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일본제철 상대 손배소 또 패소

김희진 기자 입력 2022. 2. 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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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왼쪽)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또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8일 강제동원 피해자 민씨의 유족 5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씨는 1942년 2월부터 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로 강제동원돼 약 5개월간 일하다 도망나왔다. 1989년 숨진 민씨를 대신해 그의 자녀 등 유족이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약 1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날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재판부가 어떤 이유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강제동원 사건 손해배상 소송지원단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판결이 나온 후 “(재판부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봐서 이 같은 판결이 나온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번 재판에서 유족 측은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며 재상고심 확정판결을 한 2018년 10월을 소멸시효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일본제철 측은 대법원이 처음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한 2012년 5월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손해배상 청구권은 2015년 5월 소멸되는데, 민씨 유족은 2019년 4월 소송을 냈다는 것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두고 하급심은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등이 일본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옛 미쓰비시광업)와 일본제철을 상대로 각각 낸 손해배상 청구를 잇따라 기각했다. “2015년 5월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광주고법은 2018년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일부터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내놓을 때까지 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임 변호사는 “형식적인 소멸시효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장받을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법원이 해야할 소명을 저버린 것”이라며 “2012년과 2018년 대법원 판결 사이 제기돼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일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준 시점을 판단해주면 하급심 혼란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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