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RE100은 의무 조항?.."No, 민간 캠페인, 구글도 갈아타"

김문관 기자 2022. 2. 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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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생에너지 100%" vs 윤석열 "현실화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 "재생에너지 100%는 극단적 원리주의"
"RE100은 목적 아닌 수단..무탄소 100% CF100으로 가야"

지난 3일 대선 후보 첫 4자 TV 토론회 후 ‘RE100′과 ‘그린 택소노미’가 인구에 회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질문에 이 단어들을 몰라 되묻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여권의 공격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의 명칭이다. 그린 택소노미는 지속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를 뜻한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유럽연합(EU)이 2020년 6월 처음 발표했다.

이 후보는 토론회 중 이 단어들을 언급하면서 ‘재생에너지 100%’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과연 현실성이 있는 얘기일까. 조선비즈가 이 후보 및 여당 측의 주장과 전문가 진단을 중심으로 팩트체크했다.

지난 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2022대선 4자 대통령후보초청 방송토론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RE100은 ‘의무’ 아닌 ‘캠페인’...글로벌 기업 갈아타기도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지난 3일 첫 TV 토론에서 재생에너지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100%를 주장한 반면,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토론 중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RE100이 뭔가”라고 되물었다. 이 후보가 “재생에너지 100%”라고 설명하자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전 세계 유수의 기업이 이미 RE100을 채택해서 재생에너지 100%로 생산하지 않으면 (제품을) 공급 받지 않겠다고 한다”며 “이럴 때 재생에너지 포션(비중)을 늘리지 않고,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했다가 향후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발동되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그건 석탄의 경우”라며 “꼭 재생에너지만이 아니고 원자력이나 다른 전기 에너지들인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 에너지를 쓴다는 뜻이다. 그게 어떻게 재생에너지만으로 되나”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의 발언에 따르면 일견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RE100은 의무가 아닌 캠페인에 불과하다. 지난 2014년 영국 런던의 ‘더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라는 두 비영리기구의 합작으로 첫 시작됐다. RE100은 이처럼 비영리기구의 작품이다. 그런데도 기후위기라는 전세계적 난제 극복에 동참하겠다는 일념이 모여 RE100 열풍이 확산했다. 이후 구글, 애플, 인텔 등 약 349개 글로벌 기업과 국내 SK, 삼성, LG, 등 14개 기업이 RE100 캠페인에 참여했다.

문제는 RE100을 추진하던 중 이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태양광은 해가 뜨는 날만, 풍력은 바람이 부는 날에만 전기 생산이 가능해 다른 에너지 없이 순수하게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전기를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비용과 기술의 벽에 막혀 한계를 보였다. 이른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따라 RE100 달성은 실제 재생 에너지 100%와는 다른 방법으로 실현되고 있다. 어떤 기업이 RE100을 달성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이 100% 재생에너지로 발전된 전력이라는 뜻은 아니다. RE100을 달성했다고 인증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력은 대부분 전통적인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발전을 통해 공급된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소비전력에 해당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RE100을 달성했다고 표현할 뿐이다. 결국 순수하게 재생에너지로 100% 전기를 공급하는 기업은 빠른 시일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다.

한국과학기술원 정용훈 교수는 최근 ‘재생에너지(정확히는 재생전력) 100%(RE100)는’이라는 제목으로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기업에서 실제로 쓴 모든 전기가 재생전기라는 말은 틀렸다”며 “한전에 돈을 더 주면 재생전기 쓴 걸로 쳐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다른 지역 태양광에 투자하면 그 전기는 쓴걸로 쳐준다. 또 태양광 사업자와 계약해 전기를 구매하면 쓴 걸로 쳐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100에서 이탈하는 글로벌 기업도 있다. 정보기술(IT) 공룡 구글은 지난 2018년 기업의 핵심 에너지 정책을 CF100(Carbon Free 100%)로 재천명했다. CF100은 100%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를 이용한다는 내용이다.

심상정 정의당(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뉴스1

◇EU, 원전도 친환경 조건부 인정

아울러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EU(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라며 “(윤 후보가)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녹색분류체계를 말하는데 여기에 원전 포함시킬 거냐 말 것이냐 가 논란이다”라며 “우리나라는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중요한 의제라서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로 분류 될 수가 없다. 원전을 어디다 지을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후보가 “원전 입지 문제는 지금 여기서...”라고 말을 아끼자 이 후보는 “이미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다. 윤 후보는 “폐기물 처리 기술이 아마 신재생 에너지 고도화시키는 것 못지 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공방 도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EU의 택소노미가 원전을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는 “조건이 붙어있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선 후보들 4명 각각이 조금씩 다른 설명을 한 셈이다.

실제 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과 이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택소노미 최종안을 지난 2일(현지시각) 확정했다. 당초 EU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입장을 180도 선회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EU와 미국은 RE100 인증에 원자력, 특히 SMR(소형모듈원전)을 포함시키도록 법제를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U 집행위가 이처럼 원전을 친환경으로 인정하자 지난 10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신규 원자로 6기 건설을 골자로 하는 미래 원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여기엔 조건이 있다. 신규 원전이 친환경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와 예산,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규정안은 EU에서 공식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결국 “조건부 승인”이라는 이 후보의 말이 맞았던 셈이다. 아울러 “폐기물 처리 기술이 신재생 에너지 고도화 시키는 것 못지 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라는 윤 후보의 말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맞는 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동부 벨포르에서 원자력 발전용 증기 터빈을 생산하는 제너럴일렉트릭(GE)사 공장을 방문해 원전 미래 전략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전력 생산의 70%를 의존하는 원전 산업의 재부흥이 필요하다며 원자로 6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與, 재생에너지 100% 주장 vs 전문가들 “극단적 재생에너지 원리주의일 뿐”

토론회 후 여당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 100%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측 에너지책사인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RE100,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와 함께 “원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적었다. 토론회 직후인 지난 4일에도 “기후위기가 경제위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수출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얘기는 좀 다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들을 위해 글로벌 기업의 갑질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RE100 캠페인은 국가가 국내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할 규모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RE100은 정말 쉽다. 그러나 진짜 RE100(재생에너지 100%)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추구할 목표도 아니다”며 “진짜는 CF100(Carbon Free 100%)이다. 원자력과 재생을 조합해 무탄소 100%를 구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RE100은 CF100의 하위 개념에 불과하며 극단적 재생에너지 원리주의일 뿐”이라고도 했다. 그는 “원전 적정비중을 포함해 CF100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고, (설령 해외에서) RE100으로 납품장벽·무역장벽을 치면 우리는 원자력 포함 CF100으로 돌파해야 한다”며 “RE100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이므로 CF100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과감히 접근방법을 바꿔야 우리나라가 환경 및 경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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