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데 마르코스, 아틀레틱의 격군(格軍)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라리가 담론이 펼쳐진다.
기원전 219년 명장 한니발이 스페인의 사군툼(현 사군토)을 공략하며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된다. 이는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사군툼 교전의 그 순간처럼 STN스포츠가 연재물로 중요한 라리가 담론을 전한다.

-[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326번째 이야기: 데 마르코스, 아틀레틱의 격군(格軍)
오스카르 데 마르코스(32)는 팀의 격군(格軍)과도 같다.
아틀레틱 클루브는 4일(한국시간) 스페인 바스크지방 비즈카야주의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1/22시즌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8강(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아틀레틱은 4강에 진출했고 레알은 대회를 마무리했다.
현대에는 기술과 부품의 발달로 그런 경우가 없지만, 근대만 하더라도 전투선을 사람의 힘으로 움직였다. 노를 가진 사람들이 타이밍과 배가 나아갈 방향에 맞춰 이를 젓는 방식이었다.
임진왜란 때 우리 수군이 사용된 판옥선 역시 이런 형태였다. 판옥선은 2층의 갑판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위층 갑판에서는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아래층 갑판에서는 배의 진수를 담당하는 방식이었다.
아래층 갑판에서 노를 저어 실질적으로 배를 나아가게 하는 군인들을 격군(格軍)이라고 했다. 이 격군들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겪지만 남다른 책임감으로 조선 수군의 승리를 견인했던 소리 없는 영웅들이다. 아틀레틱의 데 마르코스를 보면 이런 격군들이 떠오른다.

아틀레틱은 지난 2011/12시즌 무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격파한 바 있다. 당시 아틀레틱의 저력은 탄탄한 미드필더진에서 나왔다. 당시 아틀레틱은 하비 마르티네스, 안데르 에레라, 데 마르코스로 미드필더진을 구성했다. 당시 이 미드필더진은 맨유를 압도하며 유로파리그에서 거함 맨유를 침몰시키는 것에 기여했다.
그렇듯 화려할 때 눈부시게 화려했던 데 마르코스는 이후에는 주로 궂은 일을 맡으며 팀에 기여했다. 순혈주의를 고수해 영입이 어려운 팀 상황 속에서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우측 윙어, 우측 풀백 등 복수 포지션을 소화하며 아틀레틱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우측 풀백으로 가장 많이 나서고 있다.
노를 젓는 위치를 바꿔도 헌신으로 무리 없이 배를 나아가게 하는 격군들처럼, 데 마르코스가 헌신으로 아틀레틱을 순항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레알전에서도 데 마르코스의 헌신은 두드러졌다. 이날 아틀레틱은 라리가 양강 중 하나인 레알을 만났다. 대부분이 아틀레틱의 탈락을 점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아틀레틱의 예상을 뒤엎은 승리는 데 마르코스로부터 시작됐다. 데 마르코스는 아틀레틱 4-4-2 포메이션의 라이트백으로 출전했다. 그의 매치업 상대는 현재 세계 최고의 폼을 보이고 있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였다.
비니시우스가 바로 이틀전 월드컵 남미 예선을 치르고 넘어온 상황이라 온전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비니시우스는 비니시우스였다. 하지만 그런 비니시우스도 데 마르코스의 철벽 수비에 완전히 봉쇄됐다.
아틀레틱은 데 마르코스의 공헌으로 상대 가장 강한 창을 무력화시켰다. 아틀레틱은 데 마르코스를 중심으로 뭉쳤고, 잘 버티다 종료 직전 알렉스 베렝게르의 득점을 더해 1-0으로 승리했다. 아틀레틱이 데 마르코스를 중심으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만든 것이다. 더불어 우승컵에 단 두 발자국만을 남겨두게 됐다.
어느 곳에서든 헌신적으로 노를 젓는 격군들처럼, 데 마르코스는 어느 위치서든 팀을 위해 헌신한다. 그러면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데 마르코스 덕에 아틀레틱은 오늘도 순항 중이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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