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4개월 연속 3%대 올라..10년 만에 최대폭 상승
[경향신문]
농산물·석유류 뺀 근원물가도 3% 올라…전기·가스·수도 줄인상
유가도 더 오를 듯…정부의 ‘상고하저’ 예상과 달리 장기화 가능성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10년 만에 3%대에 진입했다. 외식비와 기름값, 농축수산물 등이 전방위로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기여도가 큰 국제유가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당분간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전월보다는 0.6% 올랐다.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이후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0년 9월~2012년 2월 당시 18개월 연속 3%를 넘긴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이 16.4%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기여도 0.66%포인트로, 전체 상승률 3.6% 가운데 석유류가 0.66%포인트를 끌어올렸다. 휘발유(12.8%), 경유(16.5%), 자동차용 LPG(34.5%) 등이 모두 올랐다. 빵 등 가공식품은 전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고, 농축수산물도 6.3% 상승했다. 특히 돼지고기(10.9%), 수입쇠고기(24.1%), 국산쇠고기(6.9%), 달걀(15.9%) 등 축산물(11.5%)이 큰 폭으로 올랐다. 농산물(4.6%) 중에서는 딸기값이 45.1% 급등했다.
부동산중개수수료(-7.7%)와 유치원납입금(-6.3%) 하락으로 공공서비스 물가는 0.9% 상승에 그쳤지만 개인서비스는 3.9%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비(5.5%)와 보험서비스료(13.4%), 공동주택관리비(4.3%)가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특히 외식비는 석유류보다 물가 상승 기여도(0.69%포인트)가 높았다. 집세는 전세가 2.9%, 월세가 1.1% 오르면서 2.1% 상승했다. 전세 가격은 2017년 8월(2.9%) 이후 4년5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역시 2.9% 올라 2017년 9월(7.9%)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4.1%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축산물·과실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개인서비스 가격이 외식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가 3.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가격 등 공급요인과 서비스 등 수요 품목 모두 물가를 끌어올리는 형국이어서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달 3.0%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올해 물가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정부 예상과 달리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4일 올해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 전망치를 2%대 중·후반으로 상향 조정하고 상당 기간 3%대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연초의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되는 2월에는 기름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1달러(2.28%) 오른 배럴당 90.27달러에 마감했다.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한 달 만에 20% 가까이 올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조만간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면서도 “원자재 가격과 같은 소위 글로벌 공급 여파가 (물가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해 대응에 일정 부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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