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해치려 할까 봐 [2021 행복한 책꽂이]

표창원 2022. 2. 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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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을 독살한 충격적인 사건, 일명 '목요일의 아이' 사건으로부터 7년 후, 한 가족이 아사히가오카로 이사를 오게 된다.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집단 살인사건,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등 사회적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현대 일본인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잘 드러나는 〈목요일의 아이〉가 독자에게 던진 질문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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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더가 꼽은 올해의 책
〈목요일의 아이〉
시게마쓰 기요시 지음, 권일영 옮김, 크로스로드 펴냄

중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을 독살한 충격적인 사건, 일명 ‘목요일의 아이’ 사건으로부터 7년 후, 한 가족이 아사히가오카로 이사를 오게 된다. 7년 전에는 자신이 결혼해 한 가정의 가장이 될 거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시미즈. 그리고 가정폭력 때문에 전남편과 헤어지고 혼자서 아들 하루히코를 키워온 가나에. 학교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 기도까지 한 하루히코. 이들은 새로이 가족이 되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이제 막 새 출발을 하려는 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히코가 7년 전 ‘목요일의 아이’ 사건의 범인과 닮았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게 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하루히코를 보고 기절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수상한 사건들도 연달아 발생하게 되는데….

사이비 종교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집단 살인사건,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등 사회적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현대 일본인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잘 드러나는 〈목요일의 아이〉가 독자에게 던진 질문은 묵직하다. 세상 사람들에게 죽이고 싶은 사람 명단을 적어 내라고 한다면, 그 안에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누군가 그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대신 죽여주거나, 명단을 제출한 사람이 직접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수단과 방법과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목요일의 아이〉가 던진 이 질문은 읽는 내내 뇌 속에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가 책장을 넘기던 어느 순간부터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며 온몸을 서늘하게 만든다. 손을 뻗어 물 한잔, 커피 한 모금 마시려다가 전에 없던 멈춤 현상이 나타나 쓴웃음을 짓게 된다.

이 책이 던지는 다른 질문들. 삶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 세상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가족이란, 사랑이란. 정말 ‘행복’은 하루히코의 말처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한 것인가.

특히 〈목요일의 아이〉의 도발은 전격적이고 당혹스럽고 아팠다. 당신과 자식, 둘 중 하나의 희생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악마. 자식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려면 스스로를 희생하고, 당신의 목숨이 소중하다면 자식의 세상이 끝나는 것을 그저 두고 보기만 하라는 악마 앞에 서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집요하게 남는 질문이 있다. ‘내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혹은 그저 내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누군가가 내 음료수, 밥 또는 국에 냄새도 맛도 없는 치명적인 독극물 ‘발키리’를 넣고 싶어 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은 이들에게 혼자 몰래 고맙다는 인사를 해본다.

표창원 (표창원범죄연구소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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