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풍경이 말 걸어오는듯..엄유정 작가 "조약돌 모으듯 담고싶다"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삶 가까이에 있지만 어딘가 낯선 것들에 주목하는 엄유정 작가(36)는 인물과 사물, 풍경을 가리지 않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대상을 끈기 있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다양한 순간과 느낌을 시원한 붓질로 풀어낸다. 엄 작가 그림을 보고 있으면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차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엄 작가 작품 가운데 상당수가 시리즈 형태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오랜 시간에 걸쳐 대상을 가까이 혹은 멀리서 바라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하며 발견한 형상을 드로잉이나 회화(페인팅)로 표현하는 것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 공원 인근에서 만난 풍경들을 그린 연작 '도쿄 시리즈'(2016)와 다양한 모양의 빵을 그린 연작 'Baked Shapes'(2019) 등도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여름밤 다양한 장소를 걸어 다니며 오래도록 바라봤던 풍경과 밤에 그려본 얼굴을 모아 서울 종로구 학고재 디자인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개인전 '밤-긋기'를 열었다. 밤이라는 시간의 옷을 입은 거리의 나무들은 검은 형체로 재해석됐고, 길지 않은 시간에 쓱쓱 그어낸 듯한 단순한 형태의 인물들에선 늦은 밤의 고요함과 고독함과 동시에 어딘가 낯선 듯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엄 작가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는 일상 속 생경함은 그가 대학 졸업 후 참여했던 아이슬란드 북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예술가들이 특정 공간에 머무르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계기로 더욱 무르익었다. 엄 작가는 "사람은 없고 광활한 자연만이 있는 환경에 한동안 놓여 있었다"며 "우연히 발견한 마을 설산이 달라지는 형태를 그리면서 삶 가까이에서 발견되는 미묘하게 생경한 것들에 더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엄 작가는 다양한 작업 대상만큼이나 표현 방법도 한 가지를 고수하지 않는 편이다. 그는 "대상을 마주한 첫 순간에 집중했던 요소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유동적으로 작업하려고 한다"며 "선적인 특성이 강한 대상이라면 드로잉을 선택해 가장 잘 어울리는 건재료를 찾고, 색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면 좀 더 두꺼운 색채 표현이 가능한 재료를 선택한다. 하지만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재료로 시도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간단한 선으로 이뤄진 인물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 엄 작가는 "인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특정 인물의 구체적인 서사보다는 인체가 가진 뉘앙스, 움직임, 리듬에 더 가깝다. 인체를 하나의 언어로 사용하면서 동작을 통해 어떤 상황과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머리카락과 눈썹, 심지어 표정까지 점차 단순화되고 몸의 언어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작업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푀이유는 지난해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책 디자인 공모전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서 최고상인 '골든 레터'를 수상했다. 당시 공모전을 주최한 독일 북아트재단과 라이프치히 도서전 측은 선정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섬세하고 고운 종이 위에 연필 드로잉으로 시작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선과 종이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테일을 보여준다"며 "촉감을 통해 독자에게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 작가는 "처음에는 그저 도록을 조금 더 의미 있는 작품집으로 잘 간직하고 싶어 시작한 것이었는데 여러 (도서) 디자이너 분을 만나 그림이 다양한 옷을 입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책이라는 매체는 전시와는 또 다르지만, 집에서도 언제든 그림을 펼쳐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집이 하나의 작은 갤러리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낯선 풍경이 말 걸어오는듯…엄유정 작가 "조약돌 모으듯 담고싶다"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 오미크론 확산에 방송가 결방 `홍역`
- 임형주 美 그래미상 투표인단 `5년 더`
- 족보 없는 화가의 작품이 828억…전세계서 8번째로 비싼 그림 됐다
- [주말 MBN] 전설 vs 현역 국가대표 `세기의 대결`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정용진, SSG닷컴 한숨 돌렸지만…
- 은퇴 암시했던 보아, 팬들과 소통 재개… ‘데뷔 24주년 점핑이들과 함께’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