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골' 지루, 밀란 더비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2. 2. 6. 1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밀란, 인테르전 지루 멀티골로 2-1 역전승
▲ 지루, 슈팅 2회를 모두 골로 연결
▲ 지루, 공중볼 최다. 볼경합 & 걷어내기 2위
▲ 밀란, 18년 만에 세리에 더비 매치 역전승

[골닷컴] 김현민 기자 = AC 밀란이 '투샷 투킬(2회 슈팅으로 2골)'이라는 고감도 슈팅을 자랑한 베테랑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의 멀티골에 힘입어 인테르를 상대로 18년 만에 역전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밀란이 쥐세페 메아차 원정에서 열린 인테르와의 2021/22 시즌 세리에A 24라운드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올렸다. 이와 함께 밀란은 16승 4무 4패 승점 52점으로 비록 1경기를 더 치르긴 했으나 1위 인테르(승점 53점)와의 승점 차를 1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밀라노 더비(공식 명칭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는 무려 113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장 인기 있는 더비 중 하나이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두 팀이 세리에A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이 경기에서 밀란은 평소처럼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지루가 최전방 원톱에 포진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프랑크 케시에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시키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수비적인 전형으로 나섰다. 하파엘 레앙과 알렉시스 살레마키어스가 좌우 측면 공격을 맡았고, 산드로 토날리와 이스마엘 베나세르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를 구축했다. 테오 에르난데스와 다비데 칼라브리아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알레시오 로마뇰리와 피에르 칼룰루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마이크 메냥 골키퍼가 지켰다.


전반전은 1위이자 홈팀인 인테르의 일방적인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인테르는 이번 여름 밀란에서 이적해온 미드필더 하칸 찰하노글루를 중심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찰하노글루와 베테랑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밀란의 오른쪽 측면을 지속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인테르는 경기 시작하고 9분 만에 찰하노글루의 스루 패스에 이은 페리시치의 크로스를 오른쪽 윙백 덴젤 둠프리스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 반칙(페리시치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이 불리면서 취소됐다. 이어서 11분경엔 찰하노글루의 롱패스에 이은 페리시치의 크로스를 에르난데스가 걷어냈으나 이를 받은 인테르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이 수비 맞고 굴절된 걸 메냥 골키퍼가 역동작이 걸린 상태에서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이후에도 인테르의 공세는 이어졌다. 28분경엔 에이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전진 패스가 살레마키어스 다리 맞고 굴절된 걸 둠프리스가 받아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는 메냥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서 37분경, 브로조비치의 기습적인 드리블에 이은 패스를 마르티네스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 역시 메냥이 선방해냈다. 하지만 여기서 연결된 코너킥에서 인테르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찰하노글루가 길게 넘겨준 정교한 코너킥을 페리시치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결국 찰하노글루와 페리시치 라인을 막지 못한 게 실점으로 이어진 밀란이었다.

반면 밀란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된 케시에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고, 살레마키어스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이렇다할 공격조차 해보지 못한 채 인테르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양새였다. 이로 인해 밀란은 전반전 내내 슈팅 숫자에서 3대9로 인테르의 1/3 밖에 되지 않는 수치에 그쳤다.

이에 밀란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살레마키어스를 빼고 주니오르 메시아스를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13분경엔 케시에 대신 정통파 공격형 미드필더 브라힘 디아스를 투입하며 공격 변화에 나섰다. 이는 주효했다. 이후 밀란이 조금씩 주도권을 잡으면서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게다가 밀란 입장에서 행운이라면 인테르가 후반 25분경, 마르티네스와 페리시치를 빼고 알렉시스 산체스와 페데리코 디마르코를 교체 출전시킨 데 이어 후반 28분경엔 찰하노글루 대신 아르투르 비달을 투입했다는 데에 있다. 이는 실수에 가까운 교체였다. 인테르의 에이스(마르티네스)와 이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두 선수(찰하노글루와 페리시치)가 동시에 빠지자 밀란은 수비 부담을 덜은 채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설 수 있었다. 실제 인테르는 후반 23분 이후로는 단 하나의 슈팅도 시도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공격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인테르의 실책성 교체가 있고 곧바로 1분 뒤(후반 29분)에 밀란의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지루가 적극적으로 하프 라인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했다가 산체스와 충돌하면서 넘어졌고, 루즈볼을 잡은 토날리가 볼을 몰고 가다 패스를 내준 걸 디아스가 슈팅으로 가져간 게 상대 수비 맞고 뒤로 흘렀다. 이를 지루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가면서 골을 성공시켰다. 지루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지와 집중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어서 후반 33분경, 디아스의 패스에 이은 칼라브리아의 전진 패스를 받은 지루가 센스있는 터닝 동작으로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슈팅으로 천금 같은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밀라노 더비의 영웅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루는 멀티골을 넣기 전까지는 단 한 번의 슈팅도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 순간 2번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키는 고감도 슛감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베테랑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그는 최전방에서 잦은 몸싸움을 가져가면서 이선 자원들의 침투를 도왔다. 실제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공중볼 시도(6회)와 획득(4회)을 기록했다. 볼 경합 횟수는 11회로 2위였고, 볼경합 승리 횟수 역시 7회로 2위였다. 이에 더해 걷어내기도 2회로 공동 2위였다. 심지어 동점골도 그의 수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궂은 일을 하면서 필요한 순간 극도의 효율성을 보여준 지루이다.

밀란이 인테르를 상대로 세리에A 경기에서 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거둔 건 2004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루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록이다. 지난 시즌 더비에선 밀란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당시 인테르 간판 공격수였던 로멜루 루카쿠가 밀라노의 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통산 230번째 밀라노 더비의 왕은 바로 지루였다.

Copyright © 골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