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추억의 졸업앨범

김기동 2022. 2. 6. 23: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학창시절의 향수를 소환시킬 비장의 카드는 '졸업앨범'이다.

수십년이 지나 우연히 빛바랜 졸업앨범을 들추다 보면 친구들과의 추억이 기억 한쪽에 자리 잡는다.

최근 미 오리건주의 한 초등학교 졸업앨범엔 아예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들의 얼굴이 등장했다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예년 같으면 시끌벅적했을 졸업식의 낭만과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 그놈의 코로나19 탓이다. 꽃다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자장면을 먹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상당수 학교들은 아예 온라인 졸업식을 치르고, 대면 졸업식을 열더라도 가족 등 외부인 출입을 금지시키면서 빚어진 일이다. 졸업식에 직접 꽃을 들고 혼자 등교하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현실이다.

학창시절의 향수를 소환시킬 비장의 카드는 ‘졸업앨범’이다. 수십년이 지나 우연히 빛바랜 졸업앨범을 들추다 보면 친구들과의 추억이 기억 한쪽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 앞에선 찬밥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팬데믹으로 소풍·수학여행, 운동회 등 외부활동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초중고에서는 앨범에 담을 사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급기야 학교사진을 배경으로 개인 사진을 합성하거나 학생들의 시·그림을 촬영해 앨범에 넣기도 한다. 최근 미 오리건주의 한 초등학교 졸업앨범엔 아예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들의 얼굴이 등장했다고 한다. 추억을 뺏는 ‘과도한 조치’라는 비난과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대학가는 더 심각하다. 앨범제작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졸업앨범 신청자가 급감하면서 최소인원조차 채우지 못한 것이다. 팬데믹으로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못해 친구들과 친분을 쌓지 못한 데다 극심한 취업난까지 맞물려서다. 취업이 힘들어 졸업을 미룬 상황에서 이름도 모르는 후배들과 찍는 졸업앨범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건 당연하다. 게다가 비싼 앨범가격과 메이크업·헤어관리에 따른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추억도 사치가 돼버린 씁쓸한 자화상이다. 오히려 의기투합한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작가를 고용해 추억을 남기는 ‘캠퍼스 스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대구광명학교가 졸업생에게 3D프린터와 스캐너 등을 활용해 얼굴을 조각상으로 구현한 원목 입체 졸업앨범을 나눠줬다고 한다. 누를 때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일종의 ‘덤’이다. 이 정도면 앨범이 아니라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이나 다름없다.

김기동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