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고픈 삼성전자 노조원들에게..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2.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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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2022.02.04.


삼성전자 내 4개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이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삼성전자 창립 53년만에 첫 파업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재계 안팎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배부른 노조의 몽니'라는 비난이 대다수다. 기업 종업원들의 정당한 근로의 대가 요구라면 제3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만 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이 올곧이 자신들의 몫이 아니거나 요구가 지나칠 경우 비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사측과 2021년도 임금 교섭을 진행하면서 전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을 비롯해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자사주 1인당 107만원 지급 △코로나19 격려금 1인당 350만원 지급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2020년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정규직 직원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봉 1000만원 인상 외에도 1인당 8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사측이 노사협의회와 협상에서 발표한 임금 인상률 7.5%(기본인상률 4.5%+성과인상률 3%)를 훌쩍 뛰어넘는 요구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949만 5000명의 국내 임금 소득자의 1인당 평균급여는 3828만원이다. 2020년말 기준 삼성전자 약 11만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2700만원(근속연수 12.4년)이다. 삼성전자의 1인당 평균연봉이 국내 임금 근로자 연봉의 약 3.32배다.

국내 임금소득자 전체 평균과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임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각 기업의 역할과 개인의 능력, 기술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국내 최고 기업 삼성전자의 종업원들의 임금과 다른 기업 종업원들과의 임금 격차를 '차이'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은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약 4%인 4500~5000명의 노조원들이 "나는 아직 배고프다(I am still hungry!)"식으로 이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하겠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각자의 노력과 흘린 땀의 결과에 부합하는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것을 누가 막겠는가. 다만 그들이 외치는 몫이 실제 그들의 몫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따져도 그들의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라면 그제서야 주장할 수 있다.

노동운동사에서 잉여가치가 누구의 몫이냐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분배정의를 논할 때 잉여가치는 논란의 단골메뉴였다.

삼성전자의 잉여가치는 어디에서 왔을까. 생산의 핵심요소인 노동과 자본, 토지 중에서 18세기 산업자본 당시의 잉여가치의 출처는 노동에 기인하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의 잉여가치의 출처가 어딘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삼성전자 생산의 상당 부분은 이제 기계의 힘에 더 의존하고 있다. 일례로 반도체 라인 1개를 짓는데 1조원이 들던 시대에서 이제 30조원이 드는 시대로 변했고, 이 산업은 사람에게서 기계로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넘겨주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그 기계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올려놨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이익의 절반 정도인 29조2000억원이다. 특히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2020년과 비교해 130% 성장했고, 직전해인 2019년에 비해서는 150% 이상 늘었다.

여기서 생긴 잉여이익은 삼성전자 노조의 몫일까. 기계의 몫일까. 인간의 노동력에 의한 생산성이 한해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또 삼성전자가 모든 생산과정을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협력업체들과의 공조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도 집중해야 한다. 이익의 어느 지점에 다른 협력사 노동자들의 몫이 묻어 있지는 않을까. 아마도 삼성전자 노조가 이번에 요구하는 것의 절반이라도 협력사들에게 더 나눠주자고 얘기했다면 이렇게 강한 역풍을 맞지는 않을 것이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인 실리콘(Si, 규소)은 지구가 인간에게 거져 준 것이고, 잉여가치는 지구가 인간에게 공짜로 준데서 나온 것은 아닐까. 지구가 거져 준 것을 내몫이라고 탐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이 가지는 그 부가 올곧이 그들의 몫인지 질문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지금의 주장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선 그들의 이익이 그 외 다른 사람들의 이익이나 다른 것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다. 19세기 마르크스식 노동운동 당시의 노동가치 개념은 21세기에 바뀌었다.

가치창출에서 인간의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자본, 특히 기계가 이익창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은 시대로 전환됐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시대에 구시대적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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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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