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분리 안돼..'신변보호 여성' 살해 또 못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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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했던 여성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경찰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도 개편했지만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지 못한 셈이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지난 11일 스토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하면서 가해자의 신병 확보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 비극을 막지 못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은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거나 잠정조치 4호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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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범행 이틀전 영장 반려 논란
스토킹 여성 살해후 극단선택
경찰, 구속영장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후 풀려나 보복
"가해자와 즉시분리 위해
사법당국 공조·제도 절실"

15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용의자 조 모씨(56)의 시신을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야산에서 발견했다. 별도로 타살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씨는 전날 오후 10시 서울 구로동 호프집에서 전 연인이던 김 모씨(46)를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스마트워치로 호출한 뒤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구급대는 김씨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살해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사건 당시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목소리를 들었다"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 호프집을 살펴보니 김씨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한 남자가 목 부분에 상처를 입고 앉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이 스토킹 피해자를 가해자에게서 분리하는 조치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김씨는 조씨를 폭행·특수협박 혐의로 서울 양천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곧바로 김씨를 신변보호 대상으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또 김씨는 같은 날 오후 5시 조씨가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또다시 신고했다. 조씨가 지속적으로 김씨를 찾아와 위협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인 12일 경찰은 강간 등 여죄를 조사했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을 적용해 조씨를 입건하고 이날 새벽 4시 30분께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에는 조씨가 지속적으로 김씨에 대해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던 정황이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풀려나는 데까지는 9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오후 1시 경찰이 조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반려했던 것이다. 경찰은 풀려난 조씨에게는 스토킹처벌법에 근거해 긴급응급조치1·2호를 적용했다. 조씨는 김씨로부터 반경 10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고 전화 등 통신기기로도 접촉이 금지됐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찾아가 저지르는 범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 시도가 불발되면서 피해자를 원천적으로 분리하지 못한 데 따른 참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한 것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씨가 이미 수차례 스토킹 행위를 벌인 만큼 검찰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첫째로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판단이 잘못됐다"며 "검찰이 경찰의 판단을 믿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이 스토킹 범죄 현장 대응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을 때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고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발부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법조계는 경찰이 즉각적으로 스토킹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경찰은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거나 잠정조치 4호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영장과 잠정조치 4호 모두 검찰과 법원의 결정이 필요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초동조치에 따라 사람의 생사가 갈린다"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못해 살인이 일어나는 제도적 사각지대를 빨리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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