애(화장품)를 설립하였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오로지 연구와 신제품 개발에 힘쓰면서 해외진출(신시장 개발)에 사활을 걸고 온 힘을 쏟았습니다. 소기업은 혼자의 힘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KOTRA(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협회, 부산시 산하 경제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등의 기관에서 지원하는 해외전시회를 빠짐 없이 열심히 뛰어 다녀 2014년 라오스 비엔티안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아직 개발이 더딘 라오스를 택한 이유는 인도차이나 반도 6개국의 물류의 중심지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로사항과 문제점은 많았지만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저 혼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시련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주어진다는 말을 믿으며 최선을 다한 결과 2호점까지 오픈하면서 KOTRA에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업으로 이름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그냥 운이 좋아 성공하는 법은 없습니다. 누구나 경험할 만한 고통은 이겨내야 성공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작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IMF 환란 때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습니다. 바이어들과의 계약은 줄줄이 취소가 되었습니다. 어렵게 계약을 성사한 두바이에는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제품을 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었고,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두바이와 계속 연락하면서 물류비가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기다려봤지만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부터 두바이엑스포(다음달까지)가 열리게 됐고 KOTRA의 지원으로 한국우수상품전시회(Korea Innovation Fair 2022 in Dubai)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협의해 오던 두바이 지사 문제를 해결해 두바이 아시아나호텔 1층에 자연지애 간판을 걸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감개가 무량하고 상담을 하기 위해 바이어들이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면서 환희의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부산도 반드시 2030엑스포를 유치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열심히 상담한 결과 중앙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바이에서는 필자 개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부산이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큰 힘이 됐습니다. 2030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두바이를 방문한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부산 기업인들의 부스를 직접 찾아와 어려운 상황을 들어준 뒤 응원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모두 부산의 미래를 위해 뛰고 있던 상황이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부산의 미래와 부산의 발전이라는 커다란 꿈을 위해서는 부산 기업인과 부산시가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작지만, 소중한 결론을 두바이에서 얻었습니다.

필자는 두바이에서의 도전과 결실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고 깨달았습니다. 계산된 위험은 감수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꿈을 꿀 것이며, 이루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은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마침내는 그 실패를 경험 삼아 꿈꾸던 곳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여성 기업인들에게 보장된 삶보다 도전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부산에는 필자보다 능력 있고 더 큰 꿈을 가진 여성 기업인들이 많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에도 망설이지 말고 도전한다면 커다란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앞으로 코로나19의 혼란이 끝난 뒤 다 같이 새 힘을 내어 도전하고 도약하는 시간을 기대합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