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평정 노리는 신세계, IFC 품을까
인수 시 '스타필드·조선호텔' 등 시너지
4조원 넘는 가격이 관건..완주 여부 관심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신세계의 시선, 여의도로 향하다
신세계가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그동안 여의도에 이렇다 할 점포를 두지 않았습니다. 이마트가 들어와 있지만 규모는 작습니다. 대신 여의도 근처인 영등포에는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 있습니다. 롯데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는 여의도에 롯데슈퍼 한 곳뿐입니다.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영등포에는 롯데백화점이 있죠. 여의도는 유통 업체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있는 입지는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금융기업들만 가득했던 여의도에 잇따라 상업 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입니다. IFC는 초고층 오피스동 3개동과 콘래드 호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63빌딩이 여의도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IFC가 일정 부분 그 역할을 물려받은 모양새입니다.
이런 IFC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IFC를 소유하고 있는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은 IFC 1차 본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신세계가 뛰어들었습니다. 신세계는 그동안 부동산 개발 관계사인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부동산 투자에 나서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필드'입니다. 전국 요지에 스타필드를 세울 기회를 늘 엿보고 있습니다.
신세계의 이번 IFC 1차 입찰 참여 소식에 업계에서는 '스타필드 여의도'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며 무척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일 신세계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신세계는 서울 강남에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이어 여의도에도 또 하나의 스타필드를 세울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이런 가정은 신세계가 IFC를 최종적으로 인수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거든요.
왜 여의도인가
우리나라의 모든 돈이 몰린다는 여의도는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입니다. 많은 금융기업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주거 지역보다 상업 지역이 더 많습니다. 여의도는 주거가 주된 목적인 곳이 아닙니다. 여의도의 경제도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주말이 되면 여의도에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항까지 지하철이 연결되고 여의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IFC에 있는 IFC몰도 이런 수요를 타깃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결정적으로는 지난 2021년 초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 세운 '더현대 서울'이 큰 몫을 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여의도 지역에 잠들어 있던 쇼핑 수요를 깨우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반대로 오프라인에 힘을 실은 더현대 서울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그 결과 주말이면 텅텅 비었던 여의도에 쇼핑을 하려는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더현대 서울 오픈 직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사실을 자신의 SNS에 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작년 더현대 서울은 약 6000억원 중반대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작년 현대백화점 전체 16개 점포 중 매출액 기준으로는 5위입니다. 오픈한지 불과 1년여 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신세계도 이런 점을 눈여겨봤을 겁니다. 여의도 상권의 변화와 더현대 서울의 성공 등은 신세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이것이 신세계가 여의도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시너지는 충분…문제는 '가격'
IFC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더현대 서울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만일 신세계가 IFC 인수에 성공한다면 현대백화점 코앞에 신세계 스타필드를 세우는 셈입니다. 마치 영등포에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큰 길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묘하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더현대 서울과 상품이나 매장 구성 등은 다르겠지만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더불어 이번에 매물로 나온 IFC에는 콘래드 호텔도 포함돼있습니다. 신세계가 인수한다면 신세계가 운영하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스타필드 신규 출점은 물론 호텔까지 운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입니다. 여기에 여의도 쇼핑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더현대 서울의 독주도 일정 부분 막아설 수 있습니다. 여러모로 시너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현재 IFC의 가격은 4조원이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초대형 딜입니다. 신세계 혼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현재 신세계는 예전부터 여러 번 손발을 맞춰왔던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이번 인수전에 나섰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IFC를 인수할 경우 신세계는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싱가포르계 투자사인 ARA코리아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리츠, 마스턴투자운용-NH투자증권, 코람코자산운용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들 IFC를 인수할 자금 조달 능력이나 그동안의 투자 성과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곳들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과 신세계 입장에서는 이들과 상대해야 하는 점도 부담입니다.
완주할까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이번 IFC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할지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2차 본입찰은 오는 14일로 예정돼있습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1차 입찰에서 이지스자산운용과 신세계가 제시한 가격에 비해 더 높은 가격을 써낸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딜의 규모가 큰 만큼 가격이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신세계에게는 불리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2차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가격이 워낙 높은 탓에 자칫하다가는 재무구조에 부담을 줄 수도 있어서입니다. 신세계는 이미 작년에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딜을 진행했습니다. 그 탓에 조직 내 피로도가 높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인수 시 시너지는 충분하지만 무리하면서까지 인수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면 신세계가 2차 본입찰에도 참여해 인수전을 완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여의도의 핫플레이스에 스타필드를 들여놓을 좋은 기회입니다. 또 IFC의 오피스동에는 현재 공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수한다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중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 밖에도 인수 시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부수 효과들을 감안하면 신세계가 완주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번 딜에 참여한 각 플레이어들은 현재 물밑에서 치열한 정보 싸움과 자금 확보 등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을 겁니다. 신세계도 마찬가지고요. 관건은 신세계가 가격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습니다. 과연 신세계는 더현대 서울에 맞불을 놓을 수 있을까요. 신세계가 어떤 행보를 가져갈지 무척 궁금합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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