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으로 만든 지역 탐방기 [2021 행복한 책꽂이]

김은남 기자 2022. 2. 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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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집을 나갔다.

"수도권에서 살다 막상 지역으로 오고 보니 수도권에 문화산업이 얼마나 집약적으로 모여 있는지, 그리고 지역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라는 부부 작가 불키드(김영석)와 불친(전정미)이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며 기획했다.

'웹툰으로 만든 지역 탐방기'라 할 수 있는 이 시리즈에는 시즌당 작가 9명이 참여해 비수도권 9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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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지역의 사생활 99〉
정원 외 지음, 삐약삐약북스 펴냄

아빠가 집을 나갔다. 엄마가 가출한 지 3년 만이다. ‘혼밥’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던 주인공의 눈에 불판 아래 깔린 신문지 기사가 들어온다. 강원도 고성 알프스스키장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는데, 유기견 한 마리가 스키장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알프스스키장은 29살 프리랜서인 주인공이 몇 년 전 여자친구와 결별한 장소. 순간 그는 충동적으로 헤어진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개를 구조하러 고성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지역의 사생활 99〉는 전북 군산에 기반한 독립만화 전문 출판사 삐약삐약북스가 출간 중인 웹툰 시리즈다. “수도권에서 살다 막상 지역으로 오고 보니 수도권에 문화산업이 얼마나 집약적으로 모여 있는지, 그리고 지역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라는 부부 작가 불키드(김영석)와 불친(전정미)이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며 기획했다.

‘웹툰으로 만든 지역 탐방기’라 할 수 있는 이 시리즈에는 시즌당 작가 9명이 참여해 비수도권 9곳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0년 진행된 시즌 1의 경우 부산·대구·고성·담양·충주·공주·광주·단양·군산을 다뤘다.

탐방기라고 해서 일반적인 여행 책자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이들 시리즈에는 구체적인 정보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지역 명소가 기껏해야 배경으로 스쳐가는 정도다. 대신 책은 사람 그리고 관계에 주목한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관찰하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균열의 지점을 순간 포착해 길어내는 식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사투리를 쓰는 인어(부산 편)나 택배 일을 하는 도깨비(광주 편)처럼 판타지 설정도 등장한다.

희한한 것은 화려한 여행 사진보다 흑백 그림으로 펼쳐진 이들의 이야기가 지역을 더 입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첫머리에 소개된 ‘강원도 고성 편’을 읽다 보면 스키장 가는 길을 어색하게 걸어 오르던 헤어진 연인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충북 단양 편’을 읽다 보면 한밤중 우주선처럼 빛난다는 시멘트 공장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지는 식이다. 책 말미에는 작가 인터뷰도 실려 있다. 작품 속 등장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 ‘지역에서 청년 만화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단상 외 튀김만두·쫄면·팥죽·찹쌀호떡처럼 현지인들이 즐기는 소박한 먹을거리 소개가 호기심과 침샘을 두루 자극한다.

〈지역의 사생활 99〉는 최근 시즌 2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덕분에 독자들은 새로 합류한 작가 9명이 쓰고 그린 정읍·강릉·양산·옥천·울산·경주·동해·구미·대전 등 9곳의 이야기를 곧 다시 만날 수 있다. 내가 아는 동네가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한 사람, 선입견 없이 아무 데나 떠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권한다.

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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