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전날 기준 또 변경.. 새 '재택치료' 혼란 가중

이진경 2022. 2. 10.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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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 10일 5만명 돌파 가능성
집중관리군, 50대 기저질환자 제외
60세 이상·먹는약 처방자로 축소
담당 약국 소재도 잘 안 알려져
셀프치료 시민 "뭘 어떻게 하나"
재택치료자용 물품 정리 9일 경기 수원시청에서 재택치료추진단 직원들이 코로나19 재택치료자들에게 지급할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매주 ‘더블링’(2배 증가)을 나타내며 치솟고 있다. 정부는 10일부터 재택치료관리를 고위험군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재택치료자 집중관리군 기준을 시행 전날 축소하고, 동네 병·의원 교육은 하루에 그치는 등 대응 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혼선이 예상된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잠정 집계된 확진자가 4만8437명으로, 10일 0시 기준 하루 확진자는 5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주말 효과로 주춤했던 확진자 수는 주중으로 접어들며 급증세다.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후 확진자는 매주 2배씩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19일 5804명에서 26일 1만3008명으로 2.2배 늘었고, 지난 2일(2만268명) 1.5배, 이날(4만9567명) 2.4배 불어났다.

위중증 환자수가 증가 조짐을 보이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날 위중증 환자는 285명으로 전날(268명)보다 17명 늘었다. 오미크론의 중증화율(0.5%)을 고려하면 확진자 5만명 발생 시 250명은 중증으로 악화한다는 의미다. 방역 당국은 중환자가 다음달 초 2500명까지 늘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는 10일부터 일반 확진자 상당수는 필요한 경우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으며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날인 이날까지도 지침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60세 이상 고령층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자 중 지방자치단체에서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재택치료자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발표한 △60세 이상 △50세 이상 면역저하자 또는 기저질환자보다 범위가 줄어든 것이다. 당뇨·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지만 팍스로비드를 복용하지 않는 50대는 일반관리군이 된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50대 중 조절되지 않는 당뇨나 중증 심혈관 질환 등 위험한 질환이 있다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일반관리군으로 ‘셀프치료’를 해야 하는 대다수 시민은 여전히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이들에 제공할 행동요령 등을 담은 ‘확진자 및 동거인 안내문’을 아직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 개편 하루 전날일 9일 광주 북구 보건소 재택관리지원 상담센터에서 직원들이 보건소에서 관리할 일반관리군 모니터링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관리군을 전화로 진료해야 하는 동네 병·의원은 이날 의료지원 가이드라인 안내문과 교육을 받았다. 전국 모든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이 당장 내일부터 코로나19 환자를 상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전화 상담·처방이 가능한 동네 병·의원 명단을 따로 취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재택치료자에 처방된 해열제 등 의약품은 전국 500여곳인 재택치료자 담당약국에서만 받을 수 있는데, 각 지역 담당약국이 어디인지 잘 알려지지 않아 불편이 예상된다.
해열제를 처방했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진료를 본 병·의원이 대처해야 하는지, 확진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지 모호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국민의힘이 개최한 재택치료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재택치료 중 치료제를 투약하는 것도 아니고, 비대면 증상 모니터링만으로 정확한 임상 경과 파악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전자출입명부 폐지 검토… 자가격리 ‘GPS 감시’도 중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3T(검사·추적·치료) 시스템 가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방역 당국은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한 지 20개월가량 된 전자출입명부 폐지도 저울질하고 있다. 의료기능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상황 시 일반병동 병상을 코로나19 병상으로 활용하고, 확진 의료인도 근무할 수 있게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접촉자 추적 최소화… 전자출입명부 폐지 검토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자 관리 효율화를 위해 이날부터는 자가격리앱 GPS(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한 확진자·격리자 감시가 중단됐다. 격리 의무는 유지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확인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밀접접촉자 추적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날부터 밀접접촉자는 확진자의 동거가족 중 미접종자와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내 밀접접촉자만 해당한다. 이 외 직장 등에서 접촉한 사람은 파악을 하지 않는다. 확진자와 함께 밥을 먹었어도 격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확진자를 만났다면 알아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접촉자 추적을 하지 않게 되면서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 발생 시 이용자 추적을 위해 도입된 전자출입명부의 역할이 불명확해졌다. 방역 당국은 전자출입명부 폐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2020년 6월 QR코드 형식의 전자출입명부 도입 후 약 20개월 만이다. 방역패스는 전자출입명부와 별개로 유지한다.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고위험 확진자와 확진자 동거가족을 중심으로 방역 대책을 펼치기로 함에 따라 전자출입명부의 접촉자 차단 목적의 기능이 약화했다”며 “다만 전자출입명부에 방역패스 기능이 혼합돼 있어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리망이 느슨해지면서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60세 미만 연령층에 자가검사키트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국민이 아닌 검사 필요성이 있거나 제품 구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 등을 위주로 선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M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60세 미만은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보건소나 동네병원을 찾아가야 하므로 이 부분에서 자가검사키트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급 효율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만9567을 기록한 9일 서울시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줄을 서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위기상황 시 확진 의료진도 근무 투입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의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병원 내 의료진 감염 대비 병원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은 병원급 이상에 적용된다.

각 병원의 대응은 확진자 수와 의료진의 격리(감염) 비율에 따라 3단계로 구분된다. 최고단계인 3단계는 확진자 5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하며, 의료인 격리 비율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정한다.

3단계에서 확진자가 급증해 음압병동에 입원할 수 없다면 일반병동 일부를 공간을 분리해 코로나19 병동으로 쓸 수 있다. 또 모든 진료과목의 외래진료는 한시적으로 전화, 화상통신 등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로 전환된다. 병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의 근무도 허용한다. 무증상·경증인 경우 3일 격리 후 신속항원검사 음성이면 근무에 투입할 수 있다. 밀접접촉인 경우에도 접종완료자라면 격리 없이 신속항원검사 음성이면 일할 수 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 나와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투여 대상과 관련해 “40대 이하도 고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으로 적용 층이 확대될 수 있다. 저희도 검토하고 있다”며 “전문가 사이에 (투여) 연령 확대 요구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은 이날 처음 출하됐다. 출하량은 29만2000명분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 예방 접종계획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4000만회분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시설 등 고위험시설 미접종자 접종과 기존 백신으로 1·2차 접종을 했으나 의학적 사유로 추가 접종을 못한 사람들의 교차접종에 노바백스 백신을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보일하이츠 구역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선별진료소에서 근로자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WHO “오미크론 출현 이후 50만명 숨져”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출현 이후 사망자가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를 두고 ‘전파력은 강해도 덜 위험한 변이’라고 말하지만, 코로나19 총 사망자 10명 중 1명이 오미크론 유행 이후 발생한 셈이다. 올 초 3억명이던 코로나19 감염자는 한 달 만에 4억명을 돌파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디 마하무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돌발상황관리 지원팀 관리자는 8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말 오미크론 변이가 처음 발견된 이후 사망자는 50만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마하무드는 “모든 사람이 오미크론이 증세가 심하지 않다고 하지만 50만명이나 사망했다”며 “이는 엄청난 비극”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밴 커코브 WHO 기술팀장은 “최근 몇 주간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오미크론은 기존 델타 변이를 따라잡으며 전 세계 우세종이 됐다. 지난 한 달간 수집된 샘플의 96.7%를 오미크론이 차지했다.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력은 확진자 추이로도 확인된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4억95만543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3억명을 돌파한 지 약 한 달 만에 1억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선별진료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UPI연합뉴스
2020년 1월 코로나19 유행 이후 누적 확진자가 1억명이 되기까지는 1년이 걸렸다. 석 달 뒤 2억명에 도달했고, 3억명이 되기까지는 아홉 달이 걸렸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세계적으로는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일단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주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하순 최대치를 기록했고, 그후 2주째 감소하고 있다. 지난주 신규 확진자는 전주에 비해 17% 줄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을 먼저 겪은 유럽 상당수 국가와 미국에서 진정세가 두드러진다.

다만 WHO는 각국의 방역 완화 움직임에 우려를 드러냈다. 커코브 기술팀장은 “우리는 여전히 팬데믹 속에 있고, 많은 나라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2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코로나19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거나 전염을 막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진경 기자·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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