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로드숍' 브랜드, 시니어 패션플랫폼으로 기사회생?
퀸잇·푸미·포스티 등 플랫폼 성장..무신사도 눈독
성공 미지수.."반짝효과 안되게 트렌드 수용해야"
시니어 패션플랫폼이 길거리 독립 매장인 가두점 패션브랜드들의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두점 주력 소비자인 중·장년층을 빠르게 유입시키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이에 자사몰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다수 브랜드들은 시니어 패션플랫폼 입점을 이어가고 있다.
시니어 패션플랫폼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 맞춤형 사용자 환경(UI)은 물론, 커뮤니티 등의 기능을 포함한 참신한 플랫폼이 입지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무신사 등 패션플랫폼 시장의 절대강자들도 관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것만으로 가두점 패션브랜드들의 '부활'을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시니어 패션플랫폼이 성장할수록 뛰어난 역량을 갖춘 신규 브랜드가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두점 패션브랜드에게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가두점 사업 구조상 가맹점주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반짝 효과'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브랜드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두점, 온라인에 들어왔다
가두점 패션브랜드들의 시니어 패션플랫폼 입점이 활발하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가두점 시장이 위축됨에 따른 타격을 입었다. 자사몰을 론칭하며 온라인 시장에 도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생소한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기 어려움을 겪어서다. 따라서 퀸잇·푸미·포스티 등 이미 시장에 자리잡은 플랫폼을 활용해 신성장동력을 찾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성과는 나쁘지 않다. 카카오스타일이 지난해 7월 론칭한 포스티를 첫 온라인 거점으로 삼은 '더 레노마'가 대표적이다. 더 레노마는 포스티에 입점한 후 월 거래액이 50% 가량 성장했다. 세정의 가두점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은 지난해 9월 퀸잇에 입점한 후 4달 만에 매출이 235% 신장했다. 세정은 이런 성과에 힘입어 라이브 커머스 전담 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차원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니어 패션플랫폼은 가두점 패션브랜드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시니어 패션플랫폼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가두점 패션브랜드 만큼의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가 드물다. 때문에 단기 매출 신장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내의 3040세대를 미래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더 많은 가두점 패션브랜드의 시니어 패션플랫폼 입점이 예상되는 이유다.
시니어 패션플랫폼, 어떻게 컸고 어떻게 클까
시니어 패션플랫폼의 최대 강점은 중·장년층을 위한 차별화 요소다. 퀸잇은 UI부터 중·장년층 소비자에게 맞췄다. 기존 패션플랫폼 대비 글자가 두 배 크고, 회원가입도 휴대폰 인증만으로 가능하게 했다. 푸미는 커뮤니티 요소를 추가했다. 또 많은 플랫폼이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다. 유튜브 활용도가 높은 중·장년층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운영 전략도 기존 패션플랫폼과 다르다. 기존 패션플랫폼은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브랜드·상품을 소개한다. 반면 시니어 패션플랫폼은 검증된 브랜드와 상품 품질을 중시한다. 퀸잇은 과거 백화점이 주력 채널이었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포스티는 모든 브랜드의 상품 본사와 직접 계약해 품질을 유지했다. 아이스탁몰은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골프웨어 및 남성 브랜드가 중심이다. 이를 통해 론칭 7년 동안 거래액을 연평균 48% 성장시켰다.
시니어 패션플랫폼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중·장년층이 이커머스 활용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4060세대의 온라인 카드 결제액은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30세대의 결제액은 24% 늘었다. 중·장년층 이커머스 구매 증가율도 30대 이하보다 2배 높았다. 이를 겨냥해 무신사 등 주요 패션플랫폼들도 올해 중 중·장년층 플랫폼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플랫폼도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다만 시니어 패션플랫폼이 가두점 패션브랜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니어 패션플랫폼은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에 힘입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공생 관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할수록 기존 패션플랫폼 시장과 마찬가지로 신규 브랜드가 다수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의 자체 브랜드 론칭도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지금처럼 우대받으며 플랫폼 내 영향력을 높이기는 어렵다.
시장 구조도 문제다. 현재 패션플랫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저가 라인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니어 패션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평균단가는 약 7만원대 안팎이다. 아우터는 10만원 내외 제품이 주로 판매된다. 반면 가두점 패션브랜드 주력 제품의 가격대는 이보다 다소 높다. 이에 시니어 패션플랫폼에 이월·재고상품을 공급하는 가두점 패션브랜드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에 과하게 집중하다가는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다. 기존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가두점 패션브랜드는 수많은 가맹점주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섣부른 온라인 집중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전환 문제로 가맹점주와 갈등을 겪고 있는 브랜드·업체도 많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을 브랜드를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고 플랫폼 내의 트렌드를 반영해 정장 등에 편중된 라인업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자사몰 또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두점 패션브랜드들은 과거 안정적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니어 패션플랫폼을 통해 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과한 플랫폼 의존은 결국 브랜드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다소 개성이 부족한 브랜드가 다수인 가두점 패션브랜드에게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트렌드를 흡수하고, 브랜드 자체 경쟁력을 높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try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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