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코로나19 감염되면 위험할까..국내 연구진 8가지 요인 첫 규명

이정아 기자 2022. 2. 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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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고도비만·당뇨병·폐질환·선천성 심장병 등 8가지 중증화 위험 요소 규명
국내 연구진이 최근 학계에 발표된 임상데이터 연구결과들을 분석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소아청소년이 중증화할 위험을 높이는 요인 8가지를 찾았다. 이중에서도 고도 비만과 당뇨병, 천식을 제외한 만성 폐질환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진이 최근 학계에 발표된 임상데이터 연구결과들을 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감염된 소아청소년이 중증으로 악화되는 위험을 높이는 요인 8가지를 찾았다. 이중에서도 고도 비만과 당뇨병, 천식을 제외한 만성 폐질환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오히려 천식은 코로나19 감염에도 중증화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홍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최수한 부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윤기욱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8월 25일까지 해외논문검색사이트인 '펍메드(Pubmed)', 의약학 문헌 사이트인 '엠베이스(EMBASE)', 글로벌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스코퍼스(Scopus)', 한국 의학논문 검색사이트인 '코리아메드(KoreaMed)' 등에 발표된 연구결과 872편을 선별해 그중 17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가 중증화했다는 기준을 중환자실 입원, 침습적 기계 환기 사용, 생명을 잃었을 때로 보고 연령별, 기저질환 유무와 종류별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생후 1개월 미만 신생아'와 '비만', '당뇨병', '천식을 제외한 만성 폐질환'이 가장 핵심 위험인자로 나타났다. '2세 미만 조산아'와 '선천성 심장병', '면역저하', '뇌전증'도 위험인자로 꼽혔다. 

가장 위험한 인자는 고도비만, 당뇨병, 천식 외 폐질환

수치상 중환자실 입원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은 '1개월 미만 연령'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증을 앓기 때문보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우려되는 탓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제공

수치상 중환자실 입원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은 '1개월 미만 연령'이었다. 연구팀이 코로나19 확진 어린이의 중환자실 입원율을 비교했더니 1~2세 연령층이 다른 연령에 비해 위험이 커졌다는 근거는 없었다. 하지만 생후 1개월 미만 신생아는 고령자에 비해 중환자실 입원율이 높게 나타났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는 3개월 미만 영유아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고 생각됐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생후 1개월 미만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증을 앓기 때문보다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크게 우려되는 탓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기욱 교수는 "지금까지 임상에 쓰였던 (중환자실 입원) 가이드라인은 독감 등 다른 호흡기질환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며 "생후 100일 미만 아기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무조건 입원이 필요하다는 추세였는데 실제로 중증까지 겪는 아기들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신생아가 고열이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조심해야 하니까 입원이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며 "하지만 신생아라는 자체가 위험요소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오히려 비만 중 고도비만과 당뇨병, 천식을 제외한 만성 폐질환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도비만은 대개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일 때를 말한다. 비만과 당뇨병은 성인의 경우에도 코로나19 감염시 중증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비만인 경우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폐에서의 생리 변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붙을 수 있는 수용체(ACE2)가 지나치게 많이 발현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비만 어린이는 생활습관 관리 등으로 특히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의료계에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천식은 코로나19 감염시 중증 위험을 크게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질성 폐렴이나 폐기관지이형성증 같은 만성 폐질환은 여전히 코로나19 위험인자로 확인됐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임상에 쓰였던 (중환자실 입원) 가이드라인은 독감 등 다른 호흡기질환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며 "천식은 당연히 위험인자일 것으로 생각됐지만 임상 데이터 분석결과 위험요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2세 미만 조산아와 일부 선천성 심장병, 뇌전증, 면역저하도 위험요소

연구팀은 2세 미만 조산아와 일부 선천성 심장병, 뇌전증 같은 일부 신경계질환, 암이나 면역억제제 투여 등으로 인한 면역저하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조산아는 임신 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전에 태어난 아기를 말한다. 연구결과 조산으로 태어난 만 2살 이전 아기는 코로나19 감염시 중환자실 입원율이 약 19.2%로 주수를 다 채우고 태어난 아이(6.0%)에 비해 3배 이상 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만 2살 이상 미숙아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시 주의깊게 관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혈관전위, 대동맥판전위 같은 혈액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천성심장병도 코로나19 감염시 중증화 요인으로 꼽혔다. 연구팀은 이런 선천성심장병을 앓는 어린이가 다른 건강한 어린이에 비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됐을 때도 중증화 위험이 높고, 치명률이 최대 3%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위험요인을 가진 소아청소년이 (정부에서 승인 시) 백신 접종 우선 순위가 돼야 하지만, 12~17세 청소년이 mRNA 백신을 맞을 경우 이상반응으로 심근염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혈액종양을 겪거나 면역억제제 투여로 면역저하된 아이들이 코로나19 감염시 중증 위험이 높았다. 특히 혈액종양이 있는 어린이 확진자 중 17.3%,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어린이 확진자 4명 중 3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발달장애와 운동장애 등 신경계질환은 코로나19 감염시 악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뇌전증은 중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선천적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유전적 장애도 코로나19 감염시 중증과 관련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질환 감염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다운증후군 어린이도 코로나19 감염시 중증화 위험이 특별히 더 높다는 근거는 없었다. 다만 연구팀은 다운증후군 어린이가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면역결핍 등 기저질환을 앓는 경우가 더러 있어 코로나19 감염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어린이가 코로나19 감염시 적절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기준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윤기욱 교수는 "코로나19 어린이 환자 중 누가 우선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할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백신 접종을 결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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