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줄기세포로 물고기 로봇 만들었어요"

신수빈 기자 2022. 2.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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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용 하버드대 연구원 인터뷰
"과학은 다들 어렵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무언가로 보여주고 싶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게 됐어요."

줄기세포면 줄기세포, 로봇이면 로봇인데 왜 하필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이길용 하버드대 연구원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과학을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지난주 한국 연구진이 공개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입니다. 인간 줄기세포로 심장 근육 조직을 만들었고, 이 조직으로 물고기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배터리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이 로봇은 길게는 4달 정도 살아 움직였습니다. 로봇 물고기에 대한 '사이언스' 논문이 나온 11일, JTBC는 화상 인터뷰로 제1 저자 이길용 연구원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봤습니다.
이길용 하버드대 연구원팀이 개발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의 모습.

Q. 왜 '줄기세포'로 로봇을 만드나요?
줄기세포는 원석 같은 존재예요. 그걸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중에서 특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심장 세포로 유도한 다음에 그걸로 인공심장이나 다른 장기들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로봇 물고기는 그 중간 과정의 연구입니다.
지금까지 기계는 철 같은 금속으로 많이 만들었는데, 그건 사람들이 금속의 성질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아직 세포 같은 생체 물질에 대해선 그만큼 완벽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체 물질로도 더 정교한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Q.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어떻게 움직이나요?
물고기 모양 판 양쪽에 심장 근육 조직을 하나씩 붙였어요. 그리고 심장의 박동을 조절하는 페이스 메이커 조직인 '지 노드(G-node)'도 하나씩 붙였죠.
심장은 한쪽 근육이 수축하면 그 조직에서 수축했단 걸 인지하고 그다음엔 다시 늘어나요. 그러면서 심장 근육이 수축, 이완을 반복할 수 있죠. 이 원리를 로봇 물고기에 적용했어요. 로봇 물고기 한쪽 면에 붙인 심장 근육이 수축하면 반대쪽이 이를 감지하고 이완하고, 반대로 또 반복하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거예요. 이런 방식으로 줄기세포 로봇 물고기는 1초에 3번 정도 꼬리를 흔듭니다. 이전에 나왔던 줄기세포 로봇보단 10배 정도 빠르고, 실제 물고기의 움직임과 효율이 비슷한 수준이에요.

Q. 이 물고기 로봇을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인공심장이나 몸 안을 돌아다니는 건강 모니터링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일단은 이번 물고기 로봇이 심장 줄기세포로 할 수 있는 가장 최첨단의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심장을 모사한다고 해도 특정한 하나의 기능을 모사하는 데 그치는데, 저희는 두 가지 기능을 모사하고 있습니다. 이게 인공 심장을 만들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고기 로봇을 더 작게 만들면, 사람 몸 안에서 돌아다니는 센서 로봇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질병이 있으면 알려줄 수 있는 이런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겠죠. 이 로봇은 자기 세포로 만든 거라 부작용 걱정을 덜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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