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아니었네"..컴공과 '2030 교수님' 귀한몸 된 사연
컴공 33세 vs 전체평균 39세
IBM·MS등 기업출신이 절반
서울대·카이스트·울산과기원
외부서 젊은 전문가 영입경쟁
산학 인적교류 더 빨라질듯
15일 포스텍에 따르면, 지난해 이 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선임된 두 신임 교수 나이는 각각 30세와 28세였다. 올해 역시 35세의 젊은 교수가 임용됐다. 최근 5년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에서 신규 채용한 교수들 평균 연령은 33.6세(임용 당시 나이 기준)로 같은 기간 포스텍 전체에서 채용한 신임 교수들 평균 연령(39.4세)에 비해 6세 가까이 어리다.
수년간 젊은 교수들의 채용이 이어지다 보니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의 전체 평균 연령(46.2세) 역시 포스텍 전체 교수들의 평균 연령(50.6세)에 비해 4세 이상 젊어졌다.
컴퓨터공학(옛 전산학과)은 대부분 수학과와 응용수학과 내에 소속돼 있다가 1980년대 중반부터 분리됐다. 약 40년으로 역사가 짧은 학문인 동시에 빠르게 변하고 있는 분야다. 교수들이 젊어지는 이유 역시 컴퓨터 보안·컴퓨터 이론 등을 넘어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증강현실 등 컴퓨터공학에서 다루는 연구 분야가 산업의 변화에 맞춰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주요 컴퓨터 관련 학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젊은 교수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역시 지난해 신규 교수 3명을 임용했는데, 이 중 두 명이 30대의 젊은 교수였다. 하순회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장은 "일부러 젊은 교수들을 골라서 뽑으려고 하기보다는 전공 적합도를 봤을 때 새로운, 젊은 교수들의 기여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최근 5년간 컴퓨터 관련 학과 신임 교수 평균 연령이 38.2세로 전체 신임 교원 평균 연령(44.7세)에 비해 6세 어리다. 전체 신임 교원들의 평균 연령이 36.1세로 젊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도 컴퓨터 관련 학과 신임 교수 평균 연령은 34.5세로 1.6세 낮았다. 카이스트는 컴퓨터 학과 관련 신임 교수 평균 연령(37.4세)이 전체 신임 교수 평균 연령(37.8세)에 비해 소폭 낮았다.
연구 분야가 산업의 흐름과 직결되다 보니 학계보다는 '실전 경험'이 있는 기업 출신 교수 채용이 선호되는 것도 주요 추세다. 포스텍이 최근 5년간 채용한 컴퓨터공학과 신임 교수 14명 중 절반(7명)은 삼성전자와 IBM, 마이크로소프트, 현대자동차 등 기업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출신이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AI 등 학교에 필요한 새로운 분야의 교수들을 추가로 임용하기 위해 국내외 주요 기업에 근무 중인 박사급 인력을 많이 접촉했다"며 "특히 이 분야를 비롯해 신진 분야는 실무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학교에 오면 더 현장감 있는 교육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UNIST 관계자도 "현재 컴퓨터공학과 전임 교원 15명 중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산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 등에서 시작된 변화가 대학의 상아탑을 무너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세상에 관심을 갖지 않고 전문연구 등 지식 생산에만 초점을 뒀던 대학이 역으로 산업의 변화에 맞춰 젊은 기업 출신 인재를 앞다퉈 고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업과 대학 간 인력 교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기업인들과 학계에서는 대학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기업 출신 교수들의 채용이 거론된다. 이현순 두산 고문은 "독일은 교수들이 기업 출신이고, 기업 경험이 있다 보니 원하는 것을 교수가 잘 안다"며 "한국도 산업과 학계 간 벽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새봄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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