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오르면 고령자 은퇴 늘어나"
[경향신문]
자산가치 10% 상승 땐 경제활동 참가율 1.8%P↓ 은퇴 확률 1.3%P↑
“부동산 경기 변동에 민감…노동의 수요·공급 간 효율성 제고 필요”
고령층의 노후 생활에 주택가격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유한 주택의 자산가치가 오르면 ‘부의 효과’가 발생하면서 경제활동 참가율은 떨어지고, 은퇴 확률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유한 주택의 자산가치가 높아질수록 일도 덜하고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주택의 자산가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 공급과 은퇴 결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06~2018년을 기준으로 보유한 주택의 자산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8%포인트 떨어지고 은퇴 확률은 1.3%포인트 높아졌다. 2006년부터 55~70세 고령자 3664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주택매매가격지수와 노동 공급상황 등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주택의 자산가치는 집값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의 관련 부채를 제외한 값으로 산정했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자산가치가 높아지게 되면 여가 소비에 대한 선호가 늘고, 상대적으로 일을 덜하게 되는 노동 공급 감소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고, 고령가구의 경우 낮은 연령대에 비해 주택소유율이 높은 만큼 노동공급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주택가격 변화가 은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성별로 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연령별로는 72세에 가까울수록 크게 작용했다. 한국은 2017년 기준 실질 은퇴연령이 7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정 부연구위원은 “은퇴를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시점에 가까운 연령대일수록 (주택 자산가치에) 좀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가격이 예상보다 더 올랐을 때 고령층이 은퇴하는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주택가격이 과거 3년간의 추이를 바탕으로 예상한 수준보다 10%포인트 더 오르면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하락 폭은 6.5%포인트로, 은퇴 확률 상승 폭은 4.8%포인트로 더 커졌다. 반면 주택가격이 예상한 수준만큼 상승한 경우에는 노동 공급과 은퇴 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 부연구위원은 “주택 자산가치의 변화가 고령자의 노동 공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나라 고령층의 노후가 부동산 경기 변동과 연관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안정 등을 통해 가계 보유자산이 특정 자산군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고령층의 노동 수요와 공급 간 매칭 효율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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