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수행비서 황씨, 양정철 수행운전 했었다

정용인 기자 2022. 2. 1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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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주변 의혹인물 황 사장 아들 황씨, 윤·양 잇는 가교 역할 했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019년 11월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어익후(어이쿠의 온라인 유행어 표기)… 그리 말하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사람은 뭐가 되나.”

지난 2월 2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SNS에 기사를 링크하며 단 코멘트다. 기사는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김남국 의원이 “尹 같은 인간은 통장도 시키면 안 된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장했다는 기사였다. 윤석열 후보의 사드 추가배치 주장과 관련한 둘의 언급이었다.

김 의원의 코멘트는 비아냥이다. ‘당신들의 주장대로라면 당신들이 지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을 보는 안목이 틀렸다는 소리 아니냐’는 비꼼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말은 양가성을 갖는다.

지난해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말을 꺼내 들었을 때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기대를 받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내려앉았다. 일종의 환기효과였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문 대통령의 생각 내지 바람은 틀린 셈이다. 당시에는 윤 총장이 정치권에 나서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현직 검찰총장 출신으로 최초로 자신이 일원으로 참여했던 정권의 반대편에 있는 정당에 들어갔고, 또 대통령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지난 2월 10일 문 대통령은 오전에 열린 참모회의에서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가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전날 윤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 헌정사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대선 출마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부터 이른바 조국 사태, 그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끝에 퇴임하고 출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촛불 혁명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를 분석하고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조 전 법무부 장관과 추 전 장관이 이미 당시 사태의 전후 과정을 복기하는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펴냈지만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은 많이 남아 있다.

기자는 지난해 7월, 삼부토건을 매개로 한 윤석열 전 총장과 강원도 동해의 지인 황 사장의 석연찮은 관계를 다룬 기사를 썼다.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일정표를 통해 확인되는 것처럼 윤석열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를 이어준 심희리(무정스님)와 함께 자리하는 인물이 동해에서 전기공사사업을 하는 황 사장이었고, 황 사장의 아들 황모씨가 총장 사퇴 이후부터 최근까지 윤 후보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황씨는 김건희씨를 작은엄마, 윤 후보를 삼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캠프 구성원들은 윤 후보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는 황씨를 윤 후보의 먼 친인척쯤으로 여겼다.

황씨의 존재가 논란이 되자 당시 윤석열 국민캠프 측은 “황씨는 캠프에서 일하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황씨는 그러나 지금까지 캠프에서 후보 수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윤석열 선대위의 우승봉 대변인은 지난 1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제 친인척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가족처럼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아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씨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의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 30일 있었던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선대위 우 대변인은 지난 1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덜미를 잡은 사람은 확인해보니 황씨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코바나컨텐츠에 출입하며 지난해 12월 13일 기자들의 취재를 피해 김건희씨의 목덜미를 누르며 들어간 인사는 복수의 윤석열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역술인 심모씨로 확인된다. 2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는 “우리가 심씨를 황씨라고 생각하게 된 건 우리에게 혼동을 일으키고자 심씨가 일부러 황씨인 척 전화응대를 하고, 또 이후 보낸 텔레그램 문자 등을 통해서도 자신을 황○○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코바나컨텐츠에서 자신이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라고 주장하는 인사 사이에 강의 일정 조정을 위해 오고 간 텔레그램 메시지. 대화 속 사모님은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지칭한다. 역술인 심씨로 알려진 이 인사가 이명수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스스로 자신이 황○○이라고 사칭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제공


■ “황씨, 양 원장이 인턴으로 데리고 왔다”

윤 후보를 수행하는 황씨 관련 논란은 계속 이어진다. 윤 후보 수행 전 황씨의 정치권 경력 관련이다.

인턴으로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민주연구원 측에 따르면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민주연구원 측은 “황씨의 인턴 근무 시기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로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며 “황씨가 양 전 원장의 운전수행 뒤 검찰총장을 사직하고 정계에 뛰어든 윤석열 후보의 비공식 수행을 담당했다는 건 주간경향의 확인 요청을 받고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이후 여러 언론이 제기한 황씨 관련 논란도 언론보도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의 당사자가 과거 양 전 원장의 인턴으로 근무한 황씨와 동일인물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020년 3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나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영민 기자


중요한 건 양 전 원장이 황씨를 운전 담당 인턴으로 채용할 때 황씨 가족과 윤석열 총장 부부의 ‘특수한 관계’를 인지했느냐 여부다.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주셨다.”

지난 2020년 10월 21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때 이후 현재까지 그는 자신이 언급한 ‘적절한 메신저’가 누구였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세간에는 기수를 다섯단계나 추월해 검찰총장에 강력 천거한 사람도, 조국·추미애로 이어지는 장관과의 갈등과정에서 청와대를 향한 메신저 역할을 한 사람도 양 전 원장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뚜렷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복심(腹心)으로까지 불렸던 양 전 원장이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정권의 핵심관계자들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에 황씨가 차를 몰고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양 전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1년 후 그는 다시 대선 출마가 유력하던 윤석열 후보의 공식·비공식 수행을 맡아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황씨를 재직시절 민주연구원 인턴으로 채용한 경위를 묻고자 양 전 원장에게 여러차례 연락을 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황씨는 2월 9일 기자의 전화를 받고 “어떤 일로 전화하셨냐”고 물은 뒤 신분을 밝히자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끊었다. 재차 문자로 문의했지만 그는 답하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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