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탐구생활] ④ 기후변화, 식습관만 바꿔도 줄일 수 있다
채식해도 영양에 문제 없다는 연구 결과도..'탄소발자국' 신경써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이슈로 대두하면서 국내외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제시하는 다양한 실천 수칙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채식'이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는 것이 기후변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간단한 식습관의 변화가 지구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9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약 71억Co₂환산t으로, 이는 지구 전체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달한다.
전 세계 농경지의 80% 가까이가 오로지 축산업에 이용되고 있으며,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이 사료로 사용된다.
육류 소비량이 가장 많은 미국이 수확하는 축산업 사용 곡물의 총량은 전 세계 기근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라는 추정도 있다.
가축이 먹는 사료를 기르고 방목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마존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열대우림 또한 지속해서 불태워지고 있다.
세계산림감시기구(GFW)는 2017년 산불과 불법적 벌채, 개간 등 때문에 매초마다 축구경기장 하나 면적의 산림이 유실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마존 숲이 사라진 곳의 65%는 방목장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되새김질을 하는 소나 양은 사육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데, 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 양은 자동차 1대가 하루에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고 한다.
메탄가스는 대기 중 열기를 가두는 능력이 이산화탄소의 최대 8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강력한 온실가스다.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해 음식의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는 방법' 연구에 따르면 소고기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59.6Co₂환산㎏으로, 토마토(1.4㎏)·바나나(0.8㎏) 같은 채소나 과일은 물론 두부(3.0㎏)처럼 식물을 기반으로 만든 음식과도 10여 배에서 수십 배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동물성 식품이 제공하는 칼로리는 전체 식사 칼로리의 20%가 채 되지 않는다.
채식이 늘어날 경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에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와 스탠퍼드대는 앞으로 15년에 걸쳐 가축 사육과 사료 재배를 혼합한 '유축(有畜) 농업'이 사라지면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68%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초 미국의 학술지 '플로스 기후변화'에 공개했다.
2020년에는 미국 뉴욕대에서 2050년까지 육류·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어 이를 생산하던 대규모 토지에서 토착 식생이 복원된다면 총 3천320∼5천470억t의 CO₂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채식을 하면 단백질 섭취 측면에서 영양의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를 불식할만한 연구 결과들도 많이 있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대는 건강한 성인 17만7천723명(37∼73세)의 식습관과 건강 정보에 관한 자료를 분석해 채식하는 사람이 육식하는 사람보다 건강과 질병에 관련된 갖가지 생물지표(biomarker)가 오히려 양호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980년 11.3㎏에서 2018년 53.9㎏으로 늘었는데, 세계 평균이 34㎏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많은 편이다.
이처럼 채소 섭취는 육류 섭취보다 '환경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경우 더 이롭지만, 아보카도 등 일부 수입 채소는 '탄소 발자국'의 측면에서 조심해야 한다.
'탄소 발자국'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의 집단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특정 식품을 생산하는데 많은 환경 파괴 행위가 동원됐고, 생산지로부터 소비지까지 이동 거리가 멀면 이동 과정에서 각종 환경 유해 물질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육류와 채소로 나누는 것보다 해당 식품의 생산부터 섭취까지 전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돼지고기 및 닭고기 등은 소고기와 양고기와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낮아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육류를 섭취하는 것이 지구 반대편에서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길러진 아보카도 혹은 초콜릿을 먹는 것보다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농축산물에 대한 탄소발자국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그린푸드(www.smartgreenfoo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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