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을 '85% 이내'로 권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감당 가능한 수준의 국채 비율을 묻자 "국제통화기금(IMF)이 85% 이내에서 적정하게 유지하라고 권고까지 했다"며 재정지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IMF가 너무 답답해서 한 말"이라며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 (국채 비율을) 85%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IMF가 한국 정부에 국가채무비율의 적정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85%로 제시한 것으로 읽힙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IMF가 과거 한국 국채비율을 85% 이내에서 운영하는 것을 권고한 적이 있다"며 "노동 부문에 투자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라는 취지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IMF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을 85%로 권고했을까?
이 후보는 IMF가 언제, 어떤 형태로 권고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후보 캠프에 확인한 결과 이 후보 발언의 근거는 2017년 IMF와 한국 정부의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입니다.
연례협의는 IMF가 매년 회원국의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로, IMF는 연례협의 결과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국가별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IMF는 2017년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난으로 더 많은 세입 동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금과 의료에 대한 지출이 206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0∼16%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또 세입이 변하지 않는다면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속 불가능한 궤도에 오르고, 2050년에는 GDP의 100%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세입이 증가하면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보고서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을 '위험한' 수준 이하로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언급하면서 이 수준을 선진국의 경우 GDP의 85%라고 썼습니다.
또 이는 국회에 제출된 GDP 상한선의 45%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IMF는 사회 안전망과 보육 혜택,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LMP)에 대한 추가 지출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세입 증가로 GDP 대비 국가 부채는 85% 이하로 안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후보는 여기서 언급된 85%를 IMF가 한국 정부에 권고한 국채 비율로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IMF는 연례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2월 발표한 '셀렉티드 이슈(Selected Issues)' 보고서에서도 선진국 기준치로 85%를 제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당국이 사회적 보호와 노동 수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가 재정 조치와 함께 '일시 적자' 시나리오에 따르기로 했다고 가정하면 GDP 대비 공공 부채는 2061년 51%로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신 당국이 '영구적 적자' 시나리오에 따른다면 2080년 GDP 대비 공공부채는 70%에 도달하고, 2100년을 지나 75%로 안정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IMF는 "이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 기준치인 85%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선진국 기준치인 85%에 비해 한국이 양호하다는 의미이지 85% 이내가 적정하다고 한국에 권고했다는 것은 거기서 더 나간 얘기"라며 "IMF에서 2017년 연례협의 이후로도 한국에 국가 채무 비율을 몇 퍼센트까지 유지하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권고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IMF는 작년 3월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같은 선진 경제가 갖춰야 할 적절한 수준의 부채에 대한 단일한 추정치는 없다"면서 "부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정부 부채의 취약성을 알리는 지표가 선진국의 경우 GDP의 85%, 신흥국의 경우 60%"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후보 측의 의견은 이와 다릅니다.
이 후보 측근인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 후보가 참고한) IMF 보고서는 한국과의 연례 협의 결과를 다룬 보고서이고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 상태이므로 85%라는 수치를 한국에 대한 권고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재난 지원금을 주는 데 있어서 프레임이 항상 한국은 '빚이 얼마다, 국채가 많다'에 갇혀 있다"며 "우리가 재정 정책을 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 위한 취지로 국제기구(IMF)가 재정에 대한 과감한 투입을 얘기한 사례를 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추경 기준)입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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