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역대 군주 중 최장수·최장 재위.. 왕자 추문에 축제 '찬물' [세계는 지금]
1952년 25세에 즉위.. 유럽 최장 재위 육박
호주 등 15개국 원수·영연방 54개국 수장
왕실은 英 문화적·외교적 영향력의 원천
"여왕의 역사가 바로 1952년 이후 英 역사"
대관식 열린 6월에 공식 기념행사 개최
차남 앤드루 美서 성폭행 혐의 재판 받아
해리 왕손 회고록서 폭탄선언 가능성도
95세인 여왕 건강, 왕위 계승과 직결 '촉각'
서열 1위 찰스 왕세자 인기 너무 없어 문제
군주제 폐지 운동 고개.. 왕실 미래 불투명
영국은 오는 6월 기념행사 준비로 분주하면서도 속내는 복잡하다. 국가 경사를 앞두고 불거진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 성추문이 입헌군주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여왕의 역사가 곧 영국 역사”… 6월 공식 기념행사
여왕은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호주 등 15개국의 국가원수다. 여왕이 국가원수인 이들 입헌군주국을 ‘영연방 왕국(Commonwealth Realms)’이라 한다. 여왕은 또 영연방 왕국을 비롯한 54개국의 느슨한 연합체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수장이다. 영연방 수장은 상징적 존재이며 임기가 없고 세습되지 않는다.
여왕은 부친 조지 6세가 서거한 1952년 2월6일 25세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대관식은 이듬해 6월2일 열렸다. 당시 전 세계에서 약 2억7700만명이 TV로 대관식을 봤다.
영국이 수많은 위기를 헤쳐 나가는 동안 여왕은 명목상 최고 지도자 역할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왕실은 영국의 문화·외교적 영향력의 원천이 돼 왔다.
신디 매크리리 호주 시드니대 부교수(역사학)는 “앞으로 여왕의 역사와 1952년 이후 영국 역사를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왕이 해 온 봉사와 의무, 품위의 등대 역할은 영국의 명성을 높였고 결국 영국에 막대한 이익이 됐다”고 말했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여왕은 어떤 선출된 국가원수 못지않게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평했다.
즉위 70주년 기념행사는 오는 6월2∼5일 진행된다. 6월2일 여왕의 공식 생일 행사인 군사 퍼레이드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를 시작으로,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감사 예배, 버킹엄궁 외곽에선 여왕의 통치 이야기를 담은 라이브 콘서트 등이 이어진다.
영국령 채널제도 등 영국의 영토 전역, 영연방 국가들 수도도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횃불을 밝힌다. 여왕 사유지인 샌드링엄 별장과 밸모럴성은 행사 나흘간 개방된다. 여왕이 대관식 때 입었던 드레스와 예복은 윈저성에 전시될 예정이다.
영국이 마냥 축제 분위기인 건 아니다. 앤드루 왕자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미국에서 민사재판을 받게 돼서다. WP는 “대중들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여왕에게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영국 왕실의 노력에도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돼 축제에 그늘이 드리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는 17세였던 2001년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해 앤드루 왕자에게 수차례 성폭행당했다며 지난여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앤드루 왕자는 주프레를 만난 기억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리 왕손 가족이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에 참석할지도 미지수다. 해리 왕손은 영국 내무부에 경찰 경호 비용을 개인적으로 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왕실에서 독립해 더 이상 영국에서 경찰 경호를 받을 수 없는데 가족을 보호하려면 개인 경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왕은 지난해 6월 태어난 증손녀 릴리베트를 아직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건 고령인 여왕의 건강이다. 여왕은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11월엔 허리를 삐끗하기도 했다.
여왕의 건강 문제는 왕위 계승과 직결된다. 왕위 계승 서열 1위는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다. 73세인 그는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됐다.
찰스 왕세자가 여왕에 비해 인기가 너무 없다는 게 문제다. 일각에선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된 뒤 장남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위를 물려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군주제 자체에 대한 의문이다. 앤드루 왕자의 성폭행 의혹으로 영국에서 군주제 폐지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군주제 압력단체 리퍼블릭은 군주제 폐지 운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영국에선 아직까지 군주제 찬성론이 우세하다. 지난달 영국 타임스 여론조사에서 ‘여왕이 영국의 마지막 군주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3만1186명 중 70%가 아니라고 답했다. 집권 보수당 등 기득권층도 군주제 폐지에 반대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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