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RM, 준호의 책장에는 어떤 책들이?.. 절판된 책도 부활시키는 '아이돌 셀러'
팬들 따라읽기로 책시장 들썩
#1. ‘단정하니까 이상한 책장.’
지난달 7일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이 문구와 함께 개인 책장 사진을 올리자, 트위터에서 팬클럽 아미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책장의 책 제목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마침내 미술관’ ‘미술관에서’ ‘내 아버지 박수근’ ‘서양미술사’ ‘한국 근현대미술사와 작가론’ ‘여백의 예술’ 등은 미술 애호가로서 그의 명성을 확인하게 해준다. 김애란의 소설집 ‘비행운’,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그의 소설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고동색 휘어진 책장은 스위스 출신 예술가 겸 건축가 피에르 잔느레의 작품 ‘피존홀 파일랙’. 그의 가구에도 관심이 많은지 책장엔 그에 관한 책 ‘잔느레 찬디가르’도 있었다. 이 책 리스트는 순식간에 트위터에서 ‘RM의 책장’으로 리트윗됐다.
#2. ‘2PM 준호의 책장’
지난달 8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아이돌 그룹 2PM 멤버인 이준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이 인기를 끌자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집을 공개할 때 비친 책장 속 책 리스트도 함께 공개된 것이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준호의 책장에는 ‘컬처 맵’ ‘규칙없음’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블록체인 트렌드 2020′ 같은 자기개발 서적부터 ‘동물농장’ ‘햄릿’ ‘1984′ ‘데미안’ 같은 고전, 그 외에도 사극을 준비하듯 ‘조선왕조실록’과 우주 과학의 바이블 ‘코스모스’까지 다양했다. 공개된 39권의 책 리스트는 준호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필수 목록이 됐다.
책장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 아이돌의 영향력이 출판 업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책장 속 책을 보고 팬들의 적극적인 독서와 공유로 이어지는 ‘팬덤 셀러(Fandomseller)’, 혹은 ‘아이돌 셀러(Idolseller)’ 현상이다. 굳이 책장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살짝 비친 책 표지, 공항 파파라치 샷 등에서 가방에 살짝 꽂힌 책 일부만으로도 다음 날 베스트셀러 순위가 들썩인다.
책 읽는 아이돌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건 RM이다. 그의 미술계 영향력은 익히 알려진 일. 그러나 RM이 산 예술 작품을 따라 사긴 벅차다. 반면, 책은 금방 따라 살 수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서점 반스앤드노블과 미국 문학 사이트 북 라이엇에는 ‘RM 추천 도서’ 코너가 생길 정도다.
RM은 절판됐던 책, 조용훈 청주교대 교수의 ‘요절’을 10년 만에 재발간하게 했고, 20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RM이 짜장면을 먹을 때 옆에 둔 책을 아미들이 포착해 따라 읽기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중섭, 손상기, 나혜석, 최욱경 등 요절한 예술가들에 대한 책이다. RM은 최근 의정부미술도서관에 자신의 책장에 있던 ‘이중섭 백년의 신화’ ‘삼중통역자 박래현’ ‘변월룡’ ‘유영국: 절대와 자유’ ‘이승조, 도열하는 기둥’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책만큼 무언가를 쉽고 깊게 알아갈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의 ‘뷔’와 ‘정국’도 책 읽는 아이돌이다. 뷔가 한 인터뷰에서 권라빈의 에세이 ‘집에 있는 데도 집에 가고 싶어’로부터 위로를 받았다고 밝힌 후 이 책은 일본,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출간돼 외국 도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정국이 읽었다고 알려진 김수현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일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샤이니의 키,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최시원도 빼놓을 수 없다. 최시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켄드리딩(#weekendreading)’이라며 꾸준히 책 리뷰를 올린다. 최근 올린 책은 정영욱의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그는 “날카로운 힘든 일이 닥쳐도 부디 그 날카로움에 움츠러들지 말길, 흔들리지 말길, 흔들리더라도 자책하지 말길, 우리가 걸어온 길, 우리가 서 있는 곳, 우리가 되고자 하는 것 모두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니까를 말해주는 책”이라고 썼다.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리더 최정훈도 다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아침에 찬물 샤워를 한다. 가끔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찬물이 뿜어져 나오는 샤워기 헤드 그 앞에서 나는 하이데거의 말 그대로 내던져진 존재 그 자체다. 갑자기 하이데거가 읽어보고 싶어졌다”며 하이데거 책 추천을 받았다.
이에 그의 팬들은 하이데거의 ‘존재의 시간’, ‘니체의 신은 죽었다’ 등을 댓글로 추천했다. 그의 팬클럽에서는 하이데거 공부하기 바람이 불기도 했다. 안 웃기로 유명한 하이데거도 이번만큼은 무덤 속에서 최정훈을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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