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銀銀銀’ 눈물, 베이징서 닦았다
동갑내기 라이벌 클레보 꺾고
스키애슬론 금메달 차지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아직도 제가 올림픽 챔피언이라는 걸 실감할 수 없어요. 전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믿었고, 올림픽 첫 경기에서 그걸 이뤄서 행복합니다.”
알렉산드르 볼슈노프(2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남자 크로스컨트리 첫 경기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요하네스 회스플로트 클레보(노르웨이)를 누르고 올림픽 첫 정상에 올랐다. 볼슈노프는 국가 주도 도핑 스캔들에 따른 징계 때문에 ‘러시아’란 국가 이름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조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아침에 우승할 줄 알았어요. 그리고 레이스 도중 선두로 치고 나왔을 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죠. 이후 어떤 감정에도 휩쓸리지 않은 채 경기했고, 이겼습니다.”
◇경기 초반 미끄러지고도 우승
볼슈노프는 6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30㎞ 스키애슬론(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국립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1시간16분09초8로 팀 동료 데니스 스피초프(26·1시간17분20초8)를 1분 11초 차이로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동메달은 1시간18분10초0을 기록한 이보 니스카넨(30·핀란드)이 걸었다.
볼슈노프는 출발 후 2.5㎞를 지난 내리막에서 미끄러지며 위기를 맞았다. 4위를 달리다 13위로 크게 뒤처졌다. 하지만 곧바로 오뚝이처럼 일어나 레이스를 이어갔고, 7.5㎞를 지나 1위로 올라섰다. 10.0㎞부턴 한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독주한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스키애슬론은 처음 절반(15㎞)은 스키를 평행하게 앞뒤로 움직이는 클래식 주법, 나머지는 스키를 좌우로 지치는 프리스타일로 경기하는 종목이다. 관심을 모았던 클레보는 40위에 그쳤다.
◇클레보와 5년간 ‘라이벌’ 경쟁
볼슈노프와 클레보는 최근 5년간 세계 크로스컨트리를 양분한 최고의 라이벌로 꼽힌다. 하지만 볼슈노프는 평창올림픽 전후로는 클레보에게 일인자의 영예를 내줬다. 클레보는 2017-2018시즌부터 FIS(국제스키연맹)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종합 우승을 두 차례 연속 달성했다. 하지만 볼슈노프는 2019-2020시즌 클레보의 3연패(連覇)를 저지했고,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올 시즌은 클레보가 다시 랭킹 1위, 볼슈노프가 2위로 맹추격 중이다.
올림픽에서도 클레보가 앞섰다. 클레보는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18년 평창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사상 최연소 올림픽 챔피언에 오르는 등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볼슈노프는 역시 첫 올림픽이었던 평창에서 클레보에게 밀려 은 3개, 동 1개에 그쳤다.
하지만 볼슈노프는 두 번째 올림픽 첫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클레보를 눌러 정상에 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는 클레보에 대해 “원하는 대로 경기가 안 풀린 것 같다”고 했다. 둘이 최고를 다툴 남자 크로스컨트리 경기는 아직 5종목이 남아있다.
한편, 지난 5일 열린 스키 프리스타일 남자 모굴(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신예 발터 월베리(22·스웨덴)가 83.23점으로 월드컵 통산 71승을 거둔 ‘모굴의 킹’ 미카엘 킹스버리(30·캐나다)를 누르고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킹스버리는 82.18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월베리는 “시즌 내내 노력했는데 정상에 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기뻐했고, 킹스버리는 “월베리는 우승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말했다.
/베이징=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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