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에 호감 없다는 일본..현대차, 12년 만에 재도전

남승모 기자 2022. 2. 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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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오늘(8일) 일본 승용차 시장에 다시 뛰어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현지 미디어를 상대로 간담회를 갖고 재도전을 선언한 겁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한 뒤 버스 같은 상용 부문에서만 영업을 해왔습니다.
일본 차 시장은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난공불락으로 꼽힙니다. 워낙 자체 브랜드 파워가 강한 탓도 있지만 자국산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도 톡톡히 한몫 합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독일 차를 제외하면 속칭 가성비로는 일본 차 시장을 뚫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일본 시장 재진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인데요, 현대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빈틈 노려라…친환경차로 승부

 
일본 승용차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좀처럼 묘수를 찾지 못하는 곳입니다. 현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기존의 내연기관 차 대신 넥소(수소차), 아이오닉5(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를 주력 차종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현지 업체와 손잡고 카세어링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일본의 내연기관 차량은 탁월한 연비와 성능으로 미국 등 세계 시장에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친환경차 분야는 내연기관과 전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시장을 선도해왔습니다. 수소차도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지원에 나섰을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주력이 하이브리드이다 보니 최근 대세인 전기차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현대차가 이 분야에 승부수를 던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전망이 꼭 밝은 건 아닙니다. 전기차 후발주자로 꼽혀온 일본 토요타가 지난해 말 무려 전기차 16종을 한꺼번에 공개한 겁니다. 소형 승용차부터 중형 승용차, SUV, 픽업트럭, 스포츠카까지 거의 모든 제품군을 쏟아냈습니다.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고 연간 전기차 판매량도 그때까지 350만 대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나아가 2035년까지 미국과 유럽·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모두 100% 전기차로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닛산도 2030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와 수소 등 전기 동력 차로 채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약 2조 엔, 우리 돈으로 약 20조 8천억 원을 투자해 전동화와 기술 혁신을 이뤄 나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하나의 벽 '일본 국민 감정'

 
12년 만에 다시 쓰는 현대차의 재도전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호감입니다. 한 때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호감도가 상당했지만 위안부와 독도 등 한일 양국 간 외교 문제가 본격화한 후 한국 호감도 역시 낮아졌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수치를 볼까요?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9월~11월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701명을 대상으로 외교 관계를 주제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62.5%였습니다. '친근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국산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도가 높은 일본 국민들이 호감도가 떨어지는 국가에서 만든, 그것도 기술력이나 가성비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차량에 선뜻 손을 내밀지는 의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 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차츰 개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지난 2019년 71.5%에서 2020년 64.5%, 지난해 62.5%로 조금씩이나마 낮아지고 있습니다.
 

성공사례에서 배워라

 
같은 자동차 분야는 아니지만 일본시장 공략에 성공한 사례는 배워볼 만합니다. '기업 올림픽'을 연다면 국내 기업 중 유일한 메달권이라는 삼성전자도 일본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일본 가전 시장 철수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20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1.1%를 기록해, 46.5% 애플, 12% 샤프에 이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LG전자도 2005년 소형 TV로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판매부진으로 3년 만에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0년, TV 풀라인업으로 다시 진출했고 10년 넘게 노력한 끝에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기술력과 차별성을 살리는데 투자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LG는 2020년 일본 OLED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일본 현지에 딜러망을 구축해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온라인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소비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시승과 구입 상담부터 점검, 정비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친환경차에 특화된 체험 거점인 고객경험센터도 올 여름 요코하마시에 열 계획입니다.

자동차와 가전은 엄연히 다르지만 두 분야 모두 일본의 전통적 강세 제품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전 시장의 성공사례가 있는 만큼 자동차 시장 공략도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기술력과 함께 차가운 일본 민심까지 함께 뚫어야 하는 현대차의 일본시장 재도전은 올해 5월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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