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족 돌봄 청년' 실태조사 나선다..지자체·병원·학교 안정망 구축
[경향신문]
정부가 가족을 간병하거나 부양하는 청소년·청년들,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또 기존 복지체계에서 누락됐던 가족 돌봄 청년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병원, 학교를 중심으로 전담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가족 돌봄 청년은 장애, 정신·신체 질병, 약물 등 문제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으로, 해외에서는 ‘영 케어러’라고 부른다. 이들은 진로·생계·돌봄이라는 큰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과거엔 ‘소년소녀 가장’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들은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복지 대상자로 분류조차 되지 않아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굶겨 죽음에 이르게 한 22살 청년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중·고등학생, 학교 밖 청소년, 대학생, 일하는 청년들을 대상(34세까지)으로 전국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또한 기존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통해 기획 발굴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대상이 특정되면 기초생활보장제 생계·의료·교육급여, 긴급복지지원, 노인장기요양보험, 재난적 의료비 등 기존 복지 제도와 연계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신규 시범사업도 벌인다. 행정·법률 업무 지원을 위해 마을 행정사·마을 변호사를 연결하고, 자기 계발 시간 확보를 위해 기존 돌봄 서비스의 지원 기준을 완화하거나 시간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관리체계 마련을 위해 자자체, 병원, 학교를 연결해 공적 안정망을 구축한다. 병원은 의료사회복지사, 학교는 교육복지사 및 교육복지 담당자가 상담을 통해 가족 돌봄 청년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 복지·정서지원 등을 제공하고 지원 가능한 유관기관과 연결한다. 지자체에서는 학교, 병원 등에서 발굴된 대상자들에 대해 각종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긴밀한 연계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실태조사와 시범사업을 토대로 향후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공적 돌봄을 제도화할 특별법 마련 등의 법제화도 검토한다. 이수완 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기존에는 ‘돌봄 대상자’를 위주로 했지만, 이번 대책은 ‘돌봄 제공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첫 번째 접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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