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레터 이브닝(2/10) : 윤석열 정조준한 대통령..여권 대결집하나?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2. 2. 10. 17:57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집권 시 적폐청산 수사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네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윤 후보를 겨냥해 '강력한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했고요, 민주당도 '정치보복'이라며 일사불란하게 공세에 나서고 있죠. 윤석열 후보는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면서 진화하고 있지만 이미 윤 후보 발언을 놓고 대선 국면의 큰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네요. 전선을 가운데에 놓고 양측이 결집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요.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를 숨기지 않았네요. 어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매우 불쾌하다'고 비난했는데, 오늘(10일)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표현의 수위도 높아졌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통령의 말을 전했는데요,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실려 있어요.
문 대통령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오전 참모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습니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브리핑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는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현 정부를 수사 대상인 적폐로 보는 데 대해 분노한 것으로 보이네요.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촛불 정신을 계승하고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 정부'를 표방해 왔으니까요.
문 대통령은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는데요, 여기에도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면서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듯한 언급이 있죠. 아래는 대통령의 서면 인터뷰 중 일부예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한편으로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가 없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와 관련된 정치 이슈에 대해 침묵해왔죠. 정치 중립을 강조해왔기 때문인데요, 윤석열 후보의 인터뷰 기사가 나온 뒤 침묵을 깨고 윤 후보를 정조준한 발언을 내놓은 거죠. 야권이 반발하고 선거 쟁점화하면서 대통령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는 선거전에 뛰어든 모양새가 되고 있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윤 후보에게 날을 세웠는데요,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안으로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불러낸 것에 정말 유감이다. 이런 게 일종의 정치적폐이자 구태다"라고 쏘아붙였네요.
언론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윤석열 후보는 수습하는 듯한 말을 하고 있네요. 어제는 "문제될 때 정상 사법 시스템 따라서 이뤄지게 돼 있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다. 특별히 의미 둘 필요 없다" 는 식으로 한 발 물러섰는데요, 오늘은 또 한 발 물러섰죠. "제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가 없다"는 말을 하면서 집권해도 정치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네요. 윤 후보 발언 인용할게요.
"정치보복 없다"…또 한발 물러선 윤석열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겠다. 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오셨다.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 그건 제가 검찰에 재직할 때나 정치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는 것이다"
"제가 당선되면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말씀을 지난해 여름부터 드렸다"
윤 후보는 인터뷰 발언의 진의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답변하며 더 이상 확전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도 내비쳤네요.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면서 여권이 파상 공세를 펴고 있는데요, 공격의 지점이 '정치보복'이어서 확전할 경우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웠을 듯하네요.
이재명 "정치보복 공언하는 후보 처음"
"저는 많은 대선 과정을 지켜봤습니다만 후보가 정치보복을 사실상 공언하는 건 본 일이 없다. 통합을 위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보복 또는 증오, 갈등, 분열이 우리 사회를 정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생각 든다. 보복이 아니라 통합의 길로 가기를 진심으로 권유드린다"
여권, 일사불란하게 총공세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 식 수사를 해왔던 막가파 검사의 DNA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발언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는 반드시 승리해, 대한민국이 윤석열 사단의 손아귀에 놀아나며 검찰 공화국이 되는 일을 막겠다" (윤호중 원내대표)
"어제는 윤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의 날이다. 가히 충격적이다. 시커먼 속마음이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치졸한 정치 보복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 문재인 정부 적폐 청산 수사가 필요하다면 윤 후보가 그 첫 번째(대상)일 것이다 (박완주 정책위의장)
여권의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의 발언도 이어졌지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미친 사람" "뱃속에 이미 보복의 칼" 등의 표현까지 썼네요.
"적폐로 규정하고 불법으로 규정해놓은 것도 윤석열 후보고, 적폐수사 당연히 해야 된다 라고 한 것도 윤석열 후보인데 보복 아니라고 얘기한 것도 윤석열 후보거든요. 어떻게 사고가 이럴 수가 있나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매우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미친 사람 아니면 저런 얘기를 해놓고 또 보복 아니라고 부인하는 이런 게 훨씬 더 뭐랄까요. 비열하고 조금 공포스러워요"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SNS에 '지금 한 번만 돌아보자'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차분한 톤으로 왜 윤석열 후보의 발언이 문제인지 짚었네요.
"어떤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집권하면 전 정권을 수사하겠다'는 망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한 사람, 윤석열 후보만이 공공연히 정치보복의 속내를 드러냅니다.
누구나 힘이 생기면 가장 잘하는 일로 힘자랑을 하게 마련입니다.
평생 검사만 해온 윤석열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독립운동가'라 칭한 한동훈 검사는 명백한 검찰주의자들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김건희 씨의 신기가 더해지면 우리는 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괴물정권을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임종석/ 페이스북)
국민의힘 "대통령의 선거개입"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 원칙을 밝힌 윤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했는데요. 내용 잠시 보시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수사의 원칙을 밝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
(..) 민주당이 윤 후보 발언의 취지를 곡해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 들더니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세하는 것인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전에 정치보복이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다.
- 이양수 대변인 구두 논평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반발했는데요, "정권을 막론하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했던 우리 후보가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발끈했다" "원칙론에 대해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는 등의 비난 글을 SNS에 올렸네요.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원칙론'을 얘기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윤 후보는 대통령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인 거죠.
여권 대결집 신호탄?
오늘의 한 컷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기자회견하는 사진이에요.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는데요,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됐죠. 선고 이후 김미숙 씨는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원통하다" "(결과를) 절대로 수긍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요.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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