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이제 회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손현진

손현진 동아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2022. 2.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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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수는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위기감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이 정도의 위협 혹은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난다 해도 견뎌낼 수 있는 경험이 쌓인 데다, 앞으로 몇 개월이 지나면 이 위기도 끝이 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19의 끝이 무엇인가에 대해 전세계 과학자들이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사회적 행정적 학술적 의미의 ‘끝’에 대한 정의로 수렴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위험이 추가로 하나 더 생겼지만 이제는 관리 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할 때가 끝이다. 코로나19를 더 이상 위협이나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수용 가능한 위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미 사회적 의미에서의 코로나19의 끝은 보이기 시작했다.

행정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재난으로 최고의 위기 단계인 ‘심각’ 단계가 해제되는 날이 그 끝이 될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브리핑을 매일 듣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세계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가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해제하는 순간일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사회적 기준보다 더디게 찾아올 것이다.

학술적으로는 재난 이후의 회복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할 때가 끝이다. 위기는 끝났지만 사회적 재난으로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다시 이전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나타나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큰 파고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그 파고가 지나가고 난 이후의 회복에 대해 지금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반드시 오게 될 또 다른 신종감염병에 대비해서 우리가 잊지 말고 논의해야 할 것을 세 가지 정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보건소를 포함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확충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시민이 공감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 돌봄이다. 코로나19 유행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요양원과 요양병원, 장애인 시설, 정신질환자 병동 등이었다. 그 수많은 시설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그들을 코호트 격리라고 하여 그 시설에 그대로 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 분들 중 많은 사람들은 조금의 의학적 도움과 돌봄의 손길이 있으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분들이다. 이번 코로나19의 회복 과정에서 시설 중심의 수용이 아니라, 그간 논의만 있고 지지부진 했던 지역사회 돌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

세 번째는 데이터의 중요성이다. 최근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오미크론 변이 유행의 정점이 몇 명쯤 될지, 정점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이러한 예측을 하는 연구팀이 10여 개 정도 있다. 문제는 결과로 내놓는 예측의 범위가 매우 넓고 한 달 이상의 긴 기간은 예측력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실력이 모자라는 탓이 아니다. 데이터가 매우 부족해서 그렇다.

최근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발간한 뉴스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 이미 감염된 사람들의 비율, 예방접종률, 예방접종 시기에 따라 낮아지는 보호효과, 각국의 병상 준비 정도, 검사 역량 등 이제는 국가별로 상황이 매우 달라 각국의 상황을 반영한 유행 예측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국외 데이터를 많이 참고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직접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부족하니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데이터가 미래의 석유라고 하지만 아직은 그 중요성에 비해 기반은 매우 약하다. 다음 신종감염병 유행에서는 다른 나라의 데이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말고 우리가 직접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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