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 이재명은 부산·윤석열은 광주..열세 지역 승부수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자신의 취약지대인 부산과 호남을 찾아 표심에 호소했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유지인 국가균형발전을 잇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PK(부산·울산·경남)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5월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지속적인 호남 구애전략을 이어갔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남부 수도권 구상'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균형발전 성장을 위한 국토 대전환은 더 이상 지역을 위한 배려도 시혜도 아니다. 국가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핵심 과제"라며 "이제 대한민국의 지도에는두 개의 커다란 수도권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 대륙과 해양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남부 수도권을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국제금융과 무역, 미래형 첨단산업의 허브로 재탄생시키겠다"며 "남부 수도권을 성공적으로 부흥시켜 수도권 외바퀴였던 경제를 중부권과 남부권이 함께 발전하는 '두 바퀴 경제'로 반드시 바꾸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중(수도권 동북아 중심 구상), 노무현 정부(충청권 행정수도) 정부의 적통임을 자처하며 "이재명은 두 분 대통령님의 뜻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남부 수도권'이라는 비전을 완성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5대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산광역시 9대 공약'을 발표할 때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꿈꾸고 문재인 대통령님이 약속한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심으로 부산의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고 친노와 친문의 동시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대선이 한 달 남은 시점에 PK 공략에 나선 것은 자신의 취약 지역 민심을 훑고 친노-친문 대결집을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평소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부각했지만 이날 만큼은 그런 메시지가 보이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대선에서 TK(대구·경북) 40%, PK 50%라는 득표를 목표로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숫자다.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PK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8.2%)가 이 후보(36.5%)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계열 후보의 PK 득표율은 △16대 노무현 29.1% △18대 문재인 38.2% △19대 문재인 36.3%다. 이 지역이 더 이상 '보수 텃밭'은 아니기 때문에 당선권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 30% 이상의 득표가 담보돼야 한다.
윤 후보는 "분향을 막는 분들이 계셔서 앞에 가서 제가 분향은 못 했지만 마음속으로 우리 5·18 희생자분들의 영령을 위해 참배를 잘 했다"며 "광주에 방문할 때마다 민주묘역을 온 것은 아니지만 벌써 3, 4번째 온 것 같은데 2번은 분향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5월 정신이라는 것이 피로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 모두 5월 정신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5월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항거의 정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통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AI(인공지능) 산업을 중심으로 광주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지역공약도 발표했다. 광주와 전남 영암을 잇는 47㎞ 구간의 한국판 아우토반(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을 건설해 자율주행차의 테스트 베드로 삼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끌었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보수정당 대선후보가 참패한 지역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 뿌리깊다. 국민의힘은 2020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부터 호남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왔다.
이에 힘입은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정권교체 여론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20%를 돌파한 결과가 나오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도 형성됐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득표율 10%를 넘기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보수정당 후보의 호남 득표율 10%는 역대 대선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였기 때문이다.
1987년 직선제 체제에서 치러진 7번의 대선에서 호남(광주·전북·전남)에서 10% 득표율을 돌파한 보수정당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18대 대선)이 유일하다. 박 전 대통령은 광주 7.8%, 전북 13.2%, 전남 10%로 호남에서 득표율 10.5%를 기록했다. 보수정당 후보 최초로 10% 득표율을 돌파하며 영·호남의 지역갈등구도를 끝낼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며 호남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2017년 대선(19대)에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2.5%에 그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8%)는 물론 심상정 정의당 후보(4.5%)보다 더 적은 표를 얻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호남의 보수정당 외면은 이어졌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비례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은 광주 3.2%, 전북 5.8%, 전남 4.2%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선에서 지역구도는 상수에 가깝다. 강해질 때와 약해질 때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는 약해질 여지가 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지만 영남 출신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영남 사람이다. 호남에서 이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좋지 않고 거기에는 TK(대구·경북)에 대한 반대 정서가 강한 편"이라며 "이런 점에서 지역구도가 완화될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영남, 호남 구도가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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